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플레이어의 디스크 재생/출력 품질이 다른 이유
플레이어의 디스크 재생/출력 품질이 다른 이유에 대해선 언제 한번 정리해서 적어둘 생각이었는데, 마침 게시판에 관련된 문의가 보이길래 답변도 겸하여 적어 봅니다.
플레이어, 지칭하기 쉽게 요즘 익숙한 '블루레이 플레이어(이하 BDP)'에서
1. BD를 돌려
2. HDMI를 통해 똑같은 FHD TV에 보냈을 때
BDP의 만듦새에 따라 영상 퀄리티의 우열이 갈라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A. 코덱 - 디코딩 과정의 차이
: 교양 과정 = 동영상 코덱의 이해
우선 BD에 쓰이는 AVC4 코덱은 기본적으로 '손실 압축' 코덱입니다.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BD화 전의 마스터 영상을 100% 똑같은 상태로 BD에 넣는 것은 용량상, 비트레이트 전송 한계상 불가능합니다.(이것은 UBD용인 hevc코덱/ AVC5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AVC4 코덱의 구조상 일부는 무손실 상태로 압축하거나, 어떨 땐 더 많은 부분을 무손실로 커버할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라도 마스터 영상에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은 변함 없습니다.
동영상의 압축은 이미지 압축처럼 공간만의 압축이 아니고, 공간 + 시간의 동시 압축입니다. 여기에 AVC4 코덱의 경우 주파수 영역내 중복되는 부분을 제거하여 압축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동영상을 압축할 수 있습니다. 또한 4x4 가변 매크로 블록을 지원하여, 단조로운 부분은 16x16 매크로 블록으로 압축하되 윤곽선이나 디테일 표현이 섬세한 부분은 4x4의 더 조밀한 블록으로 나눠 압축하여, 영상의 윤곽선 표현에서 기존의 다른 코덱보다 더 유리합니다.(BD 초기의 MPEG2 코덱은 16x16 매크로 블록만을 지원하기 때문에, AVC4에 비해 같은 비트레이트에선 윤곽선 등 디테일 선명성을 보장하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키 프레임을 잡은 뒤 이 근처의 프레임에서 중복되는 부분을 제거하여 > 이정도 손실만으로 데이터를 효율 좋게 압축할 수 있습니다.
* 예를 들어 24프레임의 영상은 1초에 24장의 그림이 지나가는 것인데, 아예 화면이 전환되어 버리지 않는 한 각 프레임 사이 영상의 차이는 아주 극소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AVC4는 여기에 주목하여, 기준 프레임의 이미지는 완전히 저장하되, 그 앞뒤 혹은 근소한 프레임에서는 이 기준 프레임과 달라진 부분 외의 정보를 지워서 압축합니다. 이러면 약간의 데이터만으로 각 프레임을 복원할 수 있게 됩니다.
단, 이때문에 AVC4는 특히 수록 비트레이트의 편차에 따라, 디코딩했을 때 주로 깍두기 현상이라 불리는 블록 노이즈 편차가 크게 나게 되며 & 디코딩 시점의 수록 영상 복원 난이도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전자는 같은 BD를 재생했을 때는 상관없으니까(같은 타이틀, 같은 판본의 BD라면 비트레이트 수치도 똑같으니까) 패스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후자입니다. 각 플레이어 제조사들은 이 동영상 압축 코덱(현재 예시는 AVC4)을 디코딩하기 위한 고유의 디코더(를 포함한, 플레이어 고유 재생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으며, 이 디코딩 노하우의 우열이 1차로 BDP간 화질차를 결정하게 됩니다.
: 심화 이론 = '화장'이 아닌 '복원'
디코더는 크게 코덱 자체의 디코더와 RGB 트랜스코더로 나뉘는데, 우선 전자에 대해 다룹니다.
대개 평균 비트레이트가 20M대, 많아도 40M대로 수록되는 BD의 손실 압축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디코딩하여 (압축하기 전의, BD화 과정을 마친 마스터로)'복원'하는 것이 좋은 디코더의 자격입니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동영상 디코더는 이미지 디코더와 달리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기술력을 요하며, 이때문에 설령 모든 하드웨어를 똑같이(똑같은 픽업, 똑같은 샷시, 똑같은 기판, 똑같은 전원부 등등) 만들어도 이 소프트웨어 우열로 최종 영상의 품질이 달라집니다.
주의할 것은 이 디코딩이 '화장'이 아니라, '복원'이란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디코더가 우수할 수록(AVC4 코덱의 압축 효율과 이론에 따라)프레임간/ 동작간의 영상 선명성을 더 최대한 압축 전에 가깝게 살려낼 수 있습니다. 기준 프레임 근처의 똑같은 부분의 정보가 지워진 각 프레임 간의 영상을 디코딩하여 잇댈 때, 디코딩 프로세스의 기민함과 정확성에 따라 비유하자면 이 프레임간을 보다 완전하게 복원하여 보내느냐 / 아니면 그냥 적당히 마스킹한 상태로 보내느냐 이런 차이가 나게 됩니다. 여기에서 동적 해상도(쉽게 말해 움직이는 영상이 얼마나 선명한가)가 판가름납니다.
