[골게] 남여주 CC에서 탱구님 첫 싱글라베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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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10-25 15:20:20
그러니까 이틀전 10월 23일 일요일 남여주CC에서 그날 동반자인 탱구님의 첫 70대 싱글을 치신 라베의 현장을 생생하게 복기하고 그 드라마틱한 과정을 공유하려합니다.
1. 일시: 2022년 10월 23일 일요일 오전 7시 15분 티업
2. 날씨: 흐리고 쌀쌀했으며 3번홀까지 안개로 고생
3. 멤버: 탱구님, 골푸메냐님, 파란바탕님 그리고 저
4. 전반 9홀
어쩌다보니 주중에 시간내기 어려운 월급쟁이 4명이서 주말 골프를 잡았습니다. 평상시 탱구님의 뛰어난 부킹능력에 감탄했지만 역시나 일요일 오전티를 19만원에 잡는 능력자.
6시 20분에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국밥으로 간단하게 조식을 먹고 나옵니다.
클럽하우스 도착했을때는 괜찮았는데 아침먹고 나와보니 안개가 슬슬 올라옵니다.
티업 시간이 다되어 1번홀에 내려가보니.. 아... 랜딩 존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페어웨이에 빨간 조명이 깜빡깜빡하고 있고 저 멀리 그린 앞에 두번째 조명이 깜빡 거리는데 이건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파바님은 역시나 안전하게 4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고 나머지 3명은 드라이버 티샷을 합니다.
세컨샷은 그린이 보이지도 않고 조명만 보고 일단 캐디가 불러준 거리만 믿고 다들 100미터 내외로 쏩니다. 역시나 다 짧습니다. 포대그린인데 그린 근처에서 어프로치로 붙여서 4명이서 나란히 보기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다들 한마디씩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기하면 우리 완전 잘한거야...ㅎㅎ"
대충 3번홀 파3를 지나니 안개가 한 순간에 사라집니다.
탱구님은 1번홀에 보기 기록한 후에 계속 파 행진을 합니다.
8번홀 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8번홀까지 1오바를 기록합니다. 이때부터 파바님이 분위기를 띄우십니다. "오늘은 무조건 7자 그리겠는데??"
옆에서 골푸메냐님은 계속 공이 안맞는지 궁시렁궁시렁 합니다. (쏘리 ㅋ)
아쉽게 9번홀에서 탱구님이 보기를 기록하며 전반 2오바로 마감합니다.
5. 그늘집
대기 20분이라는데 수육순대 한접시에 막걸리를 마십니다. 탱구님이 싱글 욕심에 힘들어 가지 않도록 옆에서 계속 막걸리를 권합니다.
6. 후반 9홀
역시나 막걸리의 힘을 빌러 아주 재미나는 분위기에서 진행됩니다.
탱구님은 10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지만 이후 3연속 파를 기록하고 후반 5번홀 파3에서 핀 옆에 붙힌 샷을 가볍게 버디를 잡아서 후반에도 이븐을 이어나갑니다.
이때부터 탱구님은 슬슬 말이 없어지며 대신 다른 멤버들이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이건 무조건 7자야!!"
후반 6번홀 마의 파4에서 탱구님이 첫 드라이버 오비를 냅니다. 공이 오른쪽으로 밀려 숲으로 들어갑니다.
"아..."
동반자들도 너무나 아쉬워 탄식의 한숨을 내쉽니다. 본인은 얼마나 괴로울까.
OB티에서 그린에 잘 붙여서 첫 더블로 홀아웃을 합니다.
후반 7번홀 파3
이제 공기가 무겁습니다. 탱구님 본인도 힘이 들어가 백스윙이 끝까지 안된다고 설토합니다.
탱구님의 티샷 상황.
130미터 8번을 잡고 휘두릅니다.
"아...."
또 오른쪽으로 밀립니다.
