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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발터 벤야민이 18세(1910년)에 발표한 시 The 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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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10-31 14:16:06

발터 벤야민의 문장을 읽어보고 뜻한 바 있어 그의 초기 저작부터 연대순으로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순간의 호기심일지 계속 이어가는 학구심일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단 참고 블로그에는 연대순 정리가 되어 있고 제가 읽는 것은 영문판입니다. 일단 'Early Writings (1910–1917)'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발터벤야민(1892-1940)은 1910년 베를린에서 아직 18세 고등학생이었을 때 Ardor(열정, passion)라는 라틴어 필명을 사용해서 Der Anfang(The Beginning) 학생 정기간행물에 The Poet을 출판했습니다.

 

번역자인 Howard Eiland의 '번역자 노트'를 보면 유복한 환경과 좋은 교육을 받았고 훌륭한 학생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발터 벤야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 글이지만 벤야민 본인의 문장을 읽고싶은 마음이 조급해져 구글 렌즈 도움을 받아 대략 읽었습니다. 읽었어도 주마간산이었어서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읽어야 합니다. 고등학교 때 쓴 글이라는 정도만 필요한 정보였고 벤야민의 명성과 글의 성취를 미리 엿보고 시작했으니까요. 벤야민의 첫 글을 처음엔 고딩의 치기 정도로 읽다가 시 후반부를 읽으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발터 벤야민이 18세 때 발표한 시 The Poet(1910)입니다.

 

번역은 딮엘로 했다가(시 번역은 순 엉터리) 일부 구글 번역을 합치고 제가 의역을 더해서 전체적으로 의역이 됐습니다. 그냥 제가 음미한 영시의 뜻이 번역으로 변하지 않는 수준으로 편집했으니 그 점 염두에 두고 읽으시면 됩니다.

 

The Poet 


Around the throne of Zeus were gathered

The Olympians. And Apollo spoke,

His gaze turned on Zeus, questioning:

"In your vast creation, great Zeus,

I can discern each individual being

And tell each from the others at a glance.

Only the poet I seek in vain."

Whereupon the ruler answered him:

"Look below on the cliffs of life, the steep

Rocky slope, where the generations

Wander in eternal change.

A motley train: you see some

With hands upraised, supplicating in misery,

While others you see at play, in laughter,

Picking flowers on the precipice;

And some you see creeping along in silence,

Their blank gaze fixed on the ground.

Numberless the beings you find within the throng,

Each differing in spirit and demeanor;

But among them you seek in vain for the poet.

Look to the margin of the great stone road, 

Where sudden steep fall of rock

Eternally thunders into the gloomy depths.

Behold the brink of the monstrous abyss:

There you see one standing untroubled

Between black night and many-colored life. 

He stands there in immutable calm,

Solitary, at a distance from the road oflife.

His penetrating gaze is directed now within,

Now boldly upward to us in the light,

And now, ranging wide, upon'the throng.

His hand writes down lines eternal.—

See and know this one: it is the poet.

제우스의 왕좌 주위에 모였다

올림푸스 신들이. 그리고 아폴로가 말했다,

그의 시선은 제우스를 향했고 질문했다:

"당신의 광대한 창조물, 위대한 제우스여,

저는 각각의 존재를 분별할 수 있습니다

한눈에 구별할 수 있습니다.

분간 못한 단 하나는 시인입니다" 

그러자 통치자가 대답했다:

"인생의 절벽 가파른 바위 언덕을 내려다 보아라.

세대를 거쳐 영원한 변화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천태만상이다. 어떤 이는 손을 들고 비참한 마음으로 애원하고 있고, 

다른 이들이 웃고 놀면서 낭떠러지에서 꽃을 따는 와중에. 

그리고 홀로 침묵하며 살금살금 기어가는 이도 있다. 

그들의 멍한 시선은 땅만을 바라보지.

군중 속에서 무수히 많은 존재를 발견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정신과 태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시인은  군중 속에서 찾을 수 없다.

