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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게]  오랜 스타워즈 팬의 듄2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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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 22:20:48


첫 스타워즈는 에피소드1이었다.

어린 시절, 스타워즈는 상상속 모든 로망을 구현해낸 최고의 테마파크 였다.

이후로 관련 소설과 코믹스, 애니메이션등을 탐닉했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융성한 소모임이 있었고, 

프리퀄의 컨셉아트와 영상 소스는 미대생이었던 우리에게 최고의 교보재였다. 


그렇게 10년이 넘게 스타워즈에 빠져 살던 시간이 흘러 

취직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DVD구매를 위해 눈팅하던 DP에 가입했다. 

2012년이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여러 글들을 읽고 큰 충격에 빠졌다.


프리퀄은 이곳에 있는.. 영화좀 본다는 사람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끔찍한 토사물이자 최악의 배설물이었다.

이것은 영화 취급도 못받는 일종의 소각해야할 분리수거도 안되는 쓰레기에 불과했다.

내가 좋아했던 것이.. 실상은 쓰레기였나?... 

머리가 어질 했다. 처음 듣는 얘기들이었다. 

나의 친구들 모두가 프리퀄을 사랑했는데... 좁은 세장이었을까?..


일단은 방어했다.

구구절절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옹호했다.

조지루카스의 위대함을 어필하며 프리퀄의 정당성과

마켓의 확장, 2차 창작의 대중적 문을 열어 생명력을 연장시킨

마케팅 전략 등등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했다. 

프리퀄 당시의 기술혁신과 여러가지 것들을 갖다 붙였다.. 


2016년 라스트제다이가 개봉하고 나서는 오히려 더 큰 불이 번져나갔다.

스타워즈 팬들은 분열했고 끔찍한 내전을 벌였다. 

그러다 라오스가 개봉하며 이 모든 논란은 신기루 처럼 와해되었고

스타워즈 팬들은 거짓말 처럼 모두 절멸했다. 쥐죽은 듯 모래알이 되었다.

더이상 얘기하고 말것 없이 사라졌다. 

스타워즈 사가는 그렇게 OTT에서 싸게싸게 찍어내는 아침드라마가 되어 비공식적으로 사망했다. 

 

일련의 사건들 뒤로, 수년에 걸친 억한 감정 속에서 숨죽여 지낸 마음의 상처는...... 


듄2를 감상하며, 

거짓말 처럼, 

씻은듯이 사라졌다.

 

....!!!??? 놀랍도록 말끔하게 회복되었다.

 

듄2를 감상하기 전 때마침 스타워즈 영업을 위해 아내와 프리퀄을 정주행했고

마음속에 프리퀄이 생각보다 좋은 작품이 아니었음을 인지하게 된 직 후 였다.

 

그에 반해 

듄2는, 극장의 존재이유였고, 

공상 세계의 완전한 구현이었으며,

현대 헐리우드 시네마의 정수였다. 

혁신적인 영상미와 사운드 기술, 대담하고 실험적인 연출로 가득차 있었으며

이 모든것이 어우려저 하나의 완전한 예술 작품을 이루고 있었다. 

감상을 하는 시간 내내 모든 억한 감정이 찬찬히 침식되어 사라져감을 느꼈다. 

이것은 마음의 재생이고, 시네마에 대한 믿음의 회생이었다.


'그래, 몇년을 걸쳐 사랑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나도 모르게 입에서 절로 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여러가지 감정이 휘몰아쳤다.

클래식 스타워즈를 사랑했던 선배들이 어째서 라스트제다이에 토를 달지 않았는지, 

이미 프리퀄로 아성이 무너진 시리즈가 더 엇나가 봐야 무슨 의미가 었었겠는가?...


클래식 스타워즈는 개봉 당시 헐리우드는 진화였고, 혁신이었고, 

영상매체가 고도의 산업화와 더불어 머천다이징 마켓을 거머쥔 

자본주의의 화신이 된 신화적 사건이었다.

헌데 프리퀄은?... 그러한 충격을 주었나? 혁신이 있었나? 

산업을 주도했나? 시네마적 신화가 되었나?...

클래식이 던져준 화두에 비하면 정말 별것 없지 않았나?

그러니 차라리 시퀄과 같이 예전 배우들 좀 나와주고 

충격요법 좀 써주면서 이슈몰이라도 된것이 자본가적 마인드에서는 능히 있을 수 있는 일이 었다.

디즈니표 팝콘무비로 20억, 12억 불 이런 엄청난 흥행을 아무 영화나 할 수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디즈니의 사업 마인드 아래에서 분명히 성공한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것이 생각보다 별것이 아니었음을,

그것을 옹호했던 것은 순전히 나만의 추억이 담긴 사심이었음을,

몇년을 걸쳐 사랑하려면 듄 정도의 역사적 성취가 응당 있었어야 했음을...'


모든것이 퍼즐 처럼 짜맞춰져 갔다. 

그러더니 거짓말 처럼 속이 후련해졌다. 

듄을 마주하고서야 마음속 장례식이 끝난것이다. 

루크의 각성을 짐작한 오비완이 검을 내려 놓듯이.

 

 

~

물론, 여전히 프리퀄을 사랑한다. 

그 영화는 어린이 영화였고(내가 마침 어린이였으며), 어드벤쳐 활극이었으며, 

비전과 큰 틀을 가지고 장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모험적인 시리즈였다. 

하지만 클래식과 같은 당대에 충격을 줄 만한 혁신이 없었으며, 신화적 현상도 없었다.

그러므로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듄1 제작에 들어갈 때 드니 빌뇌브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어른들을 위한 스타워즈를 만들겠다'

그것은 적확하게 성공했다. 

듄3를 기대해 본다. 그날까지 듄을 다시 꺼내 읽고 

린치의 영화도 보고, 미니시리즈도 보며 오타쿠 스러운 날들을 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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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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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 22:26:41

 저도 프리퀄 컨셉아트북 3종 아직도 소장중이며 엄청 많이 봤습니다 ㅎㅎㅎ

 99년 기준으로 에피1의 비주얼은 신세계였어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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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 22:34:25

프리퀄 좋아하는 오리지널 팬 여기요
에피소드1 미국 날아가 보고왔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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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 23:01:31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글이네요
에피소드 4,5,6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1,2,3로 극장에서 실시간으로 입문을 했다면...
느낌이 다를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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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0 03:58:09

https://media1.tenor.com/m/5z1r98grT8gAAAAC/star-wars-jar-jar-binks.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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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0 07:06:12

에피소드 4,5,6을 어릴때 보고 에피소드1이 개봉할때 흥분하고 기대하며 에피소드1을 봤을때가 생각나네요
정말 글을 잘 쓰시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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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3-30 11:07:30

라스트 제다이로 내전이 벌어졌다기에는 팬덤 대다수는 분노하며 등을 돌렸습니다. 내전이라기보다는 마녀 사냥 빨치산 토벌이었죠. 클래식 팬일수록 라제에 더욱 크게 분노했고요. 라제가 프리퀄로 분열되어 있던 팬들을 한 마음으로 대동단결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다 라오스가 나오면서 시퀄 게릴라들도 자취를 감추었죠.

1
2024-03-31 01:07:48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새벽이라 그런지 울컥하네요

2024-03-31 23:47:52

 저난 프리퀄 1편 재밌게 보았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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