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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4K UHD 블루레이 리뷰 | 오펜하이머 (Oppenheimer,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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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8 11:11:25

글 : johjima (knoukyh@korea.com)

 

나는 이제 4K이고, 세상에 디스크로 전달된다

"나는 이제 4K이고, 세상에 디스크로 전달된다"

 

생전의 오펜하이머 박사가 이런 소리를 듣는다면 기가 차서 필자의 입에 담배 대신 분필이라도 한 대 물려줬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로 시작하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4K UltraHD Blu-ray 디스크는 필자에게 핵폭탄 수준의 충격을 주었다. 

처음으로 다가온 (너무나도 엄청나게)밝은 빛은 물론 이 디스크가 담아낸 우수한 AV 퀄리티였지만, 다음으로 따라온 버섯구름은 이 디스크가 한국에 발매되는 유니버설의 마지막 정식 발매 디스크란 이야기였다.



그렇다. 오펜하이머의 4K UltraHD Blu-ray(이하 UBD)는, 유니버설 최고의 디스크들 중 하나라는 칭호를 얻을 자격이 있는 동시에 한국에 발매되는 유니버설의 마지막 정식 발매 디스크이다. 그러므로 다른 말을 할 시간이 없다. 


패키지 및 디스크 스펙

오펜하이머의 UBD는 국내에 스틸북 2종과 슬립케이스 포함 일반판까지 총 3종으로 발매되었다.


좌측: 글로벌/ 우측: 인터내셔널


스틸북 2종은 글로벌 타입과 인터내셔널 타입으로 나뉘며, 양쪽은 케이스 겉면 및 내부면의 디자인이 다르다. 글로벌 한정판의 경우 티저 포스터 아트워크를, 인터내셔널 한정판 쪽은 영화 속 가장 상징적인 한 장면을 담아낸 것이 특징.



일반판에는 다른 동봉품은 없으나, 표지 디자인과 동일한 도안의 풀슬립형 아웃 케이스가 동봉된다. 참고로 일반판의 아웃 케이스는 보통 초판에만 수량 한정으로 첨부되는 것인데, 한국 정식 발매된 오펜하이머 UBD (및 모든 다른 디스크 포함)는 초판이 곧 마지막 발매판일 예정이라 구분에 의미가 없다 하겠다.


한편 모든 판본에는 본편 UBD + 본편 Blu-ray(이하 BD) + 서플리먼트 전용 BD = 총 3장의 디스크가 동봉된다. 개중 본 리뷰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본편 UBD의 스펙은 아래와 같다.


· UHD-BD 트리플 레이어(100G), 2160/24P(HEVC)

· 화면비 2.20:1 & 1.78:1

· HDR10 수록

· 본편 오디오 트랙: DTS-HD MA 5.1ch (영어) 외

· 자막: 한국어, 영어 등 (Off 가능)



오펜하이머의 본편 UBD는 러닝타임 3시간에 달하는 본작을 트리플 레이어 디스크 한 장에 넣었지만, 일반적인 헐리우드 평균 대비 더 높은 61Mbps대의 비트레이트로 담아내어 그 수록 퀄리티에도 충분히 신경을 썼다.


아울러 그렇기에 UBD에 수록된 본편 용량은 트리플 레이어 디스크를 거의 다 채우는 약 90G에 달하며, 이러다 보니 모든 서플리먼트를 별도 보너스 디스크에 수록하는 것도 당연했을 것이다. 


물론 서플리먼트랍시고 트레일러 서너 편 덜렁 넣고 말았으면 별 상관없는 이야기였겠지만, 후술하듯 놀란 감독과 유니버설은 고맙게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서플리먼트

오펜하이머의 서플리먼트는 모든 패키지에 동봉된 보너스 BD에(만) 수록되었다.


참고로 최근의 몇몇 유니버설 발매작은 디스크 초기 구동시 선택하는 메인 언어를 한국어로 선택하면 서플리먼트를 아예 볼 수 없었는데, 본 디스크는 그런 차등이 없으므로 안심하고 한국어를 선택해도 된다. 


