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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발터 벤야민 Early Writings(1910-1917) 챕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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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11-04 00:57:55

한밤에 잠에서 깨어 창가로 들어오는 달빛에 얹어 공상하면서 슈만과 달빛과 주변사물과 그것을 보는 자신의 느낌을 소환한 글 같습니다.  At Night: Thousghts : Suggested by a Schumann Compositiqn입니다. 1910년 발터 벤야민 18세에 쓴 글입니다. 거의 직역같은 번역인데 기계번역을 무책임하게 쬐끔 손봤을 뿐이니 분위기만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몇 줄만 읽고 건너 뛰셔도 됩니다. 

밤에: 슈만 작곡이 제안하는 생각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몇 시간 동안 누워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나의 시선은 어둠을 뚫고 하얀 빛이 비치는 타일 난로로 계속 돌아갔다. 이 영원한 하얀 빛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문이 어디에 있는지 완벽하게 알고 있었지만 오븐의 한쪽, 묶여있는 벽 밑에 벽이 사라진 곳에 문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있었다. 침대 맞은편 반대편 벽에 커다란 서랍장이 서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침대 머리맡을 향해 손을 뻗으면 걸레받이를 만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다... 조금만 있으면 달이 창문 너머로 빛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어두웠다. 나는 밖에서 3월의 바람이 나무에서 놀고있는 것을 들었다. 커튼이 허풍에 떨렸다 ... 나는 몸을 뒤집고 눈을 감았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타일 난로의 불빛이 다시 한 번 보였다. 마치 나를 찾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고 항상 그 창백한 빛을 봐야만 했다. 하지만 벽에 걸린 시계는 아주 시끄럽고 예리하게 똑딱거리고 있었다. 나는 시계가 나에게 경고하고 싶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시계는 항상 같은 어조로 말했고, 경고는 항상 날카롭고 시끄러웠다. 나는 그것을 들었지만 벽에서 방을 통해 퍼지는 하얀 빛에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시계는 단조롭게 경고를 계속했다... 그러나 이제는 경고를 멈추고 크고 분명하게 무언가를 말했다. 누군가 오고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 아주 분명하게, 긴 복도에서, 나는 느리고 뒤섞인 발걸음이 꾸준히 다가오는 것을 들었다... . 그리고 이제 그들은 매우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자 빛이 꿈틀거리며 살아나 방 전체를 장악했고, 바닥에 퍼지더니 시계의 명령에 따라 벽을 타고 올라가더니 위와 사방에서 빠르게 내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면서 점점 더 커지면서 노란 형상들이 풀려나 나를 향해 전진했고, 더 크고 더 무서운 명령이 내려졌고, 방은 점점 더 꽉 차고, 그들은 발과 눈으로 나에게 더 빨리 달려들었다. 움직이지 않고 입을 벌리고 나는 거기에 누워 있었다... 첫 번째가 내 가슴에 떨어질 때까지. 그런 다음 나는 몸을 풀고 팔을 들어올려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공허한 소리가 들렸다... 방이 비워지고 눈이 감겨졌다... 고개를 들었을 때 조용했고 달이 방 안으로 빛났다. 시계를 보니 자정을 지나 1시였다.

18세에 쓴 내용은 자다 깨서 무서웠다가 다시 잠들었다 깼다는 내용인데 저도 어렸을 때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누구나 있겠죠. 부잣집 도련님 벤야민처럼 독방차지와 달리 단칸방에 살았었는데 한 가족이 같이 자도 어둠 속에서는 혼자이고 무섭기도 마찬가지이며 공상도 비슷합니다. 다만 저런 문장으로 나오지 못했다는 것.^^ 자다 깼을 때 컴컴한 밤중에 보이는 방 풍경은 아늑하지 않고 허공처럼 느껴집니다. 환하면 벽이었을 곳에 걸려있는 옷이 사람이 서 있는 것처럼 보였었죠. 벤야민은 이 글을 왜 썼을까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최초로 자각했을 때를 잊지 않으려고? 대략 읽는 사람 마음대로 해석해도 상관없을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 저 디피 프로필 바꿨습니다. 이전에는 드라마 스팔타커스의 주인공이었던 가니커스(제 아이디 주인공)가 고개 숙이고 웃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번에 파란 배경에 두 팔을 벌린 사람은 그리스인 조르바입니다. 무엇인가 내려놓아야할 때, 내려놨다는 느낌, 홀가분한 생각이 들었는데 조르바 포스터가 제 느낌을 대변해주더군요.

