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천원돌파 그렌라간은 2007년에 일본/ 2008년에 한국에도 TV 방영되어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TVA [ 천원돌파 그렌라간 ]의 총집편격 극장판으로서, 2008년에 '홍련'(일본어 발음 '구렌')/ 2009년에 '나암'(일본어 발음 '라간')이라는 이름으로 두 편에 걸쳐 개봉했습니다.

총집편이라지만 약 11시간에 가까운 TVA를 (두 편 합쳐)약 4시간의 극장판으로 줄이기 위해 그냥 쳐내기만 한 건 아니고, 다소 과감하게 서술 순서도 바꿔 보고 TVA 이외의 내용들도 가져와 보고 극장판만의 새로운 장면들도 넣는 등 전체적으로 상당히 볼만하게 어레인지 처리된 게 특징.

물론 이미 DVD > Blu-ray (이하 BD. BD는 한국에도 그렌라간 TVA 한정판 박스에 동봉되어 발매)로 발매되면서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개봉한지 15년이 지나 4K UltraHD Blu-ray(이하 UBD)로 등장한 본작에 대해 다른 소개가 딱히 필요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보신 분들은 이미 다들 동지이고, 아직 안 보신 분들은 곧 동지가 될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바로 UBD 소개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카탈로그 스펙

[ 홍련편 ]

UHD-BD 트리플 레이어(100G), HDR10

영상스펙 2160/24P(HEVC)/ 화면비 1.78:1/ 비트레이트 82.997Mbps

음성스펙 돌비 애트모스 & LPCM 2.0ch

자막 영어 (off 가능)

[ 나암편 ]

UHD-BD 트리플 레이어(100G), HDR10

영상스펙 2160/24P(HEVC)/ 화면비 1.78:1/ 비트레이트 82.990Mbps

음성스펙 돌비 애트모스 & LPCM 2.0ch

자막 영어 (off 가능)

이번 극장판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UBD 패키지는 편당 한 장씩: 총 2장의 UBD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장 모두 100G 디스크에 사실상 본편만 수록(서플리먼트는 각 디스크 당 코멘터리 1종씩이 전부)하여 비트레이트도 굉장히 넉넉하게 담았습니다.

다만 참고로 이 UBD는 오피셜 페이지의 표기상으론 5.1ch 트랙이 있어서 (기존 BD에 있었던)DTS-HD MA 5.1ch 트랙이 동시 수록된 것인가? 싶었는데, 실제 디스크에는 DTS-HD 트랙은 없고 PCM 2.0ch 트랙과 애트모스 트랙뿐입니다.

물론 애트모스 재생이 불가능한 시스템에선 트루HD 7.1ch로 나오며, 이때 리어 백에 할당한 사운드가 없어서 사실상 (트루HD)5.1ch로 나오는 건 맞는데... 이런 제반 설명이 없으니 마치 DTS-HD 트랙이 있는 것인양 호도하게 만드는 게 좀 괘씸해 뵈기도 하고 그렇네요.

- 서플 사항

천원돌파 그렌라간 UBD에 수록된 서플리먼트는, 이번 UBD를 위해 새로 제작된 오디오 코멘터리 2종(디스크 당 1종씩)이 전부입니다.(= DVD/ BD 당시의 코멘터리는 수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 홍련편 UBD 코멘터리 출연진:

와카바야시 사회자/ 이마이시 감독/ 오오츠카 부감독/ 나카시마 각본가

+ 요시나리(요우)/ 아메미야/ 마스모토 원화가

> 나암편 UBD 코멘터리 출연진:

와카바야시 사회자/ 이마이시 감독/ 나카시마 각본가

+ 요시나리(요우)/ 아메미야/ 스시오/ 마스모토/ 코야마 원화가

UBD 코멘터리는 두 편 합쳐 총 4시간 분량을 새로 녹음한 건 좋습니다만, 내용 자체는 이번 UBD에 대해서가 아니라 사실상 제작 당시의 신변잡기 회상식 만담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차라리 DVD/ BD 수록 코멘터리가 내용으로나 밀도로나, 작품에 대한 지식이나 제작 환경을 훨씬 잘 다루고 있고 영상을 보면서 함께 들을 가치도 훨씬 큽니다.

(* 참고로 한국 정식 발매된 그렌라간 한정판 BD 박스에(만) 동봉된 극장판 BD에는, 모든 수록 코멘터리에 대한 한국어 자막도 첨부되어 있습니다.)