모든 서플리먼트에는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 The Story of Our Time: The Making of OPPENHEIMER (7챕터, 총 1시간 12분 25초) 

: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말하는 오펜하이머의 제작과정


⚫ Trailers (Teaser /Trailer 2 /IMAX® Exclusive Trailer /Trailer 3 /Opening Look) (총 14분 11초)


⚫ Innovations in Film: 65mm Black and White Film in OPPENHEIMER (8분 21초)

: 촬영감독 호이트 반 호이테마와 영상 기술자들이 말하는 촬영 필름의 혁신


⚫ MEET THE PRESS Q&A Panel: OPPENHEIMER (34분 46초)

: 놀란 감독,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공동작가 카이 버드, 킵 손 칼텍 명예교수 등 총 5인이 말하는 오펜하이머 이야기


⚫ To End All War: Oppenheimer & the Atomic Bomb (1시간 27분 18초)

: 놀란 감독 및 카이 버드 작가 외 과학자, 역사학자들의 코멘트와 함께 돌아보는 오펜하이머의 삶과 원자폭탄의 발명,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오펜하이머는 (미국 기준)상영 후 약 4개월 가량이 지나 디스크가 발매되면서, 최근의 헐리우드 영화 대비 서플리먼트 제작을 위한 여유가 좀 더 있었기는 하다. 


하지만 절대적으로는 여전히 짧은 편에 속하는 이 정도 기간에 이만한 분량의 서플리먼트를 넣게 된 것은, 영화 제작은 물론 그것을 최상의 형태로 수록하는 디스크 매체 양쪽 모두에 대한 놀란 감독의 집념 덕분일 것이다. 



거기에 양만이 아니라 질로도 훌륭하다. 우선 총 7가지 주제로 구성된 메이킹 영상은, 주제별 각각의 러닝타임은 10분 내외로 그리 길지 않되 핵심을 잘 파고드는 양질의 내용으로 구성되었으며 & 그래서 총 70여분에 달하는 시간을 충실하게 즐길 수 있다.


또한 프레스 Q&A 영상이나 오펜하이머 박사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는, 놀란 감독 및 원작 서적(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공동 저자 카이 버드 씨 그리고 작품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은 인사들의 직접적인 감상이나 해설을 들어볼 수 있다. 


덕분에 놀란 감독이 이 대략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전기傳記 서적을 기반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는지,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이 영화가 어떤 모양새로 제작되어 갔는지에 대하여, 이 영상 특전들을 통해 충분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영상 특전들에 이만한 배려가 있기에, 적어도 필자는 (놀란 감독의 작품에선 늘 그랬듯)오디오 코멘터리가 없는 아쉬움도 다소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만큼 이 서플리먼트의 내용들은 본편 감상 이전이든 이후에든 제대로 음미한다면, 본편 역시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일품이다.


물론 그 가치에 대한 판단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필자의 기억으론 코로나 팬데믹 이후 등장한 헐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의 신작 영화 디스크 중에서, 오펜하이머 정도로 양과 질을 모두 갖춘 서플리먼트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본편 감상 이전이든 이후에든 오펜하이머의 서플리먼트들은 꼭 모두 돌아보시길 권한다.

 

영상 퀄리티

◼ 들어가기 전에


오펜하이머는 (이제는 놀란 감독의 영화라면 바로 떠오르는)아날로그 IMAX 필름 카메라 및 파나비전의 65mm 카메라를 주축으로 촬영된 영화이며, 이들 필름을 디지털 스캔하여 4K DI로 피니쉬했다. 4K UltraHD Blu-ray는 이 마스터에 HDR10 그레이딩을 가미하여 완성된 것이다.


다만 현재 컬러 시스템상 (여러분들이 현재 이 리뷰를 보고 있는) SDR 모니터에서는, HDR 영상을 그대로 볼 수 없다. 그래서 아래 모든 UBD 스크린샷은 HDR 영상을 캡쳐한 후 SDR 디스플레이에서 볼 수 있도록 별도의 톤 맵핑 과정을 거친 것이다. 


