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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삼체 :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 (스포 거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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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3-29 11:33:24

우선 말씀드리면 소설과 넷플판 드라마는 상당히 다른 경험입니다.  

 

1. 소설은 철학적인 하드SF, 넷플판은 SF미드

 

소설 : 하드SF에 해당하고, 사실 과학적, 우주적인 새로운 개념뿐만 아니라 인류의 본성에 대한 깊은 고찰도 담고 있는 한마디로 빅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책입니다. 그 분야에서는 별다른 이견없이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아시아 SF로는 최초로 서구권 SF소설 최고상들 수상) 

   여기까지 들으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지루할 듯 싶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개념들을 잘 설명해주고 전개가 좋아 긴 책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힙니다. 다만 등장인물들은 다소 평면적인데 이건 작가도 나중에 북토크 등에서 인정을 했습니다.  

  

넷플판 드라마 : 과학적 개념에 대한 설명보다는 대중을 위한 드라마로 만드는데 치중했습니다. 당연히 줄거리를 단순화했구요. 이를 위해 소설 내용의 일부는 생략하고, 하드SF적인 부분은 단순화하거나 생략하기도 합니다. 등장인물들의 역할도 합치거나 나누어서 새로 배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없어진 인물도 있고 새로운 인물도 있습니다. 이게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관계성을 부각하는데는 나아진 면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과학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인도 따라오기가 어렵지 않게 되고 인간관계에 대한 공감도 더 커집니다. 

  하지만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인 충격적이고 새롭고 커다란 개념들은 뒷전으로 밀린 면이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에서도 주요 개념은 대체로 다루고 넘어가지만, 대충 넘어가면서 말 그대로 스토리 진전을 위한 도구에 그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획기적이고, 사고하게 하는 이야기를 듣는게 아니라 그저 잘 만든 SF 미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과학에 문외한인 분들은 설명이 부족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작년에 나온 중국판 드라마는 소설을 거의 판박이로 드라마화했습니다. 두세가지 달라진 점이 있긴한데 큰 차이는 없습니다. 1권 분량을 1시즌 30부작으로 내놓았죠. 이 버전도 좋기는 한데 길어서 저라면 차라리 책을 읽겠습니다) 

  

2. 소설은 중국/중국인,  넷플판은 인종적 배분

소설 : 중국이 주된 배경이고 중국인이 주요 역할을 맡습니다

넷플판 : 3명을 제외하고는 타 인종이 역할을 맡습니다. 이건 넷플의 시청자를 생각할 때 이해가는 선택입니다. 

 

3. 저의 평가

넷플판 드라마는 드라마로서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1권 분량을 8부작 대중용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구요. 소설의 시각화도 잘된 편입니다. 

하지만 책의 빅아이디어를 접하고 받았던 충격에 비하면 확실히 약하네요.  그 빅아이디어들이 이 소설을 다른 이야기들과 차별화하는 주된 요인이었기에 이건 분명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드라마를 보셨다면 책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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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4-03-29 11:29:55

 역시 우석삼촌님. 정말 잘 정리해 주셨고 제가 넷플릭스 삼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점, 부족했던 점들을 정말 제대로 콕 짚어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WR
Updated at 2024-03-29 11:36:58

감사합니다 샴페인님^^  많이 부족하지만, 그 소설시리즈를 감명깊게 읽어서 써보았습니다. 

2024-03-29 11:36:42

저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중국 친구가 추천해 줘서 영어로 꾸역 꾸역 1권을 읽다가 2권부터는 한글로 읽었는데요 정말 좋았거든요. 심지어 이 책을 소개해 준 친구를 다시 보게 될 정도로 좋았습니다(최근에 저는 이사카 고타로의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이 친구에게 추천해 주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분이 저에게 직접 추천해 준 책인데 정말 좋았거든요).

 

사실 궁금했어요. 삼체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드라마로 만들기 정말 힘든 원작소설이잖아요. 그런데 나름 지루하지 않게 이 정도로 뽑아낸 것은 드라마 제작팀을 칭찬해야겠지만 뭐랄까 삼체의 근간을 이루는 심오함이나 장대함은 좀 느껴지지 않아서 불만이었는데 정확히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지 모르고 있던차에 우석삼촌님의 정곡을 찌르는 리뷰에 감탄했습니다. ^^

WR
Updated at 2024-03-29 12:06:06

샴페인님도 팬이셨군요. 반갑습니다. 저도 영문판으로 읽었습니다.  

저는 사실 좋아하는 책이 왕겜팀에 의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재작년부터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관한 글도 디피에 한두개 썼었구요.) 그러다가 드디어 나와서 단숨에 시리즈를 보았고, 기대한거 보다 매끄럽게 나와서 처음에는 만족했었습니다. (아마 이 방대한 책을 어떻게 드라마로 만들건지에 대한 우려가 불식됨에 대한 안도감이었겠죠) 

근데 다 보고나서 곰곰 생각해보니 책이 저를 흥분시킨 요소들이 희석되어 있더군요. 드라마가 좋기는 한데 이건 좀 아쉽다는 느낌이 들어서 써봤습니다.  많이 부족한 평을 좋게 봐주셔서 다시 감사합니다^^ 

WR
Updated at 2024-03-29 12:06:24

저도 샴페인님 덕분에 이사카 고타로의 책을 알게되었네요. SF소설 좋아하신다면, 제가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시리즈는 Martha Wells의 Muderbot Diaries 시리즈, Ann Leckie의 Ancillary (Imperial Radch)시리즈입니다.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네요^^ 

2024-03-29 12:33:37

저와 우석삼촌님이 비슷한 세대이니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어렸을 때 SF 소설이 따로 빨간색의 표지로 해서 외국 단행본들이 많이 나왔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정말 많이 읽었었는데 요즘은 사실 SF 에 좀 시들해졌습니다. 그래도 남들 다 본다는 책들은 보고는 있는데요(앤디 위어의 작품들이나 기타 등등 ^^) 말씀하신 책은 뭐 전혀 모르는 책과 작가네요. ^^

 

제가 언급한 고타로의 소설은 아무 스토리도 모르고 백지상태에서 보셔야 좋습니다. ^^(거의 모든 책들이 그렇지만 말입니다 ^^). 사실 제가 SF 를 좋아하는지도 까먹고 있었어요. 지금 읽는 책들은 워낙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을 보는 편이라서 그렇네요. 

