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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아마겟돈 타임 - 1980년대 미국 동부의 씁쓸하고 그리운 유년기

 
8
  2006
Updated at 2023-07-31 14:41:31

https://www.netflix.com/title/81608219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추천으로 떠서 보았습니다. (사실 지구종말 재난영화인가 싶은 기대도 약간..)

 

영화는 제임스 그레이 감독이 자신의 유년기 시절을 그린 독립영화입니다. 캐스팅은 블록버스터급으로 화려하고 1980년대를 재현한 무대도 대단한데 이야기는 소박하고 그 결은 역사와 개인, 가족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줍니다.

 

앤 해서웨이, 앤서니 홉킨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주인공은 흑백 아역배우 2명입니다. 시놉시스를 간단히 설명하면, 1980년 뉴욕 퀸즈를 배경으로 톰소여와 허클베리핀 이야기를 쓸쓸하고 현실적인 버전으로 만들었습니다. 심심할수도 있지만 부산영화제, 칸영화제에 초청 받은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무척 몰입해서 보실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주인공 가족은 미국 주류에 차별 당하는 유태인들입니다. 교육열 뜨겁고 서로 사랑하며 차별에 당당히 맞서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레이건을 혐오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이 곳곳에 나옵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흑인에대한 차별은 당연시 하는 위선적인 모습이 숨김 없이 묘사됩니다. 

 

그럼에도 비판적이거나 냉소적인 시선이 아니라 담담하면서도 끄덕끄덕 이해하는 톤이 좋았습니다. 현실이란건 늘 그런 모순과 부족함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문제를 숨기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게 이런 영화의 힘인 것 같습니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여서 더 그런 애정과 그리움, 미안함 같은 것이 스크린 곳곳에서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재현한 1980년대 미국 뉴욕 퀸즈의 풍경은 비슷한 또래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의 1980년대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시기, 사람들은 동네에서 소박하면서도 성실하게 살아갑니다. 때때로 폭력적인 문화와 차별적인 시선, 이념대립을 공고히하는 정치가 우리 삶에 쓱 들어옵니다. 차별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내고, 폭력적인 정치를 비판하며, 가족을 돌보고 아이들을 교육시키며 미래의 희망을 위해 성실하게 살아가신 그 시대 어른들의 모습은, 이 영화에 나오는 같은 시기 미국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학교나 거리 풍경 조차도 왠지 다르지 않은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아래 스포일러 부분은 흰색으로 씁니다.)

 

여기에 더해, 정작 우리보다 더 소수인 이들이 우리 곁에 다가오거나 우리 아이들의 친구가 되면 어른들은 긴장하고 좀 더 노골적으로 떼어두려 하고, 결정적인 시기에 가해자가 되는 모습까지도 어쩜 이리 똑같은지. 이 또한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한 소박한 마음이지만 말이죠.

 

마지막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들을 흑인 친구와 떼어놓고 "다시는 그 아이를 못 볼 것"이라고 말하면서 아버지가 집에 들어옵니다. 아내와 할아버지 할머니는 TV로 레이건의 대통령 당선을 보면서 혀를 찹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느냐. 세상이 결국 핵전쟁으로 망하고 말 것이다." 아버지는 아무 말 하지 않습니다.

 

 삶은 어떻게 보면 비슷하고 되풀이되는 것 같습니다. 때로 절망스럽고, 때로 부끄럽고, 드물게는 위선적이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를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합니다. 언젠가는 이 부끄러움과 절망과 위선을 털어놓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혹 그러지 못하더라도 다음엔 덜 부끄럽고 덜 위선적인 나이길 바라면서 말이죠.

 

제임스 그레이라는 감독을 기억하게 하고, 이런 작고 소박한 영화에 해서웨이나 홉킨스 같은 명배우가 출연한데에 또 깊은 인상을 받게 한 영화, 나의 80년대와 지금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 좋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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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3-05-25 17:56:43

감독 이름 보고 찜해놓은 상태인데 감상기
보니 꼭 봐야겠네요.

1
Updated at 2023-05-26 11:08:52

관심이 가는 주제와 소재네요


정성어린 소개글 잘읽었습니다.  


소개 감사드립니다. 


제 시스템이 이상한건지 스포 부분은 긁어도 보이지가 않네요. 윈도우에서만 보이는건지 ... (맥 사파리입니다)

WR
2023-05-26 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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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05-26 13:55:40

인도 출장 다녀오는 아시아나 비행기에서 지난 금요일밤에 보았습니다.

감정 변화 크게 없으면서도 뭔가 먹먹하고 공감이 되기도하고, 생각도 많이 하면서 본 영화입니다.

영화 보고나서 살짝 마음이 무거워지고 서글프기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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