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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  마침내 500시간 번인 완료한 Gustard R26 D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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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14:03:42

 구입동기

사운드 향상이라는 목표 하에 이런저런 시도를 지속해 왔습니다. DDC도 들여서 테스트를 해보았으나 딱히 이렇다 할만한 개선을 얻는 데는 실패하였습니다. DDC를 붙일 경우 이전 대비 좀 더 정숙한가 싶기도 했으나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내가 이걸 구별해낼 수 있는 가를 생각해봤는데 도저히 자신없음으로 결론이 나서 결국 방출을 해버렸습니다. 그럼 DAC을 한 번 들여보자라는 생각으로 이러저리 눈팅하던 중 해외의 한 리뷰를 보게 됩니다. 

 

https://soundnews.net/sources/dacs/a-new-point-of-reference-gustard-r26-discrete-r-2r-ladder-dac-review/

 

While R26 Discrete and X26 PRO are different when rendering the timbre of the music, I am quite shocked by how…technical, clean, resolute and fast sounding R26 Discrete really is! Without a single doubt in my mind, there is not even a contest, as R26 Discrete seems much clearer sounding than the Denafrips Venus($3000), it seems clearer than the Musician Pegasus ($1100) and dare I say…it’s more impressive than the Musician Aquarius ($3200). 

 

대략 이 제품은 16백달러 제품이지만 3천달러대의 다른 DAC 대비 우월하다는 내용입니다. 저같은 팔랑귀는 이런 내용을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무척 좋아합니다. 이걸 구입하면 돈은 쓰지만 결과적으론 돈을 버는 것과 같아 라는 합리성을 자체적으로 부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 해외 실사용기를 봐도 꽤 우호적인 평이 대부분이라서 R26 DAC을 구입하기로 결정합니다. 

 

구입방법

아쉽게도 이 제품은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 제품뿐만 아니라 Gustard 제품의 정식 수입원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그래서 R26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이용해 해외직구를 하거나 해외구매대행을 통해야 합니다. 그런데 알리익스프레스보다 오히려 해외구매대행 가격이 더 저렴해 구매대행을 통해 구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품 개요

R2R 방식이며, MQA, 블루투스, 자체 스트리머/룬 렌더러 지원합니다.

 내부를 살펴보면 깔끔하게 구성이 되어 있지만, 엄청난 물량투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R2R 방식이기 때문에 DAC칩이 아닌 저항 ladder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R2R vs Delta Sigma

제품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각 방식별 특성은 아래와 같다고 합니다. 

 

- 델타시그마

ESS, AKM 등의 칩을 이용하며 일반적으로 쿨앤클리어 성향

높은 해상도

디지털, 인공적인 느낌

 

- R2R

투명도(선명도)는 소폭 희생하고 사운드의 질감 우선

아날로그적, 자연스러운 사운드톤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

 

사용 소감

1. 번인 시간별 소감

R2R 특성 상 R26도 번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전자제품에 번인이 왜 필요한 지는 잘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 맥북을 새로 사서 번인 없이 엑셀을 돌렸을 때 소수점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전자제품의 번인효과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처음 전원을 넣고 소리를 들었을 때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R2R 방식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앰프 내장 DAC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 것이죠. 이게 먼가 걍 델타시그마하고 큰 차이가 없는데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제 성능이 나오려면 번인이 필요하다고 하니 본격적인 번인 작업에 착수하게 됩니다. 그런데 판매처의 설명에 의하면 제 성능이 나오기 위해서는 무려 400시간의 번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400시간이면 하루 2시간 음악을 듣는다고 할 경우 무려 200일이 소요됩니다. 이건 에반데...

 

그래서 24시간 돌리기로 계획을 짰습니다. 인터넷 라디오를 24시간 돌릴 경우 약 17일 정도면 번인이 완료가 됩니다. 아래의 번인 소감은 지극히 개인적인 인지 경험이기 때문에 단순한 플라시보 효과일 수 있습니다. 

 

20시간 경과했을 때 처음의 답답한 느낌은 없어지고 소리에 개방감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100~400시간 동안에는 이제 좀 제 소리를 내준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사운드 스테이지도 좀 넓어지고 해상도도 조금씩 개선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시간이 경과하고 300시간이 경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운드가 크게 개선되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이 때가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기입니다.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느낌입니다. 앰프 내장 DAC보다 조금 낫기는 하지만 굳이 이 정도의 효과를 보겠다고 2백만원 투자한 건 아닌데..중고로 매각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치솟습니다.

 

드디어 약속의 400시간이 경과했습니다. 그런데 이전과 똑같습니다. 역시 그 해외 리뷰어놈이 돈 받고 과대 평가한 리뷰를 써줬다는 확신이 듭니다. 그렇게 더 이상의 개선은 없나보다 하고 포기하고 음악이나 듣던 중 먼가 사운드가 바뀐 걸 느끼게 됩니다. 그 때가 최초 사용으로부터 약 500시간 정도 경과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2. 청취 소감

약 500시간의 번인 후 완전체로 진화한 R26의 청취 소감입니다. 

해외 리뷰를 보면 extremely musical sound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도대체 musical sound라는 게 뭘 말하는 건지 감이 안왔습니다. 그런데 완전체 R26을 듣고 나서는 이 얘기가 대략 무엇을 의미하는 지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보컬 재즈의 경우 보컬의 톤과 뉘앙스가 좀 더 농밀해집니다. 원래 끈적했던 보컬이 조금 더 끈적끈적해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리고 모든 소리에 여음(잔향감)이 좀 더 남습니다. 좀 더 증가한 여음으로 인해 공간감과 개방감이 확대되는 느낌입니다. 또 보컬이나 악기 소리를 예쁘게 만들어주는 MSG가 들어간 느낌이 있습니다. MSG가 몸에 나쁜 물질이 아닌 것처럼 이런 요소들이 저한테는 오히려 더 취향저격이었습니다.

