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게] 오늘도 즐거운 '역습의 샤아' 감상회
오늘은 기다리던 책이 한 권 와서, 덩달아 [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 4K UltraHD Blu-ray(이하 UBD)를 꺼냈습니다.
심심하면 꺼내서 돌려 보는 역습의 샤아 UBD지만 근자에는 이 책을 보면서 재생하려고, 이 책의 복각 공고가 난 직후부터 한 석 달쯤 보는 걸 참았습니다. 책자의 이름은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친구회. 1993년 12월에 간행된 업계 전용 동인지(?)를, 30년만에 복각하여 정식 상업 출판한 책자입니다. 가격은 소비세 포함 3300엔.
(* 참고로 복각이지만 완전 동일판은 아니고, 텍스트나 디자인에 약간 수정이 있다고는 합니다. 또한 실린 일러스트의 일부나 사진 자료는 원본이 없어서, 부득이 동인지를 재스캔해서 수록했다고.)
이 동인지가 만들어진 계기는 책임 편집자를 자처한 안노 히데아키 씨가,
a. 안노 자신이 감독을 맡았던 작품 '나디아'(일본, 1990 방영) 이후 슬럼프에 빠져
b. 토미노 감독 밑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면서, 서서히 멘탈을 수습해 나갔는데
c. 멘토 토미노 감독의 역작 역습의 샤아가, 정작 당시 건담 팬들에겐 영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게 아쉬워
d. 작업 스태프와 업계 지인들을 중심으로 감상/ 소회/ 평가 등을 인터뷰해서 묶은 것
이라더군요. 하기는 다른 무엇보다도 일본 팬 입장에선 실시간으로 방영되던 건담 - 제타 건담을 보면서 영웅시되었던 두 주인공이, 극장판에서 당시 분위기로선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결말을 맞은 게 아무래도 거슬렸을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개봉 당시엔 물 건너에서 들려오는 소식이나 무슨무슨 대백과류의 약간 엉터리(?) 책자를 거친 필터링으로나 접할 수 있었고, 90년대에 VHS - LD로 사다 나르기 시작하고서야 비로소 제대로 논할 수 있었던 제 개인적인 입장으론: 이 역습의 샤아는 아주 선열한 로봇물이며 나아가 가장 인상적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팬들은 마땅치 않았던 모양인 그 두 사람의 최후마저도, 당시부터 지금까지 사실 아주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물론 굳이 발로 뛰어가며 인터뷰 따고 편집해서 이런 활자로 가득 찬(일러스트나 만화도 약간 있지만 대충 90% 이상이 텍스트) 동인지까지 낸 안노 씨가 생각했던만큼은 아마도 아니겠지만, 이 동인지 발간 당시와 비슷한 시기부터 지금까지 수도 없이 역습의 샤아를 봤던 저도- 아마 호의의 양으로 잰다면 이 동인지 말석쯤엔 낄 수 있을 거라 (제맘대로)생각합니다. 물론 저만큼이나 본작을 좋아하는 모든 팬분들과 같이요.^^
좀 다른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역시나 좋아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패트레이버 2 The Movie'의 경우
a. 감독인 오시이 마모루 씨가 역습의 샤아를 굉장히 좋아해서(자신의 인생 영화 50선에도 넣을 정도로)
b. 자신이 감독한 패트레이버 2 극장판 역시, 역습의 샤아를 본인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만들었다
고 하더군요. 사실 제가 패트레이버 2 The Movie를 LD로 처음 접했을 당시에도, 이런 이야기는 당시 못 들었었지만 '역습의 샤아와 비슷한 분위기다.' 싶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 모든 패트레이버 시리즈 중에서 이 극장판을 가장 좋아하기도 하네요.
자, 그럼 이제 석 달만에 다시 역습의 샤아에 집중해야 하니 이 이야기는 이쯤 하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UBD 들어 색감이 아주 훼까닥 변해버린 어떤 타이틀 이야기를 블게에 좀 했던지라, 역습의 샤아가 괜히 더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얘는 VHS/LD - DVD - BD - UBD로 이어져 오면서 모두 토미노 감독이 직접 감수했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거창한 색감 변화 없이 당대 기술로 표현할 수 있는 원본 다이나믹스와 디테일을 최대한 살리는 것에 주력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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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읔시 조지마님도 지르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