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딸아이가 고백을 받았습니다.
저희 가족 주말 아침은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곤 합니다.
집 근처에 매장이 없어서 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주로 중2 큰 애와 같이 갑니다.
큰애가 차에서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요.
샌드위치 사러가는 길에 딸아이가 뜬금없는 질문을 합니다.
"아빠, 내가 예쁘게 생겼어?"
"흠... 아빠로서의 대답을 원하냐, 객관적인 대답을 원하냐?"
"객관적인 대답."
"아니!"
"그렇구나."
"근데 왜? 갑자기 외모에 관심이 생겼어?"
"아니. 해민(가명)이가 나보고 예쁘대."
해민이는 큰애의 단짝 친구입니다.
"하하하, 친구가 아빠보다 낫네. 아빠 눈에는 우리 딸 예쁘지."
"됐어, 수습하지마."
그러고 다른 이야기 하다가 해민이라는 그 단짝친구 근황을 물었습니다.
"몰라. 이제 걔랑 연락 안 해."
"왜? 싸웠어?"
"아니."
"그럼 왜? 무슨 일 있어?"
"음... 해민이한테서 고백 받았어. 걔가 나 좋아한대. 자기 양성애자래."
"뭐? 무슨 얘기야? 혹시 우정을 착각하는 거 아니야?"
"아니래. 처음 본 순간부터 내가 너무 예뻐서 반했대. 거기다 성격까지 좋아서 사랑에 빠졌대."
아... 그래서 예쁘냐고 물은 거였구나.
"금요일까지만 해도 같이 잘 놀았잖아. 언제 그런 얘기를 했어?"
"어제 저녁. 카톡으로."
"그래서 넌 어떻게 얘기 했어?"
"어떡하긴... 카톡, sns 전부 차단했지."
"학교에서는 어쩔려고?"
"모른 척 하고 지내야지. 친구들이 물어보면 그냥 멀어지게 됐다 그러고."
"아빠도 이런 경험 있어?"
"아니, 없지. 엄마한테 물어볼까?"
"아니, 엄마한테는 말하지마. 그나마 아빠니까 말하는 거지, 엄마는 알면 난리가 날 거야. 엄마 엄청 보수적이잖아."
"그래... 그나저나 넌 어떻게 처음으로 받은 고백이 상대가 여자냐?"
"남자한테도 고백 한 번 받은 적 있어! 전혀 관심없는 애라 내가 차버려서 아무 얘기 안 한거야."
"그래, 그렇구나..."
그러다 저녁에 또 딸아이와 얘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너도 힘들겠지만, 해민이도 고통스럽겠다."
"몰라. 내 멘탈 챙기기도 힘들어. 걔 신경쓸 여력 없어."
"그래, 그렇겠다..."
딸아이가 많이 혼란스러워합니다.
저는 담담한 척 얘기했지만, 사실 딸아이보다 더 혼란스럽습니다.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안 가지려고 노력합니다만, 막상 이게 내 딸의 일이 되니 굉장히 당황스럽습니다.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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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이 동성애나 양성애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도가 높아서 문제는 안될거 같아요.
특히 여학생들은 어렵지 않게 경험하게 되는 경우인데...고백한 그 친구에게 따님의 입장(이성애자라던가..)를 잘 설명하고 친구로써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고 이야기했으면 어떨까 싶은데 아직 어려서 당황스러움이 더 컸을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