 

제가 사는 이곳의 동네 도서관에서는 미국에서 발간된 거의 모든 책을 전차책으로 킨들에 빌려볼 수 있어서 영문판으로 본 책이 참 많습니다. 사실 미국에 살아도 아직도 책은 한글로 더 많이 보거든요. ^^

 

오랜만에 DP 회원님과 책 이야기 하니 좋네요. ^^

2024-03-30 00:09:23

아참 노파심에 말씀드리는데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SF 가 아닌 그냥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읽고 나면 반드시 한번 더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책입니다. 제목만 보면 SF스럽기는 하네요. ^^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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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1 13:56:57

그건 짐작했습니다 ^^ 그래도 좋은 책 소개에 감사드립니다

2024-03-29 12:46:55

드라마 보면서 과학에 대한 관심이 조금만 있어도 너무 재밌게 볼 수 있겠다고 와이프한테 계속 추천했는데도 안보더라구요;;; 전 과학에 관심이 좀 있는 편이라서 드라마 보는 내내 내가 생각해봤던 문제,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 다양하게 있어서 엄청 만족했었는데요.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WR
Updated at 2024-03-29 13:24:05

아쉽네요. 같이 보셨으면 좋았을텐데. 이런거 같이 보고 이야기하는 재미도 쏠쏠하죠. 

저도 소설과 비교해서 그렇지 드라마에도 상당히 만족했습니다. 과학에 관심있으시면 책을 읽으시면서 또 다른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4-03-29 12:57:31

삼체 항상 읽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넷플릭스 드라마로 대신할까 했는데 쓰신 글을 보니 생각도 못했던 새로운 개념 이런걸 좋아해서 일단 소설부터 읽어야겠습니다. 

WR
2024-03-29 13:29:52

가장 큰 줄거리는 사실 비슷합니다. 하지만 줄거리도 중요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도 중요하죠. 그리고 책에서는 새로운 개념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더군요. 소설도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2024-03-29 21:58:07

저도 막상 손에 안 들어 그렇지 시작하니 속도감 있게 읽혀집니다. 얼른 시작하십시오. 저도 1권 끝나갑니다.

2024-03-29 13:31:45

보면서 설정만 놀라웠지 시큰둥했던 게 원작과 다른 부분 때문이었더라구요.

어쩌구한 삼체인이라는데 그런 고도의 VR기기라든가

미스터리 하드 SF라는데 인물들만 많았지 이랬다저랬다 하고만 있고


암튼 저한텐 원작을 읽고 봤으면 나았을지도요.

WR
Updated at 2024-03-29 14:02:19

원저자는 기본적으로 과학분야 작가라 과학적, 철학적 전개에 중점을 두었지만, 사실 드라마는 다큐가 아닌 이상 등장인물들의 감정, 행동, 관계에 의해 이끌려가니, 대중용 드라마 제작자들의 선택에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책에서는 미스터리를 서서히 풀어가는 재미가 있는데 드라마는 8부작이다보니 비교적 일찍 밝혀집니다. 

그리고 사실 소설 시리즈도 1권에서 기반을 닦고, 주요 테마와 전개는 2권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더군다나 드라마에서는 1시즌에서는 주제, 개념이 선명히 부각되지 않더라구요. 

책을 읽어보시면 더 이해도가 넓어지시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2024-03-29 14:04:08

드라마에서 그런 설정다 연출하면 사람들 안 볼겁니다

WR
Updated at 2024-03-29 14:13:49

맞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넷플드라마로 만든다고 할 때 우려했던 거구요. 제작자는 드라마에 맞는 선택을 했고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잘 빠졌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그 과정에서 엷어진 중요한 부분이 있죠. 그래서 안읽으신 분들께 책도 추천드렸습니다. 

2024-03-30 00:21:29

시즌2에서 2권 결말은 살려낼 수 있을것 같긴 한데...

다음 세대로 넘어갈지, 아닐지는 잘 모르곘네요

3권은....영상화 안되길 바랍니다 ㅎㅎㅎㅎ

2권 결말로 시즌2 끝내는게 좋을것 같아요

WR
2024-04-01 14:00:08

시즌2가 사실상 본론이므로 저도 기대하고는 있습니다.  얼마나 잘 구현할 지는 모르죠. 

말씀하신대로 3권은.. 워낙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이라 가능할 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Updated at 2024-03-30 10:16:56

드라마에 너무 실망했습니다. 삼체에서 멋있는 설정만 가져와서 과학성 개연성 내팽개치고 아무렇게나 짜집기만한 드라마더군요.

WR
Updated at 2024-04-01 14:04:16

책과 비교하니 그렇기도 합니다. 과학적 설명도 조금 더 능숙했으면 하구요. 

근데 사실 삼체 소설 자체가 드라마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평을 들어오던 책이라, 드라마에 좀 실망하면서도 이 정도 만든 것도 대단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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