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게] 5천원짜리 드라이버...?
토요일 밤
갑자기 당근앱에 특이한 매물 하나가 올라옵니다
-드라이버랑 7번은 만원, 나머지는 전부 한개 2천원
이게 뭐지. 잠깐 생각하다가 사진을 살펴보니 대략 50개 쯤 되는 아이언에
앗. 코브라 AMP 드라이버로 보이는 물건이 꽂혀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드라이버가 안맞아 갖고있던거 다 팔아버리고
미니드라이버로 연명하다가 막 드라이버를 구매하려던 참인데
오호라 AMP 드라이버가 1만원이라면 아싸 좋구나 요거 써보고 주문해야겄다싶어
당장 챗을 넣습니다
-안녕하세요!! 드라이버 제가 살께요! 근데 샤프트 강도가 어떻게 되나요!!??
-제가 골프를 전혀 몰라요. 와서 보고 가져가세요
-????? 네? 알겠습니다. 당장 달려갈께요
15분 정도 거리를 휘리릭 달려가
5층으로 올라가 보니
50개가 아니라 100개쯤 되는 아이언에 드라이버 두개가 꽂혀 있습니다.
아, 그런데 코브라 드라이버 그립 끝쪽 부분이 너덜거리는게 샤프트 끝이 부러졌나 싶어요
이거 아무래도 부러진거 같은데요 했더니
난 잘 모르니까 그럼 저 남은 드라이버 한개랑 같이 만원에 가져 가세요 하십니다
-네? 그렇게 할께요!
보아하니 기가골프 드라이버인지라 아무 생각없이 드라이버 두개에
캘러웨이 탑플라이트 5번 드라이빙 아이언까지 1만 2천원을 드리고 가져왔습니다
시간은 아홉시가 되어가는데...
동네 중고골프샵을 이잡듯 뒤져 문닫으려는 골프장 주인 아줌마를 잡고
이거 얼마나 들겠냐니까
3만5천원 들어가고 다음주 금요일에나 오랍니다
네? 안녕히 계서요
여기는 아파트 연습장.
코브라 드라이버는 아무래도 손봐야할거 같고
기가골프 드라이버를 들고 내휘둘러보는데.....
빠아아아악!!
-_-
밝은데서 자세히 살펴보니 페이스 정 중앙에 5cm 짜리 크랙이 ㅠㅜ
아 내가 뭘 가져온거지
그렇게 일요일 아침이 되고
아버지가 쓰시던, 합쳐서 내 나이보다 많은 골프채 그립 갈아주신 분을 찾아내
당장 들고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선 30분을 달려갑니다
부러진 샤프트 끄트머리에 팁을 달고 골프프라이드 그립을 먹여
결국 2만5천원 주고 수리를 마쳤습니다
- 근데 나 아저씨같은 분 처음 보네
- 네? 왜요?
- 아니 드라이버에 44.5인치가 뭐요? 남자라면 47인치는 돼야지!
-_- 아니 저 사실 43인치 미니드라이버 쓰거덩요?
바로 가져와서 엄청 휘둘러봤습니다.
새 드라이버 사려고 돈 모아놨는데
당분간 안사도 될거 같습니다
이게 5천원짜리인지 1만원짜리인지
수리비까지 포함해 3만원인지 3만5천원짜리 드라이버인지 좀 헷갈립니다
어쨌든 생각보다 너무 잘맞아 많이 즐겁습니다
덧붙여, 뜬금없이 주워온 낡은 5번 드라이빙 아이언이 생각보다 잘맞아
기존 6번 아이언을 빼버리고 그자리에 5번을 꽂아 넣었습니다.
점점 캐디백에 브랜드만 엄청 늘어나고 있습니다. 완전 혼종...
글쓰기 |
47인치는 선수들도 잘 안 치는 길이인데 오히려 아마추어들이 거리 욕심에 46,47인치를 시도하곤 하죠
잘 맞는다고 하니 다행이긴 한데 드라이버도 오래 쓴 거는 내부에 크랙이 더 있을 수 있기는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