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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일상]  신디사이저의 역사 ④ 드럼머신 (드럼 머신은 이 악기 때문에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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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5-03 09:14:27

 

저는 제가 싫어하는 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 

신디사이저와 더불어 드럼머신의 역사 또한 찾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롤랜드의 TR-808 부터 시작하기로 했죠.

제가 알고 있는 가장 오래된 드럼머신이었으니까요. 

   

단일 드럼 머신으로 가장 유명한 제품일 것 같기도 한데요.  

음악에 관심있으신 분은 808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름도 유명하고 특유의 뽕뿅거리는 사운드로 유명한 기기입니다. 

 

얼마나 유명하고 아이코닉한 기기인지 이렇게 티셔츠로 도안해서 나온 적도 있었구요.  

 

80년대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TR-808 광고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jxz0CljLrb0


 

 TR-808을 사용한 당시 히트곡은 Marvin Gaye의 Sexual healing , 휘트니 휴스턴의 I wanna dance with somebody  등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jlSiASsUIs&t=88s 

드럼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마도 많이 익숙하실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XRCdLN-brkI?t=272

 

참고로 휘트니 휴스턴 노래에서는 똑딱 거리는 효과음 정도로만 쓰였고, 실제 메인 드럼은 실제 드럼이 쓰였습니다. 

 

 


 

재미있게도,   TR-808이 제품이 전설적인 드럼머신이 된 이유는 당시에  많이 팔려서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판매량은 실패한 기기였다고 하네요. 

이 기기가 전설이 된 것은  80년대 중반에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덤핑이 되어서 풀린 이후라고 합니다. 


 

전설의 TR-808이 탄생하기 2년전인 1978년에 롤랜드가 발표한  CR-78이 현대적인 드럼 머신의 시조로 알려져 있으며, 프로그래밍이 가능 한 기기였다고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0CHoU24Dis


CR-78은 필콜린스의 I feel the air tonight 에 사용되었습니다. 

전반부에 드럼소리라고 하기에는 다소 툭탁 거리는 소리가 CR-78의 드럼 패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kADj0TPrJA

가장 많이 본 장면인 3분 16초의 인상적인 필콜린스의 천둥 드러밍 소리와 비교하면 드럼머신은 아직 허접함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CR-78을 보면 외관이 808의 그것과 많이 다릅니다. 

마치 캐비닛처럼 정육면체 큐브같은 박스로 되어있습니다 .

이 롤랜드 드럼 머신의 기원을 좀 더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1973년에 발매된 Roland TR-77이 그 원형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xRd9SAjrL0

그런데 소리가 너무나도 익숙합니다... 

어렸을 때 시장통 리어카에서 흘러나오던 뽕짝소리입니다 . 

 

 

시간을 좀더 거슬러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봤습니다. 

알고 보니 롤랜드는 1964년도에 트랜지스터를 이용해 오르간에 드럼 반주를 하는 기계인 리듬 에이스 이라는 기계를 만드는 에이스 전기공업 주식회사로 설립된 회사였습니다. 

[1964년에 만든 리듬에이스]  

에이스는 1967년에는 당시 최고의 오르간 회사인 해먼드 오르간과 파트너쉽을 맺으면서 해먼드에 반주기를 공급하게 됩니다. 

이 반주기에 맞춰 오르간을 연주하는 모습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QCBLkyz0c

오르간과 어우러진 소리는 더욱 더 익숙합니다. 

요즘에도, 아무리 저렴한 키보드를 구입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리듬반주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이 생각보다도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이 놀랍니다.  락, 왈츠, 폭스트롯 등 리듬이 입력되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474zdOmvN4 

 

생각해보면, 예전 70년대 가요 음반을 보면, 가사가 적힌 뒷면에,  종종 <왈츠>니 <폭스트롯>이니 하는 리듬이 적혀있는데.. 반주의 편의를 위해서 였을까요? 