아울러 모든 이미지들은, 클릭 시 3840x2160 해상도로 확대된다.


▲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150니트 톤 맵핑)


필자는 본 리뷰를 작성하기 전에 이미, 블루레이/DVD 게시판에서 이 디스크의 화질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본 리뷰에서도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이 UBD의 화질은 필자가 지금까지 리뷰한 모든 4K 컨텐츠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반열에 든다.


다만 역시나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UBD의 화질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확 와닿는가까지는 장담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아이맥스 포함)100%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된 작품이며, 더불어 HDR 그레이딩 방향성 역시 일반적인 디지털 촬영작의 HDR 그레이딩과 주안점이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150니트 톤 맵핑)


하지만 아날로그 촬영작에 대한 절대 평가 개념으로 본다면, 이 UBD의 화질은 분명 최상위권이 맞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는 우선 그 태생부터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대판형 필름(아이맥스 장면 외에도 거의 65mm 필름 촬영)으로 촬영했고 & 그 필름들을 촬영 직후 고해상도 디지털 스캔하여 저장했으며 & 추가로 이젠 그 노하우가 무르익은 하이 다이나믹 레인지 그레이딩을 통해, 그 필름 룩까지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었다.


덕분에 ‘가장 싱싱한 상태의 대판형 필름을 본다’는, 이른바 ‘이상적인 아날로그 룩’을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리고 이를 현 시점에 가장 우수한 컨슈머 전달용 컨테이너인 4K UltraHD Blu-ray에 담아냈으니 금상첨화인 것이고.


▲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150니트 톤 맵핑)


태생은 그렇다 치고 실제 실력은 어떤가 하면 우선 첫째: 이 UBD의 영상은 대판형 필름의 장기인 고해상감과 특유의 심도 표현 등이 굉장히 잘 살아 있다. 덤으로 당연히 따라오는 필름 그레인마저도, 대판형 필름을 고해상도 스캔하면서 (대개의 시청자가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아주 곱고 알싸하게 깔리는 미덕까지 더해지고.


덕분에 고해상도 매체를 그 디스플레이에 띄웠을 때, 이른바 ‘시각적 쾌감’을 얻을 수 있는 영상 표현력이 정말로 좋다. 또한 그 수준이 우수한 디스플레이에서 본다면 더욱 대단한 입체감과 깊이감을 맛볼 수 있는, ‘(아주 훌륭한)필름 영상’의 본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150니트 톤 맵핑)


여기에 장르 특성과 감독 특유의 제작 환경 덕에 CG 사용이 극도로 제한되면서, 대판형 필름의 수준 높은 디테일 묘사력을 일부러 제한하거나 손상시킬 요소까지 적다. 


덩달아 앨리어싱이라든지 혹은 밴딩 노이즈에 대한 우려도 제한되며, 실제로 이 UBD의 이러한 화질 위해 요소 제어력은 감독의 전작(이며 역시 화질면에서 좋은 평판을 받은) ‘테넷’의 UBD보다도 더 뛰어나다. 그리고 이러한 장점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이 UBD는 감독이 이 영화에 부여한 ‘사실감’까지도 업 그레이드한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이 디스크를 긍정하고 감탄하게 되면, 시스템까지도 최대한도의 화질을 뽑는 방향으로 갈 마음마저 생긴다. 예를 들어 필자는 4K 컨텐츠 리뷰 시에 필자의 4K 프로젝터에 있는 유사 8K 출력 기능을 켜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이 UBD를 리뷰할 때만큼은 그 원칙을 깨고 유사 8K 출력 상태로도 시험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다시 리얼 4K 출력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정도이다.