오늘은 좌그린을 쓰는데 우그린 한가운데 올립니다. 공을 줍고 그린 밖으로 나와 어프로치를 하는데 이게 핀옆에 딱 붙습니다. 아니...들어가지 않아서 버디를 못한게 아쉬울 정도의 좋은 어프로치로 파를 기록합니다.
저는 이때 오늘이 그 날이라는 걸 확신 했습니다. 더블보기 이후에 멘탈이 흔들릴만한 상황에서 어려운 어프로치를 핀옆에 붙여 파로 마무리 하는 과정이너무 멋졌습니다.
이제 후반 8,9번홀 두개가 남은 상황에서 현재 탱구님 4오바.
두홀에서 보기, 더블보기 이렇게 3개 오바 쳐도 79개로 마무리 할 수 있는 상황.
이제 탱구님 본인도 그냥 보기/보기만 하자라고 생각했을 듯 했고, 8번홀도 보기로 마무리 잘했습니다.
7. 마지막 9번홀 파5 (부제: 지옥과 천국)
탱구님의 티샷이 역시나 오른쪽으로 많이 밀립니다. 다행히 오른쪽은 숲이 아닌 높은 잔디벽쪽이라 세컨샷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공이 발보다 위에 있어 라이가 참 좋지 않습니다.
탱구님이 세컨샷으로 유틸을 잡습니다. 백스윙을하고 공을 치는 순간 공이 높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라가는데 이게 방향이 너무 왼쪽입니다.
"아 OB다..."
공이 왼쪽으로 말려 카트도로 쪽으로 떨어져 나갔다고 캐디가 다시 그 자리에서 공을 치라고 합니다.
다들 아무말이 없습니다. 탱구님이 조용히 주머니에서 공을 꺼내 내려놓고 그 자리에서 이번엔 아이언으로 공을 칩니다. 가라 스윙도 없이 공을 바로 칩니다. (나중에 이야기 하는데 너무 생각이 많아져서 그냥 편하게 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공은 밀려서 오른쪽 숲 헤저드에 들어갑니다.
이때 제 옆에 계신 파바님 한마디 하십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세컨샷 OB에 , 그자리에서 친 4번째 샷이 헤저드에 빠져 잘 올려야 7온 상황....
다들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 없이 그린으로 걸어갑니다.
캐디는 카트를 끌고 우리 옆을 지나가는데 저 앞에서 캐디가 외칩니다.
"공 살았어요!!, 세컨샷 살았어요!!!"
다들 기쁨과 안도의 환호성을 지릅니다. 저 멀리 탱구님이 그렇게 밝은 웃음으로 뛰어오는걸 처음 봅니다.
"살았다!!" (파바님의 표현은 소고기가 뱃속에 들어왔다 튀어나갈뻔 했답니다 ㅋ)
이렇게 드라마틱한 마지막 홀을 보기로 마무리하여 탱구님의 최종 스코어는 78개!!!
그린에서 탱구님 마지막 펏을 하고 모든 멤버가 악수가 아닌 포옹을 했습니다.
다시 한번 이 글을 통해 인생의 첫 싱글 및 라베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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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다리
1. 제 골프인생에서 프로가 아닌 일반 아마추어가 7자 그리는 걸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많은걸 보고 느꼈습니다)
2. 역시 드라이버는 쇼다. 어프로치와 퍼팅이 스코어를 좌우한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3. 끝나고 싱글 기념으로 탱구님이 맛있는 한우 소고기 사줬습니다.
4. .싱글패도 처음 누군가에게 해줘봅니다.
5. 파바님은 4번 아이언의 달인입니다.
6. 골푸메냐님의 드라이버 거리가 늘어났습니다. (내가 줄었나...ㅎ)
7. 이 글은 탱구님의 싱글을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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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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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알고 계신 어계에 신 그 탱구님이신가요?ㅎㅎ 글 솜씨가 대단하십니다ㅋ 재밌었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