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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가에타노 도니제티 오페라 라 파보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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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1-14 18:46:12

 2022년 베르가모 공연을 담고 있는 블루레이입니다.  프랑스어로 진행되고 한글자막도 제공합니다. 

발레 장면을 완전하게 살렸다는 평이 있어서 기대가 컸는데 제 이해를 넘어선 발레 안무였기에 발레에 한해서는 기대로 끝났습니다만 그 외에는 정말 좋았습니다.  이 공연물 전에는 우리나라에 3종류가 출시되어 있는데 2014툴루즈, 2016바이에른과 2018피오렌티노 공연물이며, 전부 프랑스어로 진행됩니다.

이 중 엘리나 가란차가 여주역을 한 바이에른 공연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글자막을 제공합니다.

 

 

 가에타노 도니제티 오페라 라 파보리트는  1막 7장, 2막 6장, 3막 12장과 4막 7장 구성으로 총 공연시간은 발레 부문을 빼면 160분, 발레를 어떤 형태로든 포함하면 190분에 달하는 그랑 오페라에 해당하며 1840년에 프랑스에서 초연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최초의 프랑스어 그리고 영어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어 이렇게 3종류가 존재하는데, 프랑스어를 기준으로 번안/번역 등이 아닌 각각 모두 원작입니다. 그리고  조르주 비제 오페라 카르멘처럼 메조 소프라노가 오페라 전체를 장악하면서도 또 카르멘과 달리 소프라노 성부가 거의 없는, 벨칸토 오페라 시대까지 고려하면 정말 특이한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2000년 대 이전에는 이탈리아어 위주로 그 이후로는 원작을 살린다는 의미에서 프랑스어로 주로 공연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모두 원작이므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페라 제목 라 파보리트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왕의 여자"로 할 수 있고 ,이탈리아어 판에서는 라 파보리타라고 합니다.

 

 오페라 라 파보리트를 소개하기 전에 이 오페라만을 위한 상황을 먼저 적어보고자 합니다.

 이 상황들에 대해 일부 거부감이 있더라도 이 상황은 양해의 영역이 아니라 오페라를 감상하는데 필수 요건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즉 아래 상황이 지배하는 이 세계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상황 1 교권 우위 속 교권과 왕권 간의 세력 투쟁 

         그리고 투쟁하는 두 세력이 힘을 합쳐 이베리아반도에서의 무어인과 투쟁

상황 2. 제왕무치

상황 3 남자는 명예 속에 살아간다

상황 4 여자는 운명에 순응한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진행되는 오페라 라 파보리트는 한 여성이 한 명은 진실한 사랑으로, 다른 한 명은 운명의 상대로 대하는 현실에서, 두 남자는 사랑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처한 정치 이해관계나 개인 명예 등을 동시에 고려하지만 여성은 오로지 사랑 그 자체를 바라본다는 관점에서 진행됩니다. 즉 덫에 걸린 여성의 온전한 사랑과 제왕의 정치 속 사랑 그리고  페르낭(이틸리아어에서는 페르난도)의 명예 속 사랑 이렇게 3개의 사랑이 얽힌 이야기입니다.  오페라 여주역 레오노르(이탈리아어에서는 레오노라)는 실제 역사 상 인물인 1340년대 경의 현 스페인에 해당하는 지역 중 하나인 카스티야 출신 귀족 여성 레오노르 데 구즈망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만 모티브이기에 원 역사와는 무관합니다. 원 역사에서 왕의 여자였던 레오노르는 정적에 의해 제거되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후손이 후일 카스티야 왕국으로 끝에는 스페인 왕국을 통치합니다.

 

 제가 3개의 사랑이 얽힌 오페라라 평가했기에  두 남자 각자의 사랑을 중심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런 각 사랑에 필연으로 레오노르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레오노르는 연관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영어 판이 각자 독자 판본이므로 소개할 때 ,영어 판은 제가 어떻게 구해 볼 방법이 없지만 다행히 이탈리아어 판은 영상들이 존재해서, 동일 부분에 대해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묶어서 하려고 합니다.

 

  A) 오버추어

 

 

B) 오페라 라 파보리트는 메조 소프라노가 주역이고 따라서 소프라노 가수가 맡는 부분은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소프라노 가수가 부르는 부분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1막 중반 페르낭과 레오노르의 위험한 사랑을 도와주는 시녀 역 이네스가 부르는 부분을 먼저 소개합니다. 

 B-1) 2018년 피오렌티노 공연-프랑스어

 

B-1) 이탈리아어 공연물

  

 

C) 페르낭의 사랑

 페르낭은 수도회 소속 견습 수사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는 왕의 여자임을 모른 채 왕의 여자인 레오노르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위험한 사랑을 하게 됩니다.  이 사랑을 위해 수도회 수장과 논쟁 끝에 견습 수사를 포기합니다. 