▲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150니트 톤 맵핑)


다음으로 둘째: 이 UBD의 HDR10 그레이딩은, 구현 난이도가 크게 어렵지 않으며 & 그렇게 구현해 낸 하이 다이나믹 레인지 영상의 효과도 (그 방향성을 긍정한다면)대단히 훌륭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일단 이 UBD의 HDR10 그레이딩 스펙은 최대 186니트/ 평균 147니트로, 현용 HDR TV라면 엔트리급에서도 스펙 조건을 충족할 수준이며 & 심지어 HDR 프로젝터마저도, 어지간한 광량에다 적당한 스크린 조합이라면 톤 맵핑 보조를 크게 받지 않아도 수록 의도대로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렇게 의도를 재현해 보면, 제작진이 이 UBD의 HDR 그레이딩에서 추구한 바도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가장 싱싱한 상태의 대판형 필름을 그냥 그대로 영사해서 보는 그 감각’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최대한 유사하게 구현하려 했다는 것을.


▲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150니트 톤 맵핑)


구체적으로 이 영화의 HDR10이 갖는 미덕은 a. 컨트라스트가 적절하게 강하고 일관성 있으되, b. 인위적인 짱짱함이 아니라 대판형 필름의 영사 시에 체감되는 딱 그 정도 컨트라스트만큼만 재현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컬러 장면은 물론, 특히 흑백 장면의 질감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살아난다. 계조가 정말로 매끄럽고, BD에 비해서도 모든 영역에서 더 입체적이고 깔끔하게 나오며, 그 차이(를 제대로 구현하는 시스템에서)는 본 리뷰에 첨부한 스크린 샷 이상으로 와닿는다. 그야말로 HDR 본연의 강점을 아주 은은하게 그러나 시종일관 부르짖는, 아주 멋진 HDR 그레이딩인 셈.


특히 필자가 놀란 부분은 영상의 S/N까지 극도로 살려진 부분들에서, 밝기가 아주 살짝살짝 명멸하는: 마치 생 필름을 영사하는 것을 그대로 보는 듯한 감각까지 살려져 있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UBD/ HDR10에서 제대로 나오는 감각으로, (서플리먼트에도 잠시 언급되듯)필름 영사와 디지털 마스터링을 1:1 대조해 가며 체감상 거의 동등한 영상이 나오게끔 노력한 제작진의 집념이 빚어낸 극상의 필름 룩이다.


▲ UBD (150니트 톤 맵핑)


▲ UBD (150니트 톤 맵핑)


마지막으로 셋째: 색감이다. 원래 놀란 감독의 영화들은 색감면에서는 다소 의식적으로 강렬함을 배제한 인상이 많아서 특출나게 거론할 부분이 적었지만, 이번 오펜하이머는 조금 다르다. 오펜하이머 박사의 관점으로 묘사되는 컬러 장면들, 특히 연출상의 이유로 종종 아주 강렬하고 대담해지는 색표현들 모두가, HDR/ 광색역의 보조 덕에 인상적으로 피어난다.


그리고 이렇게 피어난 컬러 장면들의 색감이 앞서 언급한 대로 강렬하게 살아난 흑백 장면들과 대비되어, 영화의 주제 의식과 연출까지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 결과 오펜하이머에서는 이 색감 역시도, BD/ SDR/ BT.709 대비 UBD/ HDR/ 광색역의 개선감을 어필하는 요소라 말할 수 있겠다 싶다.


이 컬러와 흑백의 대비를 즐기며 온전히 감상에 빠져들면, 필자처럼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영상에 빨려들 수 있을 정도의 마력이 있다고 생각한다.(색감 항목에 대한 상찬이 유독 길지 않은 이유도, 필자의 호흡이 곤란해져서 그렇다. 그렇다고 손수건을 내밀던 트루먼 대통령과 비슷하게, 필자에게 산소 호흡기를 대주실 필요는 없다.)


▲ UBD (150니트 톤 맵핑)


▲ UBD (150니트 톤 맵핑)


자, 여기까지 오면 필자가 이 UBD의 화질에 대해 어떤 총평을 할 것인지 미루어 짐작되고도 남을 것이다.


