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삼체는 흠잡을 데 없는 명작이네요
소설 <삼체>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읽지는 못 했어요.
원작을 아직 못 본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드라마 <삼체>는 정말 흠잡을 데 없는 명작이었습니다.
몇가지 이 드라마의 장점을 간략하게 적어보면
1. 각본과 연출이 굉장히 촘촘하다.
- 이 드라마는 중간에 그냥 허비하거나 억지로 시간을 끌기 위한 씬이 거의 없습니다. 정말 단 한 장면도, 단 한 마디의 대사도 허투루 소비하지 않고 촘촘하게 시간을 써내요. 마치 물리학자가 단 하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 처음 부터 끝까지 모든 요소를 철저하게 계산해서 수식을 써내려가는 것처럼요.
- 극중 모든 배우가 그런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웨이드'역의 배우가 자꾸 생각나네요. 엄청난 절대권력과 목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 웨이드는 자기가 말하는 '오직 직진'의 이념을 표정과 몸짓과 대사를 통해서 끊임없이 확고히 관객들에게 주지시켜줍니다.
- 관객들로 하여금 한 캐릭터의 색깔이 연해지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을정도로 끊임없이 또 칠하고 또 칠하고 진하게 덧칠해 가는데 이 부분이 저는 정말 좋았습니다. 개연성과 핍진성이 떨어지는 많은 작품들이 이 작업을 소홀히 하거나 대충 뭉게고 넘어가기도 하는걸 자주 목격했거든요.
2.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훌륭하다.
- 흔히 말하는 발연기를 하는 배우는 찾아볼 수 없을정도로 배우들이 각본을 온전히 소화해낸거 같아요. 중국을 배경으로한 씬들의 배우들도 후의 배경이 되는 런던쪽 배우들도 저는 개인적으로 웡을 제외하고는 잘 모르는 배우들이었는데 정말 멋진 연기들을 펼쳤다고 생각해요.
- 심지어 몇 씬 안 잡히는 조연들도 작품에 잘 녹아드는 연기를 펼쳐낸 것 같습니다.
3.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스토리텔링
- 제 지인들은 초반 몇 편을 보고 뭔 소린가 싶어서 중도하차했다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정말 쉽게 이야기 해주는 어린이 동화같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물리학을 이야기 하고 물리학자들이 주를 이루는 내용이지만 감상하는 사람이 물리학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어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너무 지루하거나 어려운 내용은 잘 다루지 않아요.
- 그리고 혹시 물리학 개념을 다루더라도 앞서 말한 것처럼 촘촘하게 각본이 짜여져 있어서 연필 꽉 쥐고 듣지 않아도 스무스하게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죠. 어린이들이 동화를 들을 때 머리 쥐뜯으면서 듣지 않고 흘러들어오는 대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 원작의 힘인지? 아니면 아니면 각본의 힘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아주 잘하는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4. 어설프지 않은, 또는 훌륭한 CG
- 전 CG 전문가도 아니고 디테일은 잘 모르지만 제가 느끼기에 <삼체>의 CG 표현은 정말 훌륭했던 것 겉아요.
- 눈 앞에 카운트 다운 숫자가 보이는 것에 대한 연출, 하늘의 별이 깜빡이는 연출, 전 세계 하늘에 커다란 눈이 생기는 연출, 정체를 알 수 없는 게임기와 플레이를 하는 연출 등등 모든 부분에서 SF 작품의 가치를 지니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5. 특히 기억나는 에피소드 : 5화 심판호 작전...
- 저는 최근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이런 장면은 처음 봤어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적으로 썰고 학살해버리는데 그 묘사가 꽤나 생생합니다. 전 원작을 모르니까 작전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 상태로 봤는데 한명의 생존자 없이 어린아이까지 잔인하게 썰어버리더군요. (물론 어린이 잘라버리는 묘사는 없고 결과만 있지만요)
- 어떤 지식인이나 학자의 연구결과가, 또는 어떤 인간들의 과감한 도덕적인 잣대가 어떤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지 보여준 굉장히 공포스러운 장면이었어요.
- 혹자는 어떻게 저런 결정을 내리는데 동조할 수 있느냐 라고 하지만 하늘 위의 별이 깜빡거리고 외계인의 존재가 확실해졌고 그들이 우리의 문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상황이라면 생명의 무게에 저울질할 시간조차 없이 선택을 해야되는 순간에 맞딱드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오기의 선택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 친구도 외계인 지지세력에 끔찍하게 살해당했고 자신의 연구결과가 위기로부터 인류 문명을 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게다가 실제로 역사적으로도 많은 과학자들이나 학자들이 엄청난 대학살을 할 수도 있는 선택에 일조를 한 적이 있으니까요.
이래저래 저한테 <삼체>는 정말로 훌륭했던 SF 드라마로 기억될거 같아요.
훌륭한 시즌의 피날레 이후 앞으로 시즌2가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겠지만 일단 확실한 건 소설 <삼체> 부터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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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소설 전권을 읽은 사람으로서 괜찮게 드라마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이 워낙 방대해서 이걸 드라마로 만들면 늘어질 수도 있는데 과감하게 생략하고 주된 내용으로 전개를 빠르게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소설이 과학이론 기반으로한 상상력 풍부한 스토리는 아주 좋은데, 사실 등장인물 심리 묘사가 조금 취약하거든요(작가도 인정) 근데 이 드라마는 인물 묘사도 제대로 보강해서 잘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