- 영상 퀄리티

들어가기에 앞서:

본작은 디스크 발매사인 애니플렉스 측에 리뷰용 스크린 샷 게재 허가를 요청했으나, 본 리뷰 게재 시점까지 답변이 없는 관계로 리뷰에 스크린 샷을 첨부하지 않습니다.

극장판 천원돌파 그렌라간은 스캔 해상도 1280x720으로 제작된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며, 극장판도 이 TV판 스캔 데이터 베이스에다 일부 소수의 극장판 신규 컷만 1920x1080 스캔 추가(했다고 알려진) 정도라, 이번 4K UltraHD Blu-ray 수록은 전적으로 4K 업 컨버트에 의존한 것이 특징입니다.

일단 본 UBD 영상에서 강점을 꼽자면, 사실상 제작 스펙의 9배 업 컨버트임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 업 컨버트답게 vs (1280x720을 1920x1080으로 업 컨버트 수록한)BD를 컨슈머 기기에서 4K 업 스케일한 것과 비교해도 좀 더 나은 점이 보이긴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윤곽 계단 현상(앨리어싱)도 (BD+컨슈머 업 스케일 대비)조금 덜하고, BD 당시 간혹 있었던 블록이나 밴딩 등의 노이즈 요소도 이번 UBD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덕분에 특히 4K 디스플레이로 대화면 혹은 시청 거리를 가깝게 두고 볼 때를 기준으로 본다면, BD 대비 조금 더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편이고요.

다만 어디까지나 업 컨버트이기에, 대표적인 업 컨버트 부작용 중 하나인 링잉 노이즈(윤곽선이 2중으로 나오거나 잡티가 끼는 현상)를 완전히 일소하진 못했습니다. 더불어 BD 당시부터 이미 있었던 크로마 앨리어싱 노이즈(윤곽선과 배경색이 섞여들면서, 선에 녹/적색 라인이 함께 끼는 현상)도, 사실상 거의 그대로 남아 있고.

또한 타이틀 로고를 비롯한 텔롭 텍스트와 종종 별도 원화를 따로 그리지 않고 기존 원화를 그냥 클로즈 업 처리하여 상대적으로 저해상도로 나오는 부분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윤곽 계단이 심하거나 선이 조금씩 끊어지는 등 부작용이 제법 더 크게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부분은 디지털 마스터 컨텐츠의 태생적 약점이며, 특히 애니메이션은 윤곽선의 출력 수준이 체감 해상감과 직결된다는 핸디까지 있습니다. 따라서 간단하게 말하면 BD(+ 컨슈머 업 스케일) 대비 4K 디스플레이에서 좀 더 보기 좋게 다듬어진 것은 맞다 vs 하지만 그 개선감이 큰 것은 아니다 정도로 종합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HDR 그레이딩 측면에서는, 일단 전반적인 화면 톤이 살짝 어두워지긴 했어도 HDR 그레이딩 스펙이 최대 428/ 평균 243니트 정도로 잡혀 있어서 > 재현 난이도가 아주 높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힘을 준 부분들: 광선이나 불꽃처럼 하이라이트 표현의 어필력이나 덩달아 높아진 채도 등을 캐치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예를 들면 시몬의 드릴 점멸광이라든지- 이런 장면들에 한해서는 꽤 괜찮게 & 깔끔하게 나오는 부분들도 있어서 제법 HDR스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애니메이션이란 특성을 감안해서인지 HDR의 장기: 암부를 좀 더 깊게 가라앉히는 식의 처리는 배제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대비감 면에서 BD/ SDR 대비 아주 큰 어필력을 갖지는 못합니다. 색감 역시 HDR 특유의 블링블링한 감각은 약하고 & 색감이 오히려 흐릿해진 부분마저 있어서, 좀 마뜩치 않은 부분들도 산재하고요.

덤으로 HDR 재현 난이도가 낮긴 해도 아주 없다 이런 건 아니라서, 지금도 엔트리급 HDR TV라든지 톤 맵핑 능력도 받쳐주지 못하는 광량 낮은 프로젝터 등에서 본다면 > 오히려 BD/ SDR의 색감 등 전체적인 때깔이 더 좋아 보이는 부분도 제법 있습니다.

결국 1+2+3 = 영상면에서 이번 그렌라간 UBD는, '노력은 했고 그 노력이 안 보이는 건 아닌데, 굳이 이 돈 내고(정가 기준 14080엔) 그 정도 장점으로 만족하기엔 좀 뭣하다 < 이런 느낌이라 총평하고 싶네요. UBD 리뷰한다고 다시 보면서 지금도 15년 전처럼 우오옹! 하기는 했지만, 리뷰를 작성하면서 돌이켜 보면 그게 4K /HDR 영상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한편 음성의 경우, 이번 UBD 음성의 최대 특징은 돌비 애트모스 트랙이 추가된 점입니다. 스펙면에서도 24/48에다 수록 비트레이트 7.2Mbps 정도로 대단히 높고요.