아니, 평은 이미 했다. 그러니 남은 멘트는 그냥 찬사로 채우겠다. 이 UBD는 자신이 가진 고해상도 HDR 시스템의 품위와 능력을 내보이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냥 거의 모든 장면들이 데모용으로 최상인 일품이다. 실제로 필자도 리뷰용으로 수많은 스크린 샷을 취득했으며, 어떤 장면을 쓸지 선별하느라 고생했을 정도이고, 그래서 색감 부분부터는 그냥 UBD 스크린 샷만 계속 나열했다.


다시 말해서 이 UBD는 그만큼 레퍼런스 (아날로그 필름 룩)영상을 담은 디스크이며, IMAX 필름을 직접 영사하지 않는 한 현 시점 컨슈머 레벨에서 구할 수 있는 최상의 화질을 제공하는 ‘오펜하이머’이다.


▲ UBD (150니트 톤 맵핑)


▲ UBD (150니트 톤 맵핑)

 

음성 퀄리티

오펜하이머의 메인 오디오 트랙은 DTS-HD MA 5.1ch이며, UBD와 BD 모두 비트레이트 스펙까지 동일(24/48, 3567kbps)한 같은 트랙이 수록되었다. 따라서 본 항목의 기술은 양 디스크에 모두 적용된다.



놀란 감독의 영화를 담은 디스크들은 지금까지 돌비 애트모스나 DTS:X와 같은 이머시브 사운드 포맷을 수록한 적이 없었으며, 오펜하이머 역시 돌비 시네마 상영용 DCP조차 애트모스 트랙을 담지 않았을 정도로 이를 철저(?)하게 지켜왔다. 


이렇게 현세대의 대세이며 중요한 세일즈 요소이기도 한 이머시브 사운드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는, 놀란 감독 본인의 지론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영화관마다 시설 수준이 다른 경우가 많지만 최소 5.1채널 대응은 대개들 갖추었으니, 5.1채널에 맞추어 믹싱하고 컨펌하면 감독 자신이 의도한 바를 모든 관객들이 큰 차등 없이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이다.



오펜하이머의 디스크 역시 이러한 지론을 충실하게 담았으며, 그래서 가정에서도 그 의도 재현성의 허들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사운드바조차 어지간한 중고급 모델은 물리 리어 채널을 따로 두는 형국이라 더더욱 그렇고.


다만 그렇다 해서 이 디스크의 사운드 쾌감이 수준 낮게 제한되었다는 이야기 또한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펜하이머의 디스크에 담긴 DTS-HD MA 5.1ch은, 5.1채널 사운드에 있어서 아니 영화 사운드에 있어서 하나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그렇게 된 이유는 비단 청취 환경만 5.1채널이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제작 환경 역시 5.1채널 믹싱 노하우가 수십 년간 숙련될 대로 숙련된 덕이다. 컨슈머 전달용 DTS-HD MA 포맷의 출범 이후로 잡더라도 얼추 십몇 년의 역사를 가지니, 이미 제작 현장에선 눈 감고도 다룰 수 있는 수준인 셈.



그 결과 오펜하이머의 메인 사운드는, 다음 세 가지 면에서 특히 뛰어나게 들린다.


a. 기본적으로 우수한 사운드 디테일과 다이나믹 레인지, 총합 표현력

b. 오버헤드 없이도 청취 공간을 가득 채우는 공간감과 그에 따른 몰입감

c. 그럼에도 별다른 왜곡이 감지되지 않으며, 시종일관 높은 퀄리티를 유지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선 a의 경우: 미세한 효과음과 잔향부터 강력하고 파괴적인 음성까지, 스코어와 효과음을 아우르는 모든 소리에 걸쳐 디테일이 대단히 좋다. 여기에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훌륭한 저음까지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어 금상첨화.


한편 b의 경우: a로 다진 기본 퀄리티에 더하여 구성 스피커 각각의 음압을 최대한 활용하며, 무엇보다 리어 스피커가 그냥 가끔 몇 번씩 탕탕 울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분위기를 잡아주는 환경음을 깔고 들어간다. 



또한 이러한 미덕을 가진 사운드이기에, 같은 5.1채널 구성이라도 AV앰프와 스피커들의 실력이 좋으면 좋을수록 & 볼륨을 적절하게 잘 올릴 수 있는 환경일수록, 그에 걸맞은 업 그레이드 퀄리티 체감까지 잘 들려준다. 


