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게] 탑건: 매버릭 디스크 때문에 폭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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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어 세어보니 필자가 탑건: 매버릭의 디스크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DP 공식 리뷰를 포함하여 벌써 한 손으로 다 셀 수 없을만큼 쌓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또 하고 싶어졌습니다. 이 타이틀은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걸 끊임없이 증명해 주니까요. 필자의 매버릭 이야기가 슬슬 질리는 분들이라도, 이것만은 동의하시리라 믿쑵니다.
필자는 얼마 전에 시청각실의 오버헤드 스피커를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그동안 써오던 (개당)34.5x24.4x9.1cm에 5kg짜리 스피커를, (개당)57.1x26.7x25cm에 19kg짜리 스피커로 바꿨지요.
보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업그레이드 전에는 리어/리어백으로 쓰던 스피커를 머리 위에 달아 놓은 것인데, 사실 필자도 늘 냉정함을 가장표방하는 필자가 이렇게까지 달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탑건: 매버릭을 4K UltraHD Blu-ray(이하 UBD)로 보기 전까지는요.
말하자면 지난 해 11월에 탑건: 매버릭을 디스크로 영접한 이후, 필자는 그때까지 대충 반 년간 만족하며 쓰던 시청각실 사운드 시스템을 더 벌크업(?)해 보자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이유는 물론 탑건: 매버릭 UBD에 대한 그동안의 언급에도 늘상 적은대로, 이 디스크의 사운드는 재생하는 사운드 시스템의 급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그 보람을 바로바로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세상엔 인풋을 아무리 넣어도 아웃풋이 없거나 미미한 컨텐츠도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탑건: 매버릭의 디스크 사운드는 다릅니다. 얘는 어디를 어떻게 업그레이드하면, 어디가 어떻게 더 좋게 들리거든요.
* 참고: 필자는 DP 공식 리뷰어로서 탑건: 매버릭 디스크 스크린 샷 게재 허가를 득했으므로, 본 스크린 샷 첨부를 통해 이런 행위가 뭔가 저작권 안 걸린다는 인식을 퍼뜨리고자 하는 게 아님을 덧붙입니다.
그래서 오버헤드 스피커가 업그레이드 된 다음 탑건: 매버릭의 UBD 사운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게 무엇인가 하면, 바로 '비행 체험' 그 자체입니다.
말그대로 조종석 시점에서 주변을 감싸는 공기 저항이 더 커진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이지만, 위 장면처럼 뱅기를 지면과 수직으로 기울일 때도 > 예전에는 위로 올라간 날개(= 오버헤드 할당 사운드)는 다소 작게 느껴지고 아래 날개(= 서라운드 할당 사운드)는 크게 느껴졌다면 vs 오버헤드 스피커를 업그레이드한 이후에는, 양 날개가 동일한 사이즈로 느껴집니다.
말하자면 탑건: 매버릭의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스케일감으로 비행 체험을 전해주고 싶었던 게 아니라, 이만한 디테일도 사운드에 심어 놓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에 VOD로 듣는 매버릭의 사운드가 마치 작은 프롭기의 날개만큼 왜소하다면, 디스크로 듣는 매버릭의 사운드는 제대로 전투기의 날개로 하늘을 가르는 느낌을 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또한 그렇게 오버헤드 스피커 업그레이드를 통해 비행 체험을 극대화시킨 탑건: 매버릭에서 필자가 가장 인상깊게 음미한 것은, '그 작전' 초반 루스터의 심정입니다. 요격 미사일 좌대를 보면서 속력을 올리기를 망설이던 그 심정이, 앞서 쌩쌩 날아가는 매버릭의 F-18이 내는 날개의 포효가 이전보다 더 제대로 들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걸 두려워하는 루스터의 심정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네요. 왜냐하면, 필자도 (머리 위에서 그토록 강하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나니)무서웠으니까요.^^;
물론 공간과 지상 서라운드 스피커들의 조건에 따라, 오버헤드 스피커가 반드시 저만한 게 나올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스케일과 디테일 중 어느 쪽을 지향하는가 혹은 양쪽 모두를 추구하는가 등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운드 설계의 방향성'이고, 탑건: 매버릭의 디스크 사운드는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든 그에 따른 퀄리티 업을 바로바로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고요.
예를 들면 필자가 이전에 사용하던 오버헤드 스피커 + 필자의 시청각실보다 더 천고가 낮은 공간이라 해도, 이런 식으로 각도를 주어 사운드 포커스를 좁혀서 > 오버헤드 사운드의 정교함을 강화하는 방향성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 물론 이러한 설치는 천고를 포함한 공간 상태, 사운드 포커스의 형성 넓이, 스피커의 종류와 설치 상황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장단점의 크기가 다릅니다. 따라서 정교한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장비/시간/노력이 충분하거나 인스톨러 조언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나서면, 개미지옥에 빠질 수 있는 건 주의하시길.)
같은 공간에서 같은 스피커를 일반적인 수직 배치했을 때에 비해, 이렇게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탑건: 매버릭의 사운드는 또 한 단계 달라진 체험을 들려줍니다. 기체가 선회하는 궤적이 머리 위에서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지는 느낌도, 플레어를 뿌리는 각도의 차이도, 공간에 맞게 좀 더 아기자기하지만 더 정교하게 살아납니다. 그게 탑건: 매버릭의 디스크 사운드가 추구한 것일 테고요.
말하자면 이 디스크는 사운드 시스템을 어떻게 빌드해 나가느냐에 따라, 그때마다 또 다른 느낌 또 다른 감상으로 바로바로 다르게 볼 수 있는 그런 타이틀입니다. 동서고금 홈씨어터를 만들어 가면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건 이런 것일 텐데, 탑건: 매버릭의 디스크 사운드는 바로 그것을 제공해 주는 컨텐츠입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영상도 보기 좋고요. 그것도 모자라서 영화마저 재미있고요. 자, 그러니 아무리 물리 매체 수집에 회의감이 느껴진 분이라도 탑건: 매버릭만큼은 디스크로 갖추시길 권합니다. 홈씨어터/오디오비주얼 시스템을 꿈꾸며 DP에 방문한 모든 분들에게, 탑건: 매버릭 디스크는 그 꿈을 바로바로 체현시켜 줄 수 있는 그런 물리 매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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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조종석에 앉은 느낌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