 

발터 벤야민의 글을 읽고 그가 어둠 속에서 더듬듯이 그 시선의 자취와 머리 속의 생각을 체험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전 같으면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했을텐데요.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이었던가요? 5권짜리 인생기록인데 이 책을 보고 궁금하기도 했지만 참았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습니다.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이지 추천 아임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2437023 

 

지금 벤야민을 읽는 것은 일단 (영어)문장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독일어로 읽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요.


왜 발터 벤야민의 시선을 쫓고 싶은가는 읽으면서 확인해야 할 것 같고요. 방법 또한 읽으면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벤야민에 관해 처음 접하고 국내 책소개란 등에서 받은 인상이란 것이 '고질적인 번역문제' 때문에 왜곡됐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전 글 댓글에도 링크했던 강신주님의 발터 벤야민 강의는 많이 유익했습니다. 강신주의 달달한 방송용 대중강연하고 다른, 조금 더 심층적인 강의임이 확연합니다. 아래 동영상 말미에 어떤 번역본을 가지고 어떻게 읽을 건지 알려줍니다.

https://youtu.be/OO-6-iFtyKU?si=kmMW6lXq13pWm2oD 

벤야민을 다룬다고 해서 아무거나 덥석 물어불면은 아니되옵니다. 허세만 배울 수도 있습니다. 조심조심...

 

다음 동영상에서 강신주는 자신도 상담이 필요한데 그럴 때 벤야민을 읽는다고 했습니다.  위 동영상을 보고 난 뒤에 강신주의 가슴에서 나오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을 확인했던 발언이었습니다. (달달과 심층에서 좀 달달한 내용임에도 그 부분 때문에 공유합니다. 강신주 자신의 상담역이 벤야민이라고 말하는데 상대(이름이 생각 안납니다)가 맞장구를 못치더군요. 이야기를 더 끌어낼 수 있었는데요.)

https://youtu.be/5bspCAuM82w?si=iD7hlsNlltv7xq7a

이 분의 강의를 믿고 들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든 강의입니다. 정말 I am 신뢰입니다. 볶음밥과 짜장의 정치철학 ㅎㅎ 강추입니다.

https://youtu.be/Z0KdIouzbxk?si=erV8_ZiE1i2NwBZI



글 말미에 편집자 노트에 보면 '베를린 연대기'(베야민 선집 3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에 있는 두 편의 The Moon(41세에 쓴 초고와 46세에 쓴 최종버전)과 비교해서 읽어보라고 하길래 그렇게 했습니다. 시간있고 흥미있으시면 미로에 빠져보시죠.

 

The Moon

괄호 내의 초고를 1938년에 퇴고하면서 내용이 바뀐 곳이 있습니다.

1938(1932-1934)

 

후반부 일부만 가져왔습니다.

 

'세상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그 어떤 것도 세상을 생각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나 남은 질문이 세상, 같은 의미로 자신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고, 강요하지 않아도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일까요? 들어낸 부분 번역 궁금하시다면 딮엘 같은 거로 긁어서 다 보실 수 있죠?

It was: Why is there anything at all in the world, why the world? With amazement, I realized that nothing in it could compel me to think the world.

(It may be that this question nested in the folds of the door-curtain that shielded me from noise. It may be that it was nothing but a residue of many past nights. Or, finally, it may be that it was the other side of the feeling of strangeness which the moon had brought on. The question was: Why is there anything at all in the world, why the world? With amazement, I realized that nothing in it could compel me to think the world.)

 

똑같이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거나, 중요한 것은 존재가 비존재에게 윙크한다는 자각.  

Its nonbeing would have struck me as not a whit more problematic than its being, which seemed to wink at nonbeing.

(Its nonbeing would have struck me as not a whit more problematic than its being, which seemed to wink at non being.)