음반 커버에 보이는 사진에도 오르간 위에 드럼 머신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YlIC6fvnPM

 


70년대에는 신디사이저라는 말보다는 전자 올갠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신디사이저와 키보드 전자오르간 구분이 어려운데.. 당시에 구분이 되었을리 만무하고, 당시에 무그가 인기를 끌자 일반 전자올갠을 이용한 경음악들이 인기를 많이 끌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인기는 수많은 무그, 특수 올갠 음이 나온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많은 일본의 전자악기 회사들이 

초창기에는 오르간용 트랜지스터 리듬머신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애시당초 리듬머신이라는 것이 오르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기기였다는 점에서 당시의 악기에서 오르간이 차지하는 지위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org와 Kawai 도 당시에 오르간용 드럼 머신을 경쟁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존재하지 않고 도태된 회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회사들은 왜 서로 앞다퉈 트랜지스터 리듬 박스를 만들었을까요? 

 

물론 일본회사에서 리듬 박스를 최초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당시 미국에는 진공관으로 된 리듬박스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오르간 회사 Wurlitzer 사(오르간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회사입니다. )에서 1959년도에 만든 Side man 이 리듬박스의 진정한 원조 기기입니다. 

 

 

 

 

 거의 캐비닛 사이즈를 방불케하는 사이드맨. 

 

 

https://www.youtube.com/watch?v=fNgJcX2ckZQ&t=342s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회로에 연결된 스위치에의해 리듬을 선택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상세한 동작이나 소리는  영상을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BRYihG3pcw&t=597s

떡방아간 소리 같기도 하구요..  

 10년의 차이를 두고 만들어지는 롤랜드의 드럼머신과 크기를 제외하면 소리나 기능은 의외로 비슷합니다. 

  하지만, 장치를 구현하기 위한 사이드맨의 내부 배선은 어마 어마 합니다.  

  트랜지스터와 IC가 진공관에 비해서 얼마나 효율적인 기기인가를 보여줍니다. 

  반대로, 진공관 기기가 가지고 있는 원시적인 매력 또한 대단하군요..  오디오 앰프를 비롯해서 50년대 진공관 회로의 설계의 기본은 그대로이고 트랜지스터화 된 기기들이 많이 있지요. 

 

오르간 반주용으로 만든 리듬박스에 나오는 소리는, 드럼소리라고 하기에는 비 인간적인  다소  기괴한 느낌입니다.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하지만, 이 리듬박스를 괴이한 사운드를 이용한 상업적인 음악을 만든 사람이 있습니다. 

 불세출의 뮤지션이자, 약물과 돌발행동과 으로 몰락하기도 했던 슬라이 앤더 패밀리스톤의. 슬라이입니다. 

그는 약물문제로 명반 Stand! 앨범과 There's a riot going album 사이에 연주자들과 많은 갈등을 빚게 됩니다. 그전까지 드럼을 담당하던  Greg Errico가 그의 전화를 받지 않자 

그는 마에스트로의 마크2 를 들여와서 드러머 대신 사용합니다. 


이 당시 드럼머신을 이용해 녹음한 세션이 일부 포함된 미발표곡 모음집    

 

 

https://www.youtube.com/watch?v=JrAc04Nh6M4

 

이중 가장 유명한 곡이 Family affair(1971발표) 입니다. 

수백번을 들었을 곡인데, 이 곡이 드럼머신을 사용했다니..

게다가, 프로그래밍한 드럼도 아닌, 오르간용 리듬머신 프리셋을 사용한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ag5RKD0VHk&t=90s 

 

그 이후에도 리듬 박스를 시도한 음반들이 등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ULALx9PuXA

 

그 중 가장 성공한 초기곡은  KC앤더 선샤인 밴드의 KC가 프로듀스한 George Mcrae의  "Rock your baby"라는 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do-ZiHqbls

이 곡은 1974년 빌보드 차트 1위, 영국 차트 1위 등 북미와 유럽 등 전세계에서 차트 1위를 차지한 원힛 원더입니다.  

 드럼머신을 사용한 단순한 리듬의 곡이 미국뿐 아닌 전 유럽에 히트한 것을 보고 감명을 받은 Abba Benny Andersson and Björn Ulvaeu 은 이곡을 벤치마킹 하여 댄싱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듣기에는 매우 허접하기 이를대 없는 드럼 사운드이지만, 당시 사람들 귀에는 굉장히 신선하게 들렸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또한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단순화된 디스코 음악이 당시 그루브가 있는 소울 펑크 음악에 적응하지 못하던  백인들이 춤을 추기에 매우 적합하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 또한 디스코 열풍의 하나의 요소가 됩니다.  디스코 음악이 유행하기 전의 Soul Funk 음악은 디스코에 비해서 굉장히 소울풀하고 그루브가 있으며 리듬이 굉장히 복잡다단해서, 당시 일반적인 백인은 춤을 추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합니다. 