그 후 이네스의 안내를 받아 정체불명의 연인 레오노르를 만납니다. 이 때 두 사람이 부르는 듀엣입니다.

프랑스어 Mon idole, 이탈리아어 Ah! Mio bene인데 우리말로는 모두 나의 연인이라는 의미입니다.

듀엣의 내용은 "레오노르-사랑하는데 위험하다/ 페르낭-위험해도 사랑한다"이며 이 내용으로 주고 받습니다.

C-1) 1막 후반 페르낭과 레오노르의 듀엣-프랑스어

 

C-1) 1막 후반 페르낭과 레오노르의 듀엣-이탈리아어

아마도 1971년 알프레도 크라우스와 위대한 메조 소프라노 가수 피오렌차 코소토 공연인 듯 합니다.

 

C-1) 1막 후반 페르낭과 레오노르의 듀엣-영어

 

 이 듀엣 후 레오노르는 연인 페르낭이 나중에 있을지도 모를 정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무어인과의 투쟁에 가기를 권하고, 페르낭은 승리자가 되어 돌아올 것을 노래하며 1막이 끝납니다.  페르낭은 그 후 승리자가 되어 3막에서야 다시 등장합니다. 3막에서 왕에게 레오노르와 결혼을 허락해줄 것을 포상으로 요구하고 왕이 받아들이는데 이 때 레오노르가 페르낭과의 결혼이라는 행복감 속에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두려워하면서 그 유명한 레오노르 아리아 오 페르낭을 부릅니다.

 C-2) 오 페르낭- 프랑스어

 

C-2) 오 페르낭- 이탈리아어 엘리나 가란차가 바이에른 공연에서 부릅니다.

 

C-2)오 페르낭- 이탈리아어

 

이 노래에 이어 페르낭과 레오노르는 왕의 주관하에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레오노르가 결혼 전에 자신의 과거를 페르낭에게 알려 용서를 구하고자 시녀를 보내지만 왕이 자신의 복수를 위해 시녀를 체포하여 결국 알리지 못한 채 결혼이 진행됩니다. 결혼 후 왕의 측근들이 나타나 페르낭이 왕의 여자와 결혼하여 명예를 잃었다고 비난하자 전말을 알게 된 페르낭은 그 길로 수도회로 가버립니다. 

4막 초반 수도회에서 자신이 버렸던 수사직을 위해 정식으로 입문하기 전 지난날을 돌아보면 회한의 노래 왕의 여자였다니를 부릅니다.

C-3) 페르낭의 노래 왕의 여자였다니-프랑스어

 2014년 툴루즈 공연에서 이지에 쉬가 부릅니다.

 

C-3) 페르낭의 노래 왕의 여자였다니-이탈리아어

 

 페르낭이 왕의 여자였다니를 부른 후 바로 수도회에 귀의하는 의식을 거행하는 중에 몸도 마음도 지친

레오노르가 페르낭으로부터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그 생각만으로 페르낭을 찾아 수도회로 옵니다. 

결국 두 사람이 만나게 되고 이 때 래오노르가 용서를 구하는 아리아 Fernand! imite la clémence를 부릅니다. 여기서 imite 동사형을 사용한 것으로 유추하면, 신의 자비를 흉내라도 내서 자신을 용서해달라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C-4) 레오노르의 아리아 Fernand! imite la clémence-프랑스어

 

 C-4)레오노르의 아리아 Fernand! imite la clémence-이탈리아어(Pietoso Al Par Del Nume)

 

 

D) 왕의 사랑

 왕이 레오노르를 진실로 사랑한다는 솔로곡 Léonor, viens을 부릅니다.

무어인과의 전쟁에서 일단 승리한 왕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레오노르에 대한 사랑을 지키겠다는 노래이지만 2막 후반부 레오노르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측근의 보고에 레오노르를 교권과의 투쟁 수단으로 사용하고 동시에 레오노르에 대한 복수까지 꾀하는 것을 보면 왕의 사랑은 정치 위에서 진실하다는 것을, 왕의 모든 행위는 정치가 바탕에 있기에 그 사랑도 정치에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D-1) 2막 초반부 왕의 아리아 Léonor, viens-프랑스어

 

D-1)2막 초반부 왕의 아리아 Léonor, viens-이탈리아어

 

 D-2) 왕과 레오노르의 어긋난 사랑 듀엣-프랑스어

       Quand j'ai quitte le château de mon père

레오노르가 아버지의 성을 떠나 왕과 함께 할 때는 진정한 부부가 될지 알았는데 왕의 여자가 되어야 했던 것에 한을 노래하고 왕은 다 괜찮아질거다라며 달래는 노레입니다.