 

의미해석을 떠나서 벤야민 글 스타일 때문에 읽는 것 같습니다. 벤자민 라디오 텍스트만 있고 목소리가 남아있지 않다는데요. 목소리 정말 부드럽다고 알려졌는데 들을 수 없으니 아쉽습니다.

The ocean and its continents had had little advantage over my washstand set while the moon still shone. Of my own existence, nothing was left except the dregs of its abandonment.

 

(달빛이 아직 있는 동안 바다와 대륙은 내 세면대 세트에 비해 거의 이점을 얻지 못했다. 내 존재는 버려진 찌꺼기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번역하면 이상해집니다. 

 

4-5년 만에 아래 분량을 들어내고 위 문장으로 바꿨다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둘 다 독립적으로 읽으면 될 것 같습니다. 

(The moon had an easy time with this being. My childhood was already nearing its end when, at last, the moon seemed willing to assert its claim to the earth by daylight, a claim which previously it had made only at night. High above the horizon-large, but pale-it stood, in the sky of a dream, looking down on the streets of Berlin. It was still light outside. Gathered around me were the members of my family, their bearing a little stiff, like that of figures in a daguerreotype. Only my sister was missing. "Where is Dora ?" I heard my mother exclaim. Suddenly, the full moon up in the sky began ever more rapidly to expand. Coming nearer and nearer, it tore the planet asunder. The railing of the iron balcony, on which we all had taken our places overlooking the street, broke into a thousand pieces, and the bodies which had been there flew apart in all directions. The funnel created by the moon's approach sucked everything in. Nothing could hope to pass through it unchanged. "If there is pain now, then there's no God, "I heard myself conclude, and, at the same time, I collected what I wanted to take across. I put it all in a verse. It was my farewell. "O star and flower, spirit and dress, love, grief, time, and eternity!" But even as I hastened to entrust myself to these words, I was already awake. And only now did the horror which the moon had just inspired seem to grip me for all time, without any hope of reprieve. For this awakening set no limit to the dream, as others did, disclosed no goal, but instead revealed to me that its goal had escaped the dream, and that the sovereignty of the moon-which I had come to know as a child-had dissolved before another succession of the world.)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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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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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4 03:05:12

이상하리만치 '발터 벤야민' 이라는 이름은 곁에는 두되 한발짝 더 다가가지지는 않는다 생각되더니만... '덥석 물면 안된다'는 조언을 미리 제가 듣기라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한 가족이 같이 자도 어둠 속에서 혼자이고 무서웠던...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최초로 자각했던... 그 추억이 저에게도 있었지요.

10살 되던 해 2월 마지막 날 설악산에 갔는데 케이블카 타러 갔다가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식당에서 몇시간을 온 몸이 다 젖은 채 기다리다 숙소인 호텔로 돌아왔는데 그날 밤 중이염이 심하게 왔는지 귀가 아파 잠을 깼지요. 가족들은 다 잠들었고 밖을 보니 어슴프레한 설경이 마치 새벽처럼 보이길래 아픈 귀를 부여잡고 밖을 보며 동 트기를 기다리는데 실은 동 트는게 아니라 눈에 반사된 빛의 조각들이었던 것이죠. 그냥 가족 누구라도 깨웠으면 되었을 것을... 아팠던 귀 만큼이나 제 마음도 두렵고 황량했었던 것 같았지요.

 

바뀐 프사를 보니 저도 한번 바꿔볼까 싶기도 합니다 

WR
2023-11-04 08:59:32

벤야민을 읽는다는 것은 자기탐구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도 있어요. 강신주 박사 영상 보면 맞는지 아닌지 아실 수 있습니다.

2023-11-04 09:35:26

이래저래 강신주박사님 자료는 뒤로 밀어두었었는데 우선순위를 높여야겠습니다

1
2023-11-04 16:40:02

둔한 제 감각도 무리없이 받아들이는 영상들을 잘 감상하였습니다...^^

WR
1
2023-11-05 00:01:15

벅구용-수잔 손탁-강신주를 통해 벤야민이라는 등산로를 안내받은 느낌입니다. 과정이 산행과 비슷해요. 강신주는 산행 도중 예상치 못한 풍경을 접하는 것처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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