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제주 여행, 아픈 곳들 (스압)
작년 말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홀로 제주에 갔습니다. 서귀포에 방 잡고 일주일 간 그날그날 가고싶은 곳 아무데나 돌아댕겼죠. 급할 거 없이 이곳저곳 버스, 배, 자전거, 킥보드, 뚜벅이로ㅎ
다들 아시겠지만, 지도앱으로 제주를 보면 아픈 기억을 간직한 곳이 참 많습니다. 그저 관광차 방문하기엔 미안하면서 무거운 감정이 딸려오죠.
구석구석 다니다보면, 정말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제주의 아픈 기억을 간직한 곳이 예상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더군요. 여행 중 일부러 찾아가고, 또 우연히 보게된 그런 곳들을 올려봅니다.
알뜨르 비행장입니다.
일본이 2차대전 당시 중일전쟁의 전진기지로 사용했습니다.
철근으로 제작된 제로센의 외형.
걷다보면 근처에 관제탑 구조물이 남아있습니다.
계단 올라가는 건 금지더군요. 아쉽..
비행장에서 올레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섯알오름이 나옵니다.
1950년 8월 20일, 이 곳에서만 약 252명이 학살됩니다.
당시 예비검속 희생자들이 가족들에게 자신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알리기 위해 고무신을 벗어놨다고 하죠.
추모비를 지나 안쪽으로 가보면 구덩이가 나옵니다.
일본이 탄약고로 사용하던 곳인데, 1945년 일제가 패망하며 미군에 의해 폭파.. 오름의 절반이 함몰되며 지금같은 구덩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1950년, 예비검속에 사용됩니다.
일본의 무기탄약고에 사용됐던 철근 콘크리트.
폭파의 흔적에 더해 학살이 자행된 장소라서인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곳이네요..
오름을 따라 걷다보면 고사포진지가 나옵니다.
아래부터는 다른 날, 오름 따라 걷다보니 동굴이 하나 있더군요.
4.3 당시 피바람을 피해 산으로 도망간 주민들이 숨어든 굴. 제주의 오름과 산 곳곳엔 그런 곳이 많다더군요.
여기서도 수 십명의 유골이 발견됐습니다.
아래는 밤에 산책길 걷다보니 나온 잃어버린 마을 비석.
안타깝지만 늦은 시간이라 더이상 가보진 못했네요.
지도를 보면 제주엔 잃어버린 마을이 참 많더군요. 학살로 마을 전체가 사라져버린..
4.3의 비극이 시작된 관덕정입니다.
조선시대인 1448년 세워진 이래 수많은 제주 역사의 굴곡을 겪은 곳으로, 조선 군사들의 활쏘기, 제주 최초의 5일장, 이재수의 난 당시 교인 척살, 이덕구의 시신 전시 등이 행해진 장소라는군요.
무엇보다 1947년 3월 1일, 기마경찰에 의해 치인 아이가 있었고, 그 사건이 4.3으로 이어지죠.
마지막은 정방폭포입니다. 여기선 250여 명이 학살당했습니다.
그리고 이승만은 이 곳을 시찰하며 기념촬영을 했죠. 그는 그런 자였습니다..
무거운 사진만 있었네요. 제주를 여행하다보면 아픈 장소가 곳곳에 있죠. 그럼에도 생각나면 다시 방문하게되는, 아름답고도 기억해야 할 것이 많은 그런 곳이네요.
다음엔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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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매번 제주를 갈때마다 예쁜 곳, 맛집만 찾아 다녔던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다음에 갈때에는 아이랑 꼭 한번 들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