다만 이는 음성에 담긴 ‘영상과의 합치성’을 더욱 잘 음미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 디스크에 담긴 메인 오디오는 평범한 5.1채널 시스템에서 듣더라도 DTS-HD MA 본연의 퀄리티가 아주 도망가거나 어느 채널의 소리가 빠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애트모스류의 이머시브 사운드는 오버헤드 채널이 없으면 다른 채널의 퀄리티가 아무리 좋더라도 천장 체감은 아예 배제하고 그 감상을 논해야 하므로, 의도 전달 자체가 다소 어그러진다.)


그러므로 일단 ‘오펜하이머의 디스크’와 ‘5.1채널’을 갖췄다면, 우선 즐기면 된다. 사방을 둘러싼 선명한 소리들의 향연을. 그러면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희미한 빗방울 소리도, 오펜하이머 박사의 인생 절정을 장식한 트리니티 실험의 폭발음도, 놀란 감독의 의도대로 여러분의 시청실에 울려 퍼질 것이다.



다만 그래도 명색 리뷰어이기에 굳이 한 가지(라도) 흠을 잡는다면, 이 영화의 사운드는 대사에 비해 효과음이나 스코어가 훨씬 크게 울리며 & 그래서 간혹 대사를 알아듣기 어려운 편이다.(그렇다고 센터 스피커 볼륨만 키우는 건, 전체 사운드 밸런스를 깨게 되니 권장할 수 없고)


이 영화는 장르와 구성의 특성상 상당히 인상 깊은 대사들이 많고 그것을 음미했을 때 바로 와 닿는 감정선이 강한 작품인데, 상영 당시에 아쉬웠던 이 부분은 디스크에서도 따로 조정이 가해지지 않은 것으로 들린다. 


물론 대사 음성 자체의 선명감은 별달리 떨어지지 않으며, 사실 영어권 외의 시청자는 아무래도 자막 시청이 일반적이라 크게 아쉬운 점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옥에 티는 옥에 티랄지?



그러나 이런 티끌을 감안하더라도, 오펜하이머의 디스크가 담고 있는 사운드는 여전히 하나의 ‘정점’이다. 옥 그 자체가 대단히 크고 아름다워서, 티가 잘 띄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이지만, 이것은 디스크에서만 즐길 수 있는 감상이다. OTT로 즐기면 설령 같은 5.1이라도 ‘강렬함’이 빠져 있고(그렇다고 볼륨을 올려보면 그저 불쾌하게 시끄러워질 뿐이다.), 그래서 온갖 소리를 통해서도 스토리를 끌어가고 인물들의 심리를 웅변한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그러므로 오펜하이머는 반드시, 디스크로 즐길 것을 권한다. 이 디스크는 그럴 가치가 있는 사운드를 수록했고, 애써 갖춘 5.1채널 시스템을 자랑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다.

 

자네는 그 음악을 들을 수 있는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오펜하이머의 디스크를 처음 접한 분이라면, 영상도 음성도 그 특성(필름 촬영)과 스펙(애트모스가 아니야?!) 때문에 아쉬울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이 영화 자체에 대한 호불호와도 맥락이 통한다. 하지만 음미하고 나서 마음에 들었다면, 그 이상 깊이 빠져들 수 없을 만큼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4K UltraHD Blu-ray를 통해 가장 아름답게 연주된다.


 

다만 트리니티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입지를 상실한 오펜하이머 박사처럼, 유니버설의 디스크 표지에서 한국어 인쇄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오펜하이머가 마지막이다.


