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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980> 후기. 스포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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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18:58:43

후기를 원하시는 분이 계셔서 조금 직설적으로 써보겠습니다.

 

 

 

 

일단 시작은 박정희가 총에 맞아 뒈지는 뉴스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장면은 바뀌어 1980년 5월의 광주의, 이제 막 개업한 중국집 장면부터 시작하죠. 단란한 가족입니다. 중국집 주인이자 주방장인 할아버지, 집안의 자랑이지만 야학에 몰두하는 첫째 아들, 임신한 첫째 며느리, 둘째 아들, 둘째와 곧 결혼할 여인, 장손, 또한 첫째 며느리의 여동생이 중국집에서 서빙을 하면서 일합니다. 그리고 옆집 미용실의 여주인과, 장손과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인 여자 아이. 중국집 첫째 아들과 미용실 여주인 남편은 불알친구이고, 미용실 여주인 남편은 직업군인입니다. 

 

자, 당연히 광주항쟁은 이 단란한 가족을 산산히 찢어놓을 것입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보면 맞습니다. 엔딩에서 이 집안은 풍비박산나고, 옆집 미용실은 서울로 이사가면서 장손은 여친과 헤어집니다. 

 

자 시작과 엔딩이 정해졌습니다. 그러면 이 사이를 맛깔나게 메워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일단 여기에서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왜 이 집안이 풍비박산나는가에 대한 설명이 참으로 빈약합니다. 갑자기 군인들이 중국집에 쳐들어와서 짜장면을 달라고 하지 않나,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는 대학생에게 군인들이 시비를 걸지 않나..... (당시 광주에서 이렇게 군인이 소수인원으로 돌아다니는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암튼 뭐 군인들이 사람같지 않은 존재다라는 인상은 심어줬습니다. 

 

그 다음에 갑자기 첫째가 돌아왔다가 잡힐 뻔 한 일이 발생하고 운나쁘게 강아지가 죽고, 둘째가 잡혀갑니다. 그런데 둘째를 고문하는 사람이 첫째의 불알친구였던 군인입니다. 여기서 또 의문. 당시 광주 출신 군인이 광주에 투입되는게 가능했을까의 문제입니다. 뭐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여기에서 이 영화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바로 광주 시민들과 광주 출신 군인과의 충돌로 광주항쟁을 전개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중국집과 미용실 가족들 역시 분열하게 됩니다. 군인 집안은 야학을 지도하는 첫째가 있는 중국집을 "빨갱이"라고 부르고,  사람을 두들겨 패는 군인이 가장인 집은 "살인자" 집안이 됩니다.

 

사실 이 영화의 제일 큰 오점은 둘째의 캐릭터입니다. 둘째는 일단 기본적으로 그 집안에서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첫째에게 모든 정성을 쏟느라 자신을 무시한다는 설움이죠. 그 설움 때문에 아버지에게 개기다가 아버지가 주방장 훈련을 시켜주자 좋아서 날뛰다가 군인들과 싸우고 끌려갑니다. 그 사이에 자기 약혼녀가 총에 맞아 죽자, 허구헌날을 술로만 때우다가 갑자기 총을 들고 시민군으로 갑니다. 그 어떤 고민도 없이. 아니 고민을 아버지에게 털어놓긴 합니다. 술주정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군인집안 딸에게 "내가 폭도냐?" 중얼거리는데.... 애 앞에서 총들고 설치면 폭도죠. 이 영화는 둘째 캐릭터 덕분에 완전히 영화가 끝장나버렸습니다. 

 

첫째 며느리가 왜 쌍둥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지는 전혀 근거도 없습니다. 하다못해 양수가 터진 상태에서 전남대 병원이라도 가서 출산하는 장면에서 시가전 중에 쓰러진 시민군들의 모습이라도 보여주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막상 출산은 집에서 합니다. 맥거핀이 무엇이냐 물으면 전 이 영화에서의 쌍둥이를 들겠습니다. 왜 괜히 김규리 배우 뱃속에 보형기를 집어넣어서 연기하면서 힘들게 만들었는지 감독의 머리속이 궁금했습니다. 

 

마지막 전남도청 장면에서도 이미 거기 모인 사람들은 죽음을 각오한 분들이었습니다. 거기에 한가롭게 (?) 비무장 민간인이 짜장면을 들고 가서 배달하다가 죽었다? 아니 다 떠나서 그분들이 짜장면을 드시다가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 이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1980>이라는 제목이 아까왔습니다. <1987>을 연상시키려고 한 감독의 욕심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만, 과욕이 너무 눈을 가린 듯 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님의 서명
베어스의 일곱번째 우승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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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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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19:04:39

역시나.. 3년 묵힌게 이유가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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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20:08:50

늘, 이런 영화가 안타깝습니다.
소재, 주제나 취지는 좋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들....
최근에 역사선생님이 건국전쟁에 대응하는 영화를 만든다고 할때도 걱정이 앞서더군요.
그래서 서울의 봄은 참 고마웠어요, 재미있게 잘 만들어 줘서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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