 

 사실 당시 오르간 반주용 리듬 박스만으로, 상업 음반을 만들기는 다이나믹스나 여러면에서 부족했기 때문에, 들어보시면, 실제 드럼 소리들이 섞여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제가 드럼머신이라고 생각했던 70년대말 디스코 곡들도, 드럼머신으로 연주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드럼머신처럼 단순한 리듬을 연주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외로 드럼머신만으로 음악을 만들게 된 시기는 생각보다 늦어서, 80년대 초 중반에나 이르러서 Linn 드럼 같은 실제 드럼 소리에 그나마 흡사한 기기들이 나타 나고, 다른 신디사이저도 발달하고 나서야 가능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초기의 허접한 음악을 새로운 소리라는 이유만으로 음악에 도입한 음악가들의 새로운 시도, 드럼머신의 사용한 곡이 히트하게 된 것으로 사람들의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욕망을 간파한 음악계 관계자들의 감각이  더 대단하다고 할까요.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전자 악기의 발전에 따른 필연이었을까요?  

  

 그런데,  드럼머신이 존재의 이유가 된 오르간. 

 오르간은 어떤 이유로 50년대부터 70년대에 이르기까지 반주기가 필요했던 것일까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라고 하죠. 

 오르간 연주에는 반주의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저렇게나 거창한 반주기가 필요했을 텐데요.. 

 

그것이 궁금해져서, 오르간의 역사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찾아보니, 생각보다 전자 오르간의 역사는 길었거,  신디사이저와도  밀접한 관계를가지고 있었습니다.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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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3-05-03 11:15:13

 캬~~!! 감탄 감탄...너무 재미있는 연재 감사합니다. 

1
2023-05-03 14:06:27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의미로 공부하는 느낌이에요. ㅎ

쓰신대로 드럼머신이 대중음악에 미친 영향이 정말 지대한거 같아요.

본문에서 벗어난 글이지만 녹음, 연주장비는 인체실험 와중에 음향실험도 했던 독일, 일본과 이 데이터를 많이 가져가고 대중음악이 빨리 발달한 미국, 영국(그중에 꼽으면 과거엔 독일, 영국, 미국이... 나중에 일본이 합류...)이 앞서갔다고 주워 들었는데 맞는 말 같아요. 

이 네 나라가 만든 장비가 대중음악 역사를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거 같습니다.

다음번엔 오르간이군요.

오르간은... 예전엔 그나마 쓰던 사람들이 좀 있던 때는 낙원에 하몬드 오르간 계열과 일렉톤, 레슬리 스피커 수리를 해주는 곳이 있었는데 지금은 있는지 모르겠어요.

지인이 레슬리 스피커 모터에 미싱오일 비슷한거 넣는걸 구경하던 기억이 납니다.

WR
2023-05-07 15:48:12

자기 테이프 기술도 미국에 없었는데, 

독일 Basf 기술을 2차 대전 이후에 가지고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찾아보니, 독자 개발한 신디사이저 기술도 있었더군요. 

하몬드 오르간은 소리만 듣고 대중 풍금같은 생긴 구형 오르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대단한 기기더군요.  

1
2023-05-03 15:52:23

저는 록음악에 쓰이는 건반음을 좋아합니다. 

첨엔 파이프오르간과 하프시코드가 피처링 Prog 음반들을 광적으로 좋아했엇고,

멜로트론과 무그로 지나 80년대 감성 뿜뿜의 신서사이저를 무척이나 좋아했죠..

해먼드 올갠은 이상하게 정이 잘 안가서...ㅎㅎ 

WR
2023-05-07 15:51:27

해먼드 오르간은 

60~70년대 음악에서 주로 사용되었으니... 

락음악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사용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뮤지션들의 자라온 환경에 오르간이 있었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자 오르간이 사용된 음악은 생각보다 많이 있어서 좋아하시는 음악중에도 알게 모르게 사용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1
2023-05-04 23:42:18

뒤늦게 연작 시리즈 보고 있네요. 

늦었지만, 정성글에 추천드리고 갑니다...^^ 

WR
2023-05-07 15:52:2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대문글에도 올라가는 영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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