다음으로 이렇게 풀어 낸 영상이 RGB 트랜스코더를 거치면, Ycbcr 에서 RGB 컬러 데이터로 바뀌게 됩니다. 이것이 플레이어의 컬러 정확성을 판가름하게 되지만, 요즘은 거의 모든 BDP가 디지털 Ycbcr 출력이 가능해서 플레이어의 RGB 트랜스코더를 거치지 않게 스킵할 수 있으므로, 이 경우엔 노하우가 어떻건 제어 소프트웨어가 어떻건 똑같이 100% 정확하게 출력이 가능합니다.(= RGB 트랜스코드 책임을 디스플레이에 떠넘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 내에서 디코더 운용의 노하우가 판가름하는 것은 주로 '동적 해상도'입니다.
(* 단, 디코더의 품질은 동적 해상도뿐 아니라 부수적으로 화면 투명도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영향의 정도는 동적 해상도의 우열이 더 큽니다.)
: 실제 예시
디코더의 우열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PC에서 동영상을 재생해 보면 간단합니다. 똑같은 하드웨어 환경에서, 소위 '동영상 코덱'이라 부르는 것들만 이리저리 바꿔 가면서 영상을 재생해 보면 디코더가 영상에 끼치는 영향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팟플레이어 같이 사용자가 코덱을 바꿀 수 있는 영상 재생 프로그램에서 소위 '좋은 (디코딩용)코덱'이라고 추천받는 것들은, 압축 코덱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파악하여 그에 맞게 다양하게 잘 대처하는 코덱입니다.
B. 노이즈 제어
: 교양 과정 - 디지털의 정확성은?
흔히들 디지털이 10101이고 무손실이니까 > 데이터 오류는 발생하지 않으며 모든 경우에 전송 전과 전송 후가 동일한 결과값을 갖는다고 믿는데, 이것은 모든 경우에 맞는 생각이 아닙니다.
디지털 신호의 전송에서 에러는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감지하고 정정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 '감지 및 정정'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간의 약속에 따라 이루어지며, 무엇보다 '재전송을 통한 에러 정정을 수행'할 때만 '디지털에서 에러는 발생하지 않는다'란 명제가 성립됩니다. 예를 들면 USB 전송 모드 중 Control Transfer 혹은 Bulk Transfer가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특히 후자는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때 사용하는 모드로, 에러 감지와 정정을 통한 신뢰성 있는 통신을 보장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 간단히 말해서 PC에서 데이터를 A하드에서 B하드로 복사할 때 에러가 나지 않는 것은, 데이터 전송 에러가 발생하면 바로 재전송을 요청하고 하드웨어가 이를 수행하여 에러를 수정해 주기 때문입니다.)
: 심화 과정 - 플레이어 내 디지털 신호 전송의 특수성
하지만 BDP에서 픽업을 통해 디스크의 신호를 읽어 1차로 디지털 신호를 만든 후, 이 신호의 플레이어 내 전송에선 이 에러 보정 과정이 생략됩니다.
그 이유는 영상 신호의 신호 전송이 Isochronous Transfer 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생산-전송-소비가 연속적이고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모드로, 타이밍이 생명이며 & 일정한 전송률로 데이터를 보낼 것이 요구되고 & 지연 시간은 단말의 버퍼 크기에 좌우됩니다. 이때문에 '재전송을 허용하지 않으며' 오로지 에러 보고만을 행하지만, 플레이어의 디지털 신호 전송 구간에선 사실상 이것도 무시하도록 짜여 있습니다. 요약하면 실시간으로 리딩 > 프로세서/ 디코더 > HDMI 기판을 통해 HDMI 출력 신호화하는 플레이어의 동작 구조상, 일일이 에러 보정을 받고 재전송을 요청할 이유도 없고 그럴 수도 없기 때문에 '재전송'은 없습니다. 재전송이 없으니 에러 보정도 없습니다. 디지털 데이터지만 에러에 노출됩니다.(그 정도가 아날로그 전송에 비해 훨씬 적을 뿐)
프로세서 혹은 HDMI 기판에선 어떻게든 신호를 만들어야 하니까, 적당한 알고리즘을 통해 보간하여 채울 수도 있고 그냥 0으로 맞출 수도 있습니다. 101010 - (어떤 위해 요소) - 10(1)010 으로 왔으니 (1)을 0으로 판단하냐, 1로 판단하냐, 아니면 무시하냐 이런 식입니다. 물론 이건 '약간의 오류'에 가까워서, 즉시성을 보장한 댓가로 희생하기로 한 것이 바로 Isochronous Transfer 입니다.(대표적으로 USB를 통한 오디오 전송이 이 부류입니다. 비트 손실이 있더라도 워낙 미미해서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인지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USB 전송 에러에 따라, 파형을 찍어보면 다른 건 사실입니다. 이걸 감지하느냐 마느냐가 문제일뿐.) 헌데 영상의 경우, 특히 고해상도에 고비트레이트의 정세한 영상은 보내는 정보의 양이 워낙 많아서 이 약간의 오류가 쉽게 쌓이고 > 그래서 이로 인한 차이가 비교적 쉽게 눈에 띄게 됩니다.
