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콤 윌킨슨을 소개했으니,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레미제라블’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 뮤지컬이 메가 히트를 친 데에는 빅토르 위고 원작이라는 치트 키를 쓴 덕도 있지만, 오늘날 원작 소설보다 더 큰 명성을 안겨준 원 제작자이자 작사가인 알랑 부브릴과 작곡가 클로드-미셸 숀버그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이라 위에 보시듯 여러 버전의 CD를 모았습니다. 왼쪽 위부터 소개하면… (연도는 각 음반의 첫 발매연도)

- 프랑스 컨셉트 앨범 (1980): 오리지널 프랑스 제작팀에 의해 공연된 초연 앨범으로서 불어로 노래 부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 버전과는 상당히 다르지만, 이 뮤지컬의 초기 형태라는 의의와 프랑스어가 주는 색다름으로 인해 나름 재미있습니다.

-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 레코딩 (1985): 프랑스 컨셉트 앨범에 감명을 받은 카메론 매킨토쉬가 영어판을 내놓기로 결심하여 새롭게 제작한 공연의 앨범입니다. 곡과 가사는 영어 번안 과정에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버전으로 많이 수정되었습니다. 콤 윌킨스가 장발잔 역을 맡아, 오랫동안 이 역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습니다.

-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 레코딩 (1987): 1장짜리 하일라이트판입니다. 원래는 미국 극장 조합 측에서 자기네들 내규를 들어 외국인인 콤 윌킨슨의 배역을 강경하게 반대했으나, 카메론 매킨토쉬가 공연을 아예 무산시키겠다고 더 강경하게 으름장을 놓자 물러섰다고 합니다.

- 독일 오리지널 레코딩 (1988): 독일 여행갔을 때 사온 독일 프로덕션 녹음입니다. 독일어로 되어있어 도저히 적응이 안됩니다. (프랑스 사람들 입장에선 영어 버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 컴플릿 심포닉 인터내쇼널 캐스트 레코딩 (1989): 이 뮤지컬이 히트쳐 전세계적으로 공연되자, 그중 3개의 프로덕션을 골라 새롭게 녹음한 앨범. 장발잔 역은 개리 모리스가 맡았습니다. 제가 가진 음반은 1장짜리 하일라이트 라이선스반입니다.

- 로얄 알버트홀 콘서트 (1996): 제작 10주년을 기념하여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한 앨범. 저의 최고 애장반으로서, 콤 윌킨슨을 비롯하여 자베르 역에 필립 퀘스트 등 각 배역에 거를 타자가 없는 최고의 타선으로 구성된 출연진입니다. 이 실황은 당시 DVD로도 나왔는데, 공연실황인 줄 알고 샀다가 갈라 콘서트(그래도 풀 코스튬입니다)인 걸 알고는 반품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가장 나중에 나온 25주년 기념 갈라 콘써트 음반은 알피 보(Alfie Boe)가 장발잔 역을 노래했는데, CD나 동시에 나왔던 블루레이는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알피 보는 정통 테너와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워낙 윌킨슨의 목소리에 익숙한 터라 자주 들을 덧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알피 보의 다른 음반들은 구입했습니다.)

콤 윌킨슨 “Who am I?”

https://www.youtube.com/watch?v=VyOVA_W4og4

알피 보 “Who am I?”

https://www.youtube.com/watch?v=oAXlynjt1GQ

추신. 휴 잭맨이 장발잔을 맡은 영화 버전은… 아… 기억에서 삭제하고 싶네요. 특히 전체 분위기를 거하게 말아먹은 러셀 크로우 때문에… (휴 잭맨, 너도 마찬가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