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잼 조진수가 차린 부산 보수동의 에스프레소바
이달 초 부산을 놀러갔다가 방문한 에스프레소바 컵피옥(커피옥 아닌 컵피옥)입니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근처에 있는 커피숍으로 조진수가 운영하는 에스프레소바입니다. 작년 4월 중순 개업했죠. 1990년대 혼성 그룹으로 그야말로 원 히트 원더의 폭발적 인기를 누린 그 조진수 맞습니다. 잼 리더 조진수, 본명은 조민건. 요즘도 예명과 본명을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더군요.
지나다 우연히 들른 건 아니고 계획 하에 방문했습니다. 평소 조진수에 대한 관심으로 과연 누가 읽었을까 싶은 자서전도 구해 읽었고 작년 본인 고향인 부산에서 커피숍 차렸다는 소식을 유튜브 인터뷰를 통해 우연히 듣고는 부산에 가면 꼭 가보고 싶단 생각을 하다가 이번에 가게 된거죠. 에스프레소바라서 가보고 싶었던 이유도 따랐습니다. 작년에 다른 에스프레소바를 갔다가 만족해서 에스프레소바 간판이 보이면 눈여겨 보곤 했죠. 가볍게 한잔 얼른 마시고 싶을 땐 괜찮더군요.
근데 조진수 에스프레소바는 기본 에스프레소가 너무 비싸서 부담이죠. 뜨거운 아메리카노 값과 동일한 빽다방 1,500원짜리 더블 에스프레소까지 갈 순 없더라도 압구정cgv 근처에 있는 에스프레소바 고이스트는 기본 에스프레소가 1,900원이고 그외 요즘 곳곳에 생겨난 에스프레소바도 기본 에스프레소는 3천원 미만인 곳이 많은데 조진수 에스프레소바는 아메리카노와 동일한 4천원이더군요. 집에서 너무 멀어서 다음에 또 갈 일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재방문을 한다면 그냥 아메리카노 먹을 듯. 기본 에스프레소 외 가격에는 수긍이 되는데 커피숍의 지향점인 에스프레소의 기본 메뉴는 다른 에스프레소바 대비 비싸단 생각입니다. 궁금해서 에스프레소도 먹고 일반 커피도 먹었는데 맛은 4천원 받을만하긴 했습니다.
시각디자인학을 전공한 조진수가 본인 전공과 연관시켜 에스프레소바에 갤러리바 형식을 접목한 커피숍입니다. 여기서 전시도 하고 가끔 공연도 펼치죠. 조진수가 재즈밴드를 결성해 재즈앨범도 낸 재즈 가수이기도 해서 이곳에선 주로 재즈 곡을 부르죠. 환경 사업에도 발을 담그고 있어서 스타벅스처럼 조진수 카페에서도 종이 빨대를 주는군요.
잼 해체 후 형 따라 오랜 시간 병행한 미용사 직업 외에도(지금은 미용사는 하지 않고 탈모 관련 증모 일을 하고 있는) 이것저것 하는 건 참 많은데 연예인 운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멤버간의 불화로 해체된 잼 1집 시절에 다 몰린 듯한 조진수의 첫 커피숍. 요식업은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1990년대 압구정에서 오바이트라는 실내 포차를 운영한 적도 있다죠.
위치는 보수동 책방골목 근처입니다. 아담한 규모로 깔끔했는데 눈에 띄는 건 역시 곳곳의 조진수 사진들. 본인 사진을 엄청 많이 진열했습니다. 갤러리바 미관을 헤치지 않는 수준으로 최대한 밀집시킨 흔적들. 근데 뭔 이렇게 벗은 사진을 심어놨는지 살짝 민망.
인터넷에서 보기 힘든 사진들이 많아서 볼만합니다. 잼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이죠.
일본 문화 개방 전의 수혜였던 잼 1집 시절
계획적으로 차용한 일본의 주와 히카루 겐지와 성공적 이식 혹은 카피
잼 해체가 조진수 대 나머지 멤버들의 불화였고 그럼에도 활동 의욕으로 2인조, 4인조로 재편되어 3집까지 냈으며 1990년대 인기 그룹으로 소환되면서 콘서트 7080에 완전체로 오르기도 했지만... 잼 멤버들과는 연락하지 않고 지낸다죠. 전에는 조진수도 잼에 대한 애정으로 잼 멤버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ebs 화해 프로젝트 용서에 황현민과 출연하기도 했지만 더 세월이 지나면서 요즘은 그냥 한 시기 필요에 의해 만난 직장 동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근데 뭔 이렇게 벗은 사진을 곳곳에 끼워놨는지 발그레...
연예인 운이 다 몰린 듯한 잼 1집과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공은 한 2인조 잼 2집 음반은 진열했는데 윤현숙 빼고 다시 모인 잼 3집 시절은 흑역사로 생각하는지 음반 진열에서 제외했더군요.
잼이 연말 시상식 전에 해체된 바람에 그렇게 인기를 얻고도 신인상 하나 못 받았죠. 그렇다고 조진수의 솔로 활동이 성공적인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그런가 진열된 명패도 좀 궁색해 보인.
화장실에도 조진수 사진이 엄청 많이 걸려 있습니다. 자신을 알리고 싶은 불굴의 의지. 매장에는 잼 시절을 비롯한 개인 사진을, 화장실엔 많은 연예인들과 찍은 인증 사진을 걸어뒀죠.
매장 전경. 아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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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진과 정성스러운 글 잘 감상했습니다. 시간 내면 한번 가보고 싶긴 한데, 에스프레소 가격이 많이 비싸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