: 심화 과정2 = 에러의 발생 요인은?
그렇다면 픽업 > 프로세서/ 디코더 > HDMI 기판까지 가는 전송 과정 중에 어떤 요인이 데이터의 에러를 만드는가 하면, 이는 기기의 노이즈 요인 = 주로 전기적 노이즈가 범인입니다.
전기적 노이즈에 의한 디지털 데이터의 전송 에러는 실측기로 이미 증명된 사항으로, 이로 인해 입출력 신호가 불안정하게 나오게 되는데, 이미 픽업에서 읽어들인 소위 '연산 처리 후' 데이터에 노이즈가 끼게 되면, 전술했듯이 플레이어 내 신호 전송 경로엔 에러 처리 및 보정 로직이 없으므로 신호 퀄리티의 우열에 직결되는 문제가 됩니다.
이 노이즈 유무에 따른 데이터 에러 유무/ 다소간 결과는 주로 '화면 투명성'의 우열로 나타납니다. 쉽게 말해서 화면이 좀 뿌옇고, 발색이 선명하지 않아 보이는 것(마치 일주일은 세차 안 한 차 유리창으로 밖을 보는 것) vs 화면이 투명하고, 덩달아 발색도 선명한 것(그 유리창을 내리고 밖을 보는 것)의 체감차이입니다. 물론 부수적으로 동적 해상도의 우열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투명성에 더 큰 영향을 끼칩니다. 참고로 이것도 '화장'이 아니라 '원래 디스크에 수록된 데이터를 최대한 에러 없이, 수록된 투명성 그대로' 출력하는 것입니다.
: 실제 예시
이것은 똑같은 디코더를 가진, 똑같은 하드웨어 제조사의 동일 제품을 어느 한쪽만 전원부 개조를 행하면 비교하여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포 BDP-83의 전원부(덤으로 HDMI 기판도)를 개조한 에어 DX-5는, 83에 비해 영상면에선 투명성과 동적 해상도가 둘 다 더 좋아졌지만, 투명성 쪽이 좀 더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또한 오포 9X/ 10X/ 20X에 걸쳐 샤시나 다른 어떤 것도 손대지 않고 순전히 전원부 개조만 행하는 사설 개조가 국내에서도 이미 이뤄지고 있고, 공통적으로 화면 투명성의 증강이 가장 큰 변화로 꼽힙니다.
이상 두 가지 이유로, BDP의 만듦새에 따라 같은 화면 셋팅(Ycbcr, 동일 컬러 뎁스 등)에서 BD를 돌려 HDMI로 전송해서 같은 FHD TV에 띄워도 화질의 우열이 발생하게 됩니다. '화면 투명성'과 '동적 해상도' 이 두 가지만 기억하고, 이것을 기준으로 BDP, 나아가 UHD-BDP의 영상 퀄리티를 판정하면 대개 실수없이 화질 우열을 판가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 DVDP에서 영상DAC을 거쳐 아날로그 케이블(주로 컴포넌트 케이블이나 RGBVH 등)로 전송하는 경우에 비해, BDP에서 영상DAC 없이 디지털 신호 그대로 HDMI를 통해 전송하는 것이 > 더 화질 우열차가 좁혀진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재생 품질 우열은 좁혀진 것이지 없어진 게 아니며, 이것은 해상도와 무관합니다. BDP-BD-FHD TV에서 보이는 우열은, UBDP-UBD-UHD TV에서 보이는 우열과 거의 같습니다.
그 이유는 AVC4와 hevc의 알고리즘이 (일부를 제외하고)비슷하기 때문이며, 화면 투명도는 해상도와 상관없기 때문입니다.(도트 해상도란 게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 안개 낀 하늘과 맑은 하늘의 차이가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안개의 농도는 아날로그 시절에 비해 디지털 시절이 더 옅을 지언정, 안개 그 자체가 있으면 보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8K 시대로 가면 해소된다? 이 역시 아닙니다. 다만 8K 시대엔 디스크 리딩 플레이어는 없어질 전망이므로(UBD가 사실상 픽업을 혹사시키는 마지막 물리 매체가 될 예정), 이때부턴 픽업의 우수성(주로 제진 설계에 따른 리딩 정확성의 추구)만이 품질 판정 요소에서 배제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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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궁금했지만 찾기 어려웠던 정보입니다.
추천 후 정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