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작은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바라본 민희진 사태
작은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업종은 수출입 무역 쪽이고 제조업이 아니라, 매출 규모에 비해 인력을 많이 쓰고 있진 않습니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줄 돈 밀려본 적 없고, 기장료 제하고 세무조정료로 연간 천만원 가까이 지급하니, 대단한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 살만한 정도는 넘는 그런 개인사업자 비스무리한 작은 법인 대표입니다. 관심도 없으실 얘기 주절주절 늘어놓은 이유는 사업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민희진 사태에 대해 두서없이 이야기해 볼까 해서입니다.
사업을 잘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시의적절하고 쌈박한 아이템일수도, 대표의 화려한 언변과 카피바라 뺨치는 친화력일수도, 역사 속 위인들을 닮은 카리스마와 신묘한 용인술 일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사장이 계산 빠릿빠릿하고 성실하며 담도 세다면 금상첨화 겠죠. 근데 이 모든 조건을 앞서는 단 하나의 필요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자본입니다. 무자본으로는 정주영, 이병철이 살아 돌아와도 사업 성공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사업인데 돈이 없으면 진행되는 일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사업상 자본이 곤궁하던 시절에, 정말 운 좋게도 터진 주식 투자덕에 대출로 고생해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혹은 사업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피눈물 흘리시는 분들을 숱하게 봐왔습니다. 신용장 개설이 용이하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사업장을 서울에서 평택으로 옮기는 분도 있었고, 차마 글로 남기는 것이 누가 될 것 같은 참담한 방법으로 빚잔치를 하고 생을 마감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을 신용하지 않습니다. ‘걔는 돈이나 댔지, 일은 내가 다 했어’ 월급사장님들 중에 자기과시욕이 강한 몇몇 분들이 뒤에서 쉽게 하는 말이죠. 정말 웃기지도 않는 개소리입니다.
그 자본을 댄 것이 사업상 제일 중요한 일을 감당한 것입니다. 억지로 정성평가를 해보자면 필요한 자금을 필요한 일자까지 투자한 것은 이미 일의 90프로는 완성시킨 겁니다. 리스크테이킹을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어지간히 성실한 사람이면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적절한 지분과 사장님이라는 직함까지 따라온다는데, 야망이 있고 똑똑한 사람이라면 훌륭히 수행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사업의 성공은 별개의 이야기겠지만요.
하지만 몇 천에서 몇 억까지, 자본주의 사회에선 자신의 목숨 그 자체인 오까네를 투자하는 것은 그것보다는 난도가 훨씬 높습니다. 사업이 안되면 그 손해를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며, 잘되면 약속된 지분보다 더 욕심을 내는 월급사장님들과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야 민희진 얘기를 하네요. 민희진은 150억 별거 아니고 하이브뿐 아니라, 타 기업에서도 비슷한 제안이 들어왔다 얘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를 택한 이유는 있을 것입니다. 다른 곳보다 투자금을 더 불렀던지, 더 높은 지분을 약속했던지, 민희진의 권한을 더 부여했던지, 아니면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모기업의 인프라를 기대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계약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모종의 이유로 방시혁, 민희진 두 사람의 악연은 시작이 되었습니다.
방시혁의 의무는 약속된 돈을 약속된 기한까지 출자하고 민희진에게 약속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의 상황이 어떠하건 방시혁은 계약서에 명시된 모기업 대표의 의무를 충실히 하였습니다. 민희진도 그 탁월한 능력으로 고용사장의 의무를 다 했습니다. 뉴진스는 신드롬급의 인기로 블랙핑크가 부재한 지금 명실공히 넘버원 케이팝 걸그룹이 되었습니다. 높은 기대속에 나온 뉴진스였으나, 그 높은 기대마저 깨부수는 대단한 성과였죠. 민희진은 무자본으로 시작한 사업에서 지분 20프로라는 엔터뿐 아니라 어느 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대우로 보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민희진은 고용된 사람의 입장에서 사업의 성공 못지 않은 또 하나의 의무를 저버렸습니다. 바로 신의 입니다. 사업상 투자 받은 이가 성공을 본인의 능력으로만 돌리고, 자본과 투자자에 대한 존중을 1도 보이지 않으며, 모회사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분명한 결과물을 탈취할 계획을 짜고 있다면. 그 계획의 면밀하지 못함과 허무맹랑함과는 별개로 그 사람은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민희진은 엔터업 뿐 아니라 모든 사업에 적용되는 이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않았고, 계열사 대표인 본인의 위치를 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월급사장이 절대 해서는 안될 행위를 계획하였습니다. 아무리 수백억, 수천억을 벌어준다 한들 그게 본인 거라며 들고 나가려 한다면 무슨 소용입니까? 차라리 능력 없는 월급도둑이 낫습니다. 보십시오 민희진 같은 대도는 회사를 휘 청이게 만듭니다.
다른 지저분한 사연들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합니다. 아이돌 덕후가 아니라면 대중이 굳이 알 필요도 없는 사안들이에요. 본질은 이겁니다. 배임죄가 성립하던 성립하지 않던 회사의 자산으로 회사를 전복할 계획들을 세우고, 주위와 의논하였고, 실행을 궁리하였다면 해임조건은 이미 차고도 넘칩니다. 민희진이 떳떳하다면 장장 두시간에 걸친 욕설 싯다운코미디를 할 것이 아니라 법인 노트북을 감사실에 제출하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 될 일입니다.
저는 방시혁, 민희진 같은 능력자도 아니고, 그들 같은 거부도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참 좋겠습니다.
그저 묵묵히 자기 사업하는 모든 분들에게 안 좋은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희진 사태는 민희진의 계획과 정반대의 결말을 쳐 맞길 바랍니다.
쓸데없이 너무 길게 썼네요.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셨길 바랍니다. 모든 분들께 댓글을 달진 못할 듯싶습니다. 괜히 의무적으로 달게 되는 것도 있고 의견이 다르다고 대댓글로 언쟁을 하는 것도 개인적으론 뭐하는 건가 현타가 와서요. 그냥 저런 생각하는 놈도 있구나 해주십쇼.
이상 아이들 덕에 큐브엔터로 쏠쏠히 벌었으나, 정작 아이돌 소비는 하지 않는 40대 아재가 연예계 가쉽에 과몰입했던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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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회사원으로서, 저런 사람과 같이 일하기 싫어요. 본인의 프로젝트롤 성공시켜도 겸손 할 줄 아는 사람, 그 반대로 실패하더라도 의기소침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같이 일하기 너무 까다로워요. 직급만 다를 뿐이지 지나 나나 둘 다 월급쟁이인건 변함이 없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