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삼체 :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 (스포 거의 없음)
우선 말씀드리면 소설과 넷플판 드라마는 상당히 다른 경험입니다.
1. 소설은 철학적인 하드SF, 넷플판은 SF미드
소설 : 하드SF에 해당하고, 사실 과학적, 우주적인 새로운 개념뿐만 아니라 인류의 본성에 대한 깊은 고찰도 담고 있는 한마디로 빅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책입니다. 그 분야에서는 별다른 이견없이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아시아 SF로는 최초로 서구권 SF소설 최고상들 수상)
여기까지 들으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지루할 듯 싶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개념들을 잘 설명해주고 전개가 좋아 긴 책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힙니다. 다만 등장인물들은 다소 평면적인데 이건 작가도 나중에 북토크 등에서 인정을 했습니다.
넷플판 드라마 : 과학적 개념에 대한 설명보다는 대중을 위한 드라마로 만드는데 치중했습니다. 당연히 줄거리를 단순화했구요. 이를 위해 소설 내용의 일부는 생략하고, 하드SF적인 부분은 단순화하거나 생략하기도 합니다. 등장인물들의 역할도 합치거나 나누어서 새로 배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없어진 인물도 있고 새로운 인물도 있습니다. 이게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관계성을 부각하는데는 나아진 면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과학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인도 따라오기가 어렵지 않게 되고 인간관계에 대한 공감도 더 커집니다.
하지만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인 충격적이고 새롭고 커다란 개념들은 뒷전으로 밀린 면이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에서도 주요 개념은 대체로 다루고 넘어가지만, 대충 넘어가면서 말 그대로 스토리 진전을 위한 도구에 그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획기적이고, 사고하게 하는 이야기를 듣는게 아니라 그저 잘 만든 SF 미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과학에 문외한인 분들은 설명이 부족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작년에 나온 중국판 드라마는 소설을 거의 판박이로 드라마화했습니다. 두세가지 달라진 점이 있긴한데 큰 차이는 없습니다. 1권 분량을 1시즌 30부작으로 내놓았죠. 이 버전도 좋기는 한데 길어서 저라면 차라리 책을 읽겠습니다)
2. 소설은 중국/중국인, 넷플판은 인종적 배분
소설 : 중국이 주된 배경이고 중국인이 주요 역할을 맡습니다
넷플판 : 3명을 제외하고는 타 인종이 역할을 맡습니다. 이건 넷플의 시청자를 생각할 때 이해가는 선택입니다.
3. 저의 평가
넷플판 드라마는 드라마로서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1권 분량을 8부작 대중용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구요. 소설의 시각화도 잘된 편입니다.
하지만 책의 빅아이디어를 접하고 받았던 충격에 비하면 확실히 약하네요. 그 빅아이디어들이 이 소설을 다른 이야기들과 차별화하는 주된 요인이었기에 이건 분명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드라마를 보셨다면 책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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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석삼촌님. 정말 잘 정리해 주셨고 제가 넷플릭스 삼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점, 부족했던 점들을 정말 제대로 콕 짚어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