일단 장점은 (예상 이상으로)꽤 입체감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본래 마스터 사운드가 스테레오였던 작품인지라, 극장 개봉 당시 상영을 위해 5.1ch 확장 제작하긴 했어도 효과음 등의 분리 할당만 시도했기에 체감 자체는 다소 밋밋한 편이었는데... 이번 애트모스 믹싱은 (어디까지나 생각 외로)적어도 신경 쓴 부분들에 한해서는 제법 입체감이 나옵니다.

아울러 아예 싹 개비할 순 없었어도 BD 당시 없었던 효과음을 오버헤드 채널을 위해 일부 새로 추가하는 등, 성의도 기울인 것으로 들립니다. 더구나 특히 액션 장면에서 저음역대를 좀 더 낮추고 강세를 더 주면서, (UBD에도 수록된)PCM 2.0ch는 물론 BD/ DTS-HD MA 5.1ch 대비로도 더 박력있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는 게 사실이고.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아무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예상 외로'란 것이고, 실제로 대부분의 러닝 타임 동안 애트모스 특유의 공간감이라든가 오버헤드 일한다! < 는 느낌을 받지는 못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힘을 준 부분: 예를 들면 나암편 최종전에서 그랑제보머가 울부짖는 부분들은 온 사방에서 소리가 울리는 경우도 있어서 상당한 압박과 몰입감을 줍니다. vs 하지만 그 전까지의 긴 액션 장면들- 심지어 우주전이 대부분인데 3차원 입체 사운드 표현에 최적인 우주 공간에서도 애트모스다! < 싶은 체감은 그리 많지 않고요.

물론 처음부터 애트모스 믹싱으로 제작된 것도 아닌 이 작품에서 무슨 '그래비티'급의 (우주 표현력에 집중한)애트모스 사운드를 요구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나 (DVD도 팔고 BD도 팔았고 또 팔면서)만 사천 엔이야! 라고 말하려면 이거보다는 좀 더 나은 체감이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맞습니다.

결국 사운드면에서도, BD 당시의 5.1ch 트랙보다 좀 더 어필하는 부분이 있는 사운드가 나오는 건 맞습니다. 다시 말해 좀 더 웅장하고 좀 더 그럴듯하게 들리는 부분도 있고요. vs 다만 이게 러닝 타임상의 빈도로 따진다면 그리 비중이 크지 않은 게 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비교한다면 영상면에서 4K/ HDR의 어필력이 두드러지는 부분보다는 애트모스의 어필력이 두드러지는 부분이 좀 더 많다 싶기는 합니다만, 다시 말하지만 나 일만 사천 엔이야! 라고 또 팔기에는 좀 뭔가... 좀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필자는 그랑제보머와 함께 인피니티! 빅뱅! 스토오오오옴! 을 따라 외치기는 했지만, 그게 애트모스 덕이라곤 말하지 못하겠네요.

진화는 했다, 하지만...

이번 극장판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4K UltraHD Blu-ray는, 본문에서 자세히 논한대로 영상이나 음성이나 변화는 있고 성의를 기울인 것은 알겠지만 vs 그게 모든 점에서 우위인 개선인 것은 아니고 소위 가성비가 좋게 느껴지지는 않는 편입니다.

물론 필자는 천원돌파 그렌라간이란 작품에 상당히 각별한 감상을 갖고 있고- 한국판 BD 발매 당시 검토 작업으로 제작에 동참하면서, 회사일이 아니라 이거 때문에 자체 야근을 했을 정도로-, 그래서 이번 UBD를 열심히 뜯어 보고도 들인 돈이 아깝다는 생각까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들지 않았습니다'가 아니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가 중요합니다.)

다만 다른 분들께도 그러시라고 권할 수 있느냐는 글쎄... 솔직히 필자의 환경에서라도 한번 보여드리고 나서, 직접 정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네요. 서플리먼트가 사실상 없는 것과 별다를 게 없으니- 아저씨들 수다도 재미있게 들으실 수 있다면야 없는 건 아닌데- 가성비 판정은 본편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데, 이 정도 개선이라면 그게...

아니, 차라리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서 내놨으면 시원하게 사지 마세요! 할 수라도 있는데 이건 그것도 아니고 참. 확실한 건 필자를 이렇게 곤혹스럽게 만든 UBD는 오랜만이다,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