 

D-2) 왕과 레오노르의 어긋난 사랑 듀엣-이탈리아어

      Quando le soglie paterne varcai debol fanciulla


이렇게 왕의 사랑을 하던 왕이  2막 후반부 레오노르에게 진실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측근의 보고에 결국 현 왕비와 레오노르의 관계로 인해 불편한 관계에 있던 정적 수도회 수장에게 레오노르를 내어주고 동시에 무어인과의 전쟁에서 영웅이 된 페르낭과의 결혼을 허럭하여 명예를 사랑보다 중시하는 페르낭에게 모욕을 주려는 의도를 가집니다. 이 때 혹시 레오노르가 자신이 왕의 여자임을 스스로 밝혀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페르낭에 대해서는 칭찬과 같고 레오노르에게는 협박과 같은 아리아-대단한 사랑에 대해 그 사랑을 배반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아리아  Pour tant d'amour를 부릅니다. 매우 잔인한 장면이죠. 그러나 제왕무치라는 상황을 고려하면 왕의 입장에서는 당연할 겁니다. 

 

D-3) 3막 중반의 Pour tant d'amour -프랑스어

 

D-3) 3막 중반의 Pour tant d'amour -이탈리아어 A tanto amor

 

 E)  오페라 라 파보리트는 그랑오페라이므로 발레 부분이 있습니다.

 승전을 축하하고 레오노르를 왕의 여자에서 정식 신분으로 올리기 위한 축하연을 위한 장치로

2막 4장 전체를 차지하며 총 길이 20여 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대개 공연에서는 삭제하거나 

기악으로 시간을 채웁니다.

 초연 당시 안무가 어떤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연 연출가와 안무가의 창의에 

기댈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이번 2022년 베르가모 공연물에서 기대를 엄청하고 있었는데 안무가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_-

 

 

 

언어에 따른 정보를 계산하다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끝으로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집시의 노래 중 제4번 곡을 소개합니다.

이 노래의 해석은 영상에 있는 영어 자막과 같이 모두가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이렇게 하는데 

저는 다르게 해석하고 듣고 있습니다. 비교적 짧은 노래입니다.

Když mne stará matka zpívat, zpívat učívala,

내 늙은 어머니가 노래하며 노래하며 가르쳐주시곤 할 때

podivno, že často, často slzívala.

이상하게도  자주 자주 울고 계셨다는 것

A teď také pláčem snědé líce mučím,

지금 나 역시 울음이 내 (늙어서)거무스름한 뺨(우리 표현으로는 검버섯이 핀 뺨)을 괴롭히고 있구나-그만큼 세월이 지났음을 은유하는 것)

když cigánské děti hrát a zpívat, hrát a zpívat učím!

집시 아이들에게 악기와 노래를 가르치고 있을 때


A teď také pláčem snědé líce mučím,

지금 나 역시 울음이 내 거무스름한 뺨을 괴롭히고 있구나

když cigánské děti hrát a zpívat, hrát a zpívat učím!

집시 아이들에게 악기와 노래를 가르치고 있을 때


1절과 2절은 어머니의 감정을 제 3자가 추정하는  감정으로 덤덤하게

3절과 4절은 1,2절의 그 제 3자 감정이 비로서 나의 감정으로 변화하여 서글프게 라는 구조 속에

2절과 3절이 대응

1절과 4절이 대응하는 관계를 만들어 

세대의 차이와 그 차이에도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음을 표현한다고 저는 해석하고 듣고 있습니다.

님의 서명
자유로움은 불편을 친구로 삼는다
그리고
오늘의 내가 퇴장하면 그것이 과거이고
오늘의 내가 등장하면 그것이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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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3-11-24 08:02:25

 도니제티의 오페라는 연대의 딸만 알고 있었는데 발레까지 포함된 오페라가 있군요, 메조소프라노가 주역이라니 독특하네요^^ 늘 좋은 작품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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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13:31:53

도니제티는 궁정 야사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던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그와 관련된 오페라들도 몇 작품 있기도 하죠.

왜 이 오페라 주역이 메조 소프라노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도 있는데

돈이 죄다 뭐 그런 결론인 듯합니다.-_-

2023-11-24 13:06:24

정성글은 선추천~
후정독~~~
항상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WR
2023-11-24 13:33:29

글 작성에서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동시에 고려하다보니

글 작성하면서 저조차도 헷갈려서 수정을 여러 번 했습니다.;;;

혼란스럽더라도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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