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2
프라임차한잔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음악]  <잡담> 어제 본 <타이타닉>은 25년전 기억으로 "추억 만들기"였습니다.

 
8
  1088
Updated at 2023-02-09 13:33:33

내용으로 보면 "영화이야기"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차한잔"으로 올려 봅니다.

 

[1]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DVD가 들어오기 전 1990년대 말까지 영화는 극장 아니면 비디오 대여가 주된 경로였을 겁니다.

대형 서점에 가면 판매용 비디오테이프가 나와 있기는 했지만 생각만큼 많은 타이틀이 나오지도 않은데다 내구성이 많이 떨어져 몇 개 구입하고 그만 두었습니다.

대신 어린아이들 시간 떼우기용은 인기가 있어서 아이들 데리고 마트가면 꼭 한, 두 개 타이틀을 사들고 왔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DVD가 발매되자마자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패트와 매트" 비디오 테이프는 거의 50여개가 됐습니다.

여기에 "환경전사 젠타포스"도 꽤 많았습니다.


다들 저와 비슷하시겠지만 본격적으로 DVD를 구입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전에 영화는 비디오가게 사장님에게 대여용 비디오를 구입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싶었던 영화나 최신 인기작품은 비디오 가게 사장님에게 얘기를 해두면 비디오 가게에 풀리는 날 포장 그대로 받아 왔었지요.

그렇게 사 모은 비디오테이프가 사실 수 백개가 넘어갔는데 판매용으로 나온 놈들보다 커서 비디오 가게 사장님에게 부탁해서 사놓은 장식장으로 부족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DVD로 갈아 타면서 미련 없이 싹 버렸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참 묘한 겁니다.

추억이 서린 녀석들은 화질이나 소리 모두 비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버릴 생각이 나지 않는 겁니다.

고민 끝에 끝까지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은 녀석들을 고르고 골랐습니다.

몇 번이나 주저하며 변덕을 부리다 아내가 캐나다에서 사온 <터미네이터 2>, 아내가 좋아한 영화 <금지옥엽>과 <트루 라이즈>, <타이타닉>만 남겨 두었습니다.

<트루 라이즈>는 '돌비 프로로직'으로 최고라 생각하는 작품이어서, 그리고 <타이타닉>은 극장에서 안봤는데 비디오로 처음 본 영화였기 때문이었습니다.


 

 

 

 

 

[2] 어제 아내와 <타이타닉>을 봤습니다.

극장에서 나와 생각해 보니 이 영화는 DVD도, 블루레이로도 사지 않았던 겁니다.

아마 비디오테이프로 질릴만큼 봐서일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네가 모은 DVD나 블루레이 모두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로 본 녀석들이 대부분입니다.

<터미네이터 2>는 아내가 사온 캐나다 국적의 종이케이스 버전부터 DVD시절의 궁극 컬렉션 스틸 케이스, 블루레이까지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니 <타이타닉>의 부재는 신기하기만 합니다.


집에 와서 책장 뒤에 두고 있었던 <타이타닉> 비디오테이프를 꺼내 봤습니다.

케이스를 열어 놓고 보니 비디오 시절의 추억이 마구 떠오르는 겁니다.

사지는 않았지만 가지고 싶었던 빨란 스포츠카 모양의 테이프 되감기가 생각나고,

비디오 가게 가면 사장님과 몇 십분씩 수다 떨던 시절,

사장님이 챙겨주었던 비디오 관련 잡지들,

몇 페이지 안되는 비디오 신작 안내 광고지들,

이미 빌려간 테이프는 뒤집어 놓는데 어느 날 빨간 색 "대여중" 플라스틱 쪼가리를 케이스에 끼는 것으로 바뀐 게 신기했었지요.

 

 

[3] 사람은 추억으로 사는 것 같습니다.

분명 최신 기술로 다시 다듬어진 영화를 보고 왔는데 집에 돌아와 찾는 것은 이미 25년 전 구닥다리 추억이었습니다.

아.

영화를 보러 간 것 자체가 25년 전 추억을 찾으러 간 거였네요.

 

 

 

[4] 비디오테이프만 달랑 있는 이 <타이타닉>은 조만간 블루레이는 물론 OST까지 살 것 같습니다.

다만, 가격을 보니 장난이 아니군요.

당분간 이 영화의 감동은 주제가로 달래 보렵니다.






12
Comments
1
2023-02-09 13:08:01

 '사람은 추억으로 사는 것 같습니다.' ㅠㅠ

WR
Updated at 2023-02-09 13:34:13

큰아들이 "패트와 매트" 비디오를 버릴 때 제가 아쉽지 않냐고 하니 "이젠 그냥 추억일 뿐이야."라고 하더군요.

이 추억이라는 게 꼭 나이 먹었다고 따라오는 건 아니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1
2023-02-09 13:09:53

폭스라 4k 국내 출시는 안...되..겠죠..?

WR
2023-02-09 13:13:23


저는 우리말 자막이 포함된다면 외국산도 좋습니다.

 

 

1
2023-02-09 13:18:07

특정 영화, 특정 장소에 새겨진 추억은 진짜 소중하지요.

젊은 시절에는 당연하거나 귀찮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중요해지네요. 

그 추억을 위해서 기꺼이 지갑을 열지 않습니까? ^^ 

WR
Updated at 2023-02-09 14:02:10

"기꺼이 지갑을 열"고는 싶은데 우선 "그 추억"이 담긴 블루레이가 국내에서는 중고도 잘 보이지 않네요.
우선 OST LP만 담아 두었습니다.

1
2023-02-09 13:42:23

아니 이건 마그네틱 테이프로 만든, 아주 귀하네요. 

저도 저 리코더 연주를 정말 좋아합니다. 

WR
Updated at 2023-02-09 14:11:47

아마 우리 커뮤니티에 계신 분들은 많이 소장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연주를 처음 듣는 순간부터 좋아했었고, 이 영화의 여운을 잘 살려주는 연주라 생각합니다.

1
2023-02-09 13:46:49

하이라이트 사운드트랙 음반넣고 한정판이라고 비싸게팔던 디비디 생각나네요

WR
Updated at 2023-02-09 14:12:10

여러 버전이 시중에 나온 것은 알고 있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이 영화의 블루레이는 커녕 DVD를 사지 않았습니다.

1
2023-02-09 14:19:10

사람들이 DVD가 뭔지도 잘 모르던.. 당시 삼성에서 나온 터미네이터2가 DVD의 전부인줄 알았던 시절 DP를 통해 타이타닉 DVD가 홍콩에서 팔린다는걸 알았고.. 직구할 자신이 없어서 대구 살던제가 서울까지 가서 5만5천원주고 사왔던 타이타닉 DVD.. 정말 추억입니다~ㅎㅎ

WR
2023-02-09 20:28:16

설마...
다른 일 때문에 기회가 되어 오셔서 사신 거지요?
DVD 사려고 서울까지 오신 건 아니지요?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