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픽처스가 주도하는 '스파이더버스'의 극장판 애니메이션화 시리즈 제2탄인 [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원제: 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는, 고전적인 일본/ 미국 TV 애니메이션 갬성을 끼얹은 CG 애니메이션(+사람이 직접 그린 그림 포함) 메이킹과 & 원작에 기반하면서도 그나름의 어레인지를 가미한 탄탄한 스토리 전개로 인상깊었던 작품입니다.

단지 이 영화의 4K UltraHD Blu-ray(이하 UBD)는 국내에도 정식 발매(2023년 11월 28일)되기는 했는데, 3종이나 되는 스틸북은 인기에 걸맞게 나오자마자 있었는데 없었습니다였고 & 일반판마저 어딘 있고 어딘 없고 이런 식이라, 그 명성에 이끌린 디스크 유저들을 고생시켰고요.

그래서 필자도 작년 연말에 '2023 DP 공식 추천 디스크 8'를 논할 때 이 타이틀을 넣어야 할 지에 대해 이 UBD를 보는 내내- 대충 2시간 20분쯤- 고민했는데, 영화의 재미도 재미지만 AV 퀄리티도 워낙 좋았던 관계로 결국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한 눈에 퀄리티 좋다~ 는 게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좋은 UBD지만, 필자 개인적인 감상도 한 스푼 더해 봅니다.

* 본 타이틀은 스크린 샷 게재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스크린 샷은 첨부하지 않습니다.

사실 필자는 소니 주도의 '스파이더버스'란 게 새로 시작되었을 때, 그 첫 작품인 '스파이더 맨: 뉴 유니버스'에 대해 상당히 탐탁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골자는 스파이더 맨 하나 가지고 좀 작작 좀 만들어라 + 멀티 버스 잘못 만들면 보기만 어지러운데, 안 그래도 어지러운 CG 애니메이션 가지고 멀미시킬 일 있나 < 뭐 이런 구시렁거림이었고요.

그런데 이렇게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본작의 UBD까지 소개하고 있게된 것은, 이야기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와 동급으로 중요시하는)메이킹 + AV 퀄리티가 출중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2편은 1편 UBD에 있던 약간의 아쉬움까지 모두 없앤, 굉장히 뛰어난 물건이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챕터별로 서로 다른 화풍(챕터 1은 수채화풍, 챕터 3는 잡지 지면풍...)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 작품이 '멀티버스를 다룬다'는 것을 비주얼로 웅변하고 있습니다. 그 발상은 신선하기도 하지만 세련되기까지 했고요.

다만 이런 복잡다양한 제작 방식 + 고해상화에 한계가 있는 디지털 렌더링을 감안하면 그래서도 더더욱 2K DI의 업 스케일 방식으로 4K/ HDR 마스터를 만들어야 했는데,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 팀과 산하 사업부는 일본 2D 애니메이션의 고해상도 업 컨버트를 시작으로 이런 애니메이틱/ CG의 고해상화 테크닉을 근 20년간 쌓아 온 베테랑들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이 UBD 역시 특별한 결함- 특히 애니메이션 업 컨버트에서 보기 쉬운 밴딩/ 앨리어싱/ 각종 아티팩트 등의 노이즈류- 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말끔하게 & 보기 좋은 4K 그림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필자도 그럭저럭 오랜 세월 여러 종류의 애니메이션과 그 고해상도화를 봐왔지만, 이 UBD만큼 업 컨버트 약점없이 자연스러운 2K > 4K화를 달성한 애니메이션은 이전에 없었다고 기억하네요.

여기에 더해 애니메이션이기에 더욱 강점이 있는 HDR 그레이딩을, 기대대로 훌륭하게 구현한 것도 장점. 화풍별로 다른 명암 다이내믹스 + 광색역을 바탕으로 한 진하고 신선한 컬러는 > 제대로 구현만 한다면 진부한 표현이지만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수준이고요.

특히 돌비 비전도 수록하고 있는 덕에, LG OLED 등에서 보는 이 UBD의 영상은 (역시 진부한 표현이지만)종종 환상적이기까지 합니다. (무시무시하게 고생시키며 착취하듯 굴렸다는)애니메이터들의 피와 땀이 밴 선/면/색이 너무 멋지게 살아나서, 이 UBD를 보는 중엔 (미안하게도)그분들의 고생마저 잊고 빠져들 수밖에 없더군요.

어째 계속 진부한 표현만 남발하는데, 블닷컴 공식 리뷰어 표현을 좀 윤색하자면 이 UBD는 어떤 프레임이든 애니메이션 명예의 전당 같은 곳의 복도쯤에 걸어놔도 될 거라고 봅니다. 그만큼 애니메이션으로서 4K/ HDR로 이만한 퀄리티를 구현한 타이틀이 흔치 않습니다.

한편 음성은 당연하다는 듯이 돌비 애트모스, 이고 소니 픽처스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Blu-ray는 DTS-HD MA 5.1ch로 차별화 해놨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논하는 건 UBD쪽에만 해당되고요.

이렇게 UBD에만 애트모스 넣은 게 좀 치사하지만, 분하게도 UBD가 더 비싼 걸 납득시킬만큼 이 애트모스 트랙까지 재미와 퀄리티 둘 다 꽤나 좋습니다.

> S/N이야 최신 작품답게 당연하게도 높을 것이고 실제로 그렇기에, 드라마나 일상 파트에선 작은 효과음부터 대화까지 선명성이 보장되는 수준이며

> 특히 액션 장면에선 오버헤드 포함 모든 채널의 이동성과 소리가 그리는 궤적이 스파이더 맨의 거미줄처럼 사방에 펼쳐져서, 오로지 소리만으로도 공간감을 + 몰입감을 창출할 정도입니다.

대신 이쪽은 필자 개인적인 관점에선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대충 아래 두 가지입니다.

> 섭 포함 전채 채널의 저역 표현이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장르 특성을 감안해야겠지만, 좀 더 깊게 강하게 때려줬으면 하는 부분들도 필자의 기대보다는 평범한 수준에 머무르고요.

> 오버헤드 배치 포함 애트모스 메이킹이 엉성한 룸이라면, 공간감은 커녕 상당히 정신 사나운 소리라는 감상만 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a. 필자의 타이틀 추천 영상을 본 어떤 분께서 '이 정신 사나운 걸 왜 추천했는지 모르겠다'고 물어보시길래, b. 그 분의 시스템도를 보고 오버헤드 위치 등의 조정을 권고한 뒤, AV앰프의 기본 사운드 조정 프로그램도 다시 돌린 후에 들어보시라고 권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후에는 필자의 견해에 바로 동의를 하시더군요.

그리고 이처럼 즐거운 본편과 함께 서플리먼트도 꽤 알차게 들어 있으니, 후회없는 한 장의 종합 선물 세트라 할 만한 타이틀입니다. 아마 이번 2편의 이야기가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라도, 이 UBD를 통한 시청 경험만큼은 만족하실 것이라 예상될 정도로요.

물론 필자의 경우에는 이야기도 만족스럽게 본 편이라서, (맘대로 사칭한)디스크 홍보 대사로서 DP 공식 2023년 추천 타이틀 8 중 하나로도 언급해 봤습니다. 단지 당시엔 아직 리뷰를 작성해 놓은 게 없어서 2023년 추천 타이틀 리뷰를 2024년에 적는 추태(?)를 부렸는데, 어쨌거나 가벼운 리뷰라도 구정 전에 게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