그래서 필자는 오펜하이머 박사가 아인슈타인 박사에게 말했던 ‘연쇄’와 비슷한 것이 디스크 매체에게도 닥쳐오는 것을, 비록 오펜하이머 박사처럼 세기의 천재가 아니지만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필자도 오피처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튼 오펜하이머는 연주되고 있고, 필자도 그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리뷰 시스템

 플레이어

· 오포 UDP-203 = (V90R용)HDR10 출력 담당

· 루마젠 Radiance Pro 비디오 프로세서 (펌웨어 111723 베타)

= V90R용 HDR10 톤 맵핑 담당


디스플레이

· 프로젝터: JVC DLA-V90R & Da-lite 1.78:1 기준 160인치/1.3게인 스크린

= 유사 8K On/ Off 혼용, (외부 프로세서에 의한)HDR10 다이내믹 톤 맵핑 출력

· (참고용)TV: 삼성 UA8070F (HDR10 출력 참고)


AV 앰프

· AV프로세서: 스톰오디오 ISP MK2 (펌웨어 4.4.r1)

= 룸EQ & 음장 & 기타 효과 Off, 스피커 위치에 따른 채널별 볼륨 조정 only

· 파워 앰프: 스톰오디오 PA8 Ultra MK2

= 프런트 브릿지/ 센터 바이 앰핑/ 이외 채널 노멀 모드


스피커

· 브라이스턴 모델 T(프런트, 리어), TC-1(센터)

· JL Audio Fathom f212v2 서브우퍼 (x2)


리뷰 룸

전면 콘크리트, 내장 후 실측 5.6m(가로)x8.8(세로 우)/9m(세로 좌)x3.5m(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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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3-12-18 12:16:16

역시나 프리뷰에서 언급 하신만큼 엄청난 타이틀이 나왔나 보네요. 국내에는 마지막으로 출시되는 유니버설 작품이라 굉장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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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8 13:27:06

 '나는 UHD 디스크요, 유니버셜의 마지막 디스크가 되었다.' 

2023-12-18 13:37:15

스펙이 잘나와서 너무 좋은데 유니버셜 마지막 정발 작품이라는 것에 참 안타까움도 밀려옵니다..ㅠ.ㅠ

2023-12-18 16:07:13

  제대로된 시스템으로 감상해보고 싶어요........

2023-12-18 16:57:41

 한마디로 요약되네요.

"극찬"

2
2023-12-18 19:24:54

항상 정성스런 소중한 리뷰 잘 보고 있습니다 ^^ 혹시 라도 기회가 되신다면.
말씀 하신데로 최상위4k디스크 베스트 탑10
순위가 궁금합니다. 꾸벅.

2023-12-18 21:59:55

저두요 ^^

2023-12-18 23:15:03

역시 오펜하이머네요. 명장의 명작으로 평가되기에 충분합니다. 

감독의 역량도 충분하고 4K 스펙도 농익어 

정말 4K UBD로 아름답게 연주되는 멋진 레퍼런스 반열에 오르기 충분하네요.

상세한 리뷰 감사드립니다. 

2023-12-19 17:05:41

집 TV(LG C3)문제인지 플레이어(X800M2) 문제인지 아날로그 필름 영사와 마찬가지로 깜빡거리는 이슈가 있던데, 아무래도 제 장비탓이겠죠? 그것까지 아날로그 느낌일 줄은 몰랐습니다.

Updated at 2023-12-21 23:47:06

인터스텔라와 테넷에도 지적되던 대사가 안 들리는 문제는 놀란 감독의 의도로 봐야하겠죠.^^

2023-12-23 17:24:30

간만에, 퀄리티로나 영화로나 제대로된 작품이 하나 나왔다 싶습니다. 리뷰 감사합니다.

2024-01-11 08:24:08

 이제야 구매해서 어제 저녁에 잠깐 보았는데 화질은 말하것도 없고 5.1채널이지만 처음 빗방울 소리에 조지마님의 말씀이 마음에 확 와닿는군요 ^^ 

좋은 리뷰 잘 보았습니다

2024-01-14 08:41:0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24-01-17 09:36:32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영화관 가서도 너무 재밌게 봐서 블루레이도 구매했는데 기대가 됩니다

Updated at 2024-03-20 11:28:41

별로 관심 없던 작품인데,,이 리뷰를 보고 방금 램프몰에서 구매했습니다. 

주말에 즐겁게 감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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