 

뒤에 있던 악기들이 좀 더 선명해지고 살집이 붙습니다. 안들리던 악기 소리가 들린다는 수준을 넘어서 음악 자체가 풍성해진다는 느낌을 줍니다. 풍성해지는 건 좋은데 경우에 따라서는 뒤에 있던 반주나 악기 소리가 거의 보컬만큼 크게 증폭이 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유튜브에 국내 리뷰도 올라왔는데 거기서 헤드폰으로 청음한 리뷰어가 그런 말을 합니다. 

 

"하이햇이 무겁다"

 

스피커로 음악을 듣다보면 뒤에 있어야 할 하이햇같은 악기가 보컬 위치까지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이것도 나름 재미있네 하고 넘겼지만 헤드폰으로 들을 경우에는 하이햇 등의 고역이 유독 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음색은 델타시그마와 R2R의 중간 정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적당한 웜톤의 음색에 나름 R2R이라고 소리의 질감도 붙는 것 같구요. 또 모든 장르를 다 잘 소화하는 편입니다. 그 중에서도 재즈와 클래식, 가요(?!)에서 탁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R26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르는 국내 가요입니다. 앞서 서술한 R26의 특성(여음, 풍성한 악기, MSG)이 국내 가요와 찰떡 궁합이었습니다.

 

3. 스트리머/렌더러 성능

 R26에는 자체 스트리머와 룬렌더러가 내장이 되어 있기 때문에, R26을 통해서 타이달 등의 재생이 가능합니다. 저는 룬이 없기 때문에 mconnect를 통해서 스트리머로 사용해 봤습니다. 음질은 꽤 괜찮습니다. 기존 소스기기는 맥미니에 오디르바나인데 R26의 자체 스트리머와 음질 차이는 크게 없었습니다. 

 

다만 mconnect의 문제인지 아니면 R26의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간헐적으로 버퍼링이 생기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타이달 커넥트도 지원할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언제 지원을 해줄 지 기약이 없습니다. 

 

결론

1. 장점 

- Extremely musical sound ㅎㅎ

- 스트리머/렌더러 포함되어 R26으로 플레이어, DAC, 프리앰프 역할까지 수행가능

- 중국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리모컨 지원(리모컨 없는 중국 제품 꽤 많습니다)

 

2. 단점

- 국내 정식 총판이 없기 때문에 AS 난이도 높음

- 번인 시간 너무 김(인고의 시간이었다)

- 리모컨 제공하는 건 고맙지만 너무 싸구려같다

 

 추천 여부

저처럼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분들께 추천할 만한 제품입니다. 다만 본 제품은 결코 모니터링 성향이 아니기 때문에, 모니터링 성향을 선호하는 분들께는 비추합니다. 

 

R26을 사용하면서 중국 제품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적어도 DAC분야는 중국이 메인스트림을 차지한 것으로 보이고 그 외의 국가들 제품 중에서는 소수의 하이엔드 제품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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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3-03-17 14:17:07

부품 중에 특이한게 있네 하고 봤더니 그걸 저항 ladder 라고 하는가 보네요. 물량 투입도 만듦새도 훌륭하고 중국산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질 않네요. 사용기 잘 봤습니다 :)

2023-03-17 14:56:26

 100만원 미만 제품에서는 중국산들이 꽉 잡아 가고 있는거 같은데

가격대가 슬슬 높은 제품들도 평이 좋은가 보네요

 

 

Updated at 2023-03-17 15:23:15

R2R DAC에서 저 가격은, 일반적인 델타시그마 방식 DAC에선 거의 한 30만원대 보는 체감이긴 합니다. R2R은 제작 방식 자체가 쌩노가다라서, 차이파이조차 (마구다지로 만들면 델타시그마 대비 의미를 주장하기 어렵고, 최소한의 각을 잡아 만들면)저 가격 이하로 나오기 힘들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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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3-17 19:07:29

본래 전해 콘덴서 등의 부품류가 스펙 시트상 출력이나 임피던스 값을 정확히 혹은 극히 근사한 수치로 내려면, 일반적으로도 전기 먹이고 8-12시간 정도 필요하긴 합니다. 더 길면 40-50시간 가량 걸리는 것도 있고요.(산요나 위마 등의 제품이, 특히 이 요구 시간이 길긴 합니다.)

 

단지 이건 측정기로 찍어서 알 수 있는 차이가 나온다는 것이므로, 부품들의 스펙 시트 근접도가 최종 제품의 체감 퍼포나 퀄에 영향을 얼마나 끼치느냐에 따라 번인 필요성을 인정하는 제품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개중 R2R은 제조 원리상 콘덴서의 스펙 근접도가 설계상의 체감 퍼포먼스 재현에 영향이 커서, 대개의 제조사가 번인을 권장하는 셈이고요.

 

대신 이를 권장한다면 과거 파이오니아 PDP나 버클리 DAC처럼, 아예 제조사가 일정 시간 번인을 해서 보내는 게 맞다고 보긴 합니다. 진공관처럼 150-200시간 되는 시점에 최고 퍼포가 나오고 그 이후론 바로 계속해서 퍼포가 떨어지는 게 아니므로, 제조사가 출하 시에 번인 시간을 빼지 않고 내보내는 건 말하자면 신상에 대한 값을 지불한 사용자에게 수명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라.

 

이와 별개로 소개해주신 R26은 저도 서브 시스템용으로 고려하는 제품이기도 해서, 경험하신 바가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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