큰 돌길의 가장자리를 보아라,

갑자기 가파르게 바위가 깎아지른 곳

암울한 심연에 영원한 천둥이 들이친다.

괴물 같은 심연의 끝을 보라:

그곳에 흔들림 없이 서 있는 한 사람을 볼 것이다.

검은 밤과 형형색색의 삶 사이에. 

그는 변함없는 침착함으로 그곳에 서 있다,

고독하게, 인생의 길에서 멀리 떨어져서.

그의 관통하는 시선은 이제 내부를,

이제 대담하게 빛 속에서 위에 있는 우리를,

그리고 이제 넓고도 멀리 '군중' 위로 향한다.

그의 손이 시를 쓰는 부단한 모습을.  

보고 알겠느냐, 시인을."  

 

 그 이유는 제우스가 아폴로에게 시인의 정의를 말해주는 부분 때문입니다. 제우스의 권위를 빌려 말한 것 정도는 고등학생의 치기라고 받아들여지지만 시인의 시선을 묘사한 부분은 불과 얼마 전에 월말 김어준에서 얻어들었던 칸트의 경계의 철학이 바로 연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칸트를 논할 지식도 관심도 없는 사람이지만 고딩 벤야민이 독일인이어서 그랬다는 억지를 부리고도 싶게 제 고등학생 시절이 매우 비교됩니다. 저도 고딩시절 제 짝궁이 김지하스런 시를 지어 읽어주곤 했습니다만, 백년도 더 지나서 벤야민이라는 강물의 수원지에 무엇이 있었는지 목격한 기분입니다. 

 

저 시에서 말했듯 벤야민은 경계에서 안으로, 아래에서 위로 다시 인간들을 향해 밖으로 영역을 넓히며 끝없는 시를 쓰듯 읽고 쓰는데 매진할 자신의 인생을 예견 또는 다짐하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경계의 철학에 대한 책도 있군요. 안 읽었고 추천도 아닙니다.

https://m.blog.naver.com/sellars/100147612934

 

재미로 들어야 기억할 수 있습니다. 껄껄껄. 

https://youtu.be/L35q1QDEfP8?si=xBF2Bm_d67RcFLuK 

 

시인을 발견할 수 있는 곳, 시인의 시선이 향하는 곳, 시와 시인의 노력의 영원성등을 생각하며 이 부분 다시 읽어봅니다.

 

 

큰 돌길의 가장자리를 보아라,

갑자기 가파르게 바위가 깎아지른 곳

암울한 심연에 영원한 천둥이 들이친다.

괴물 같은 심연의 끝을 보라:

그곳에 흔들림 없이 서 있는 한 사람을 볼 것이다.

검은 밤과 형형색색의 삶 사이에. 

그는 변함없는 침착함으로 그곳에 서 있다,

고독하게, 인생의 길에서 멀리 떨어져서.

그의 관통하는 시선은 이제 내부를,

이제 대담하게 빛 속에서 위에 있는 우리를,

그리고 이제 넓고도 멀리 '군중' 위로 향한다.

그의 손이 시를 쓰는 부단한 모습을.  

보고 알겠느냐, 시인을."   

 참고

1. 발터 벤야민 저작물의 연대순 정리가 있는 블로그입니다.

https://m.blog.naver.com/3sang4/40029119125


2. 아래는 지금 읽고 있는 발터 벤야민 초기저작(1910-1917)의 목차입니다.

Early Writings (1910–1917)

Walter Benjamin

Edited and translated by Howard Eiland

1. The Poet (1910)

2. At Night: Thoughts Suggested by a Schumann Composition (1910)

3. The Three Who Sought Religion (1910)

4. Storm (1910)

5. Spring’s Hideaway (1910)

6. Sleeping Beauty (1911)

7. Diary, Pentecost (1911)

8. The Free School Community (1911)

9. The Pan of Evening (ca. 1911)

10. Curriculum Vitae (1911)

11. Epilogue (1912)

12. School Reform: A Cultural Movement (1912)

13. Dialogue on the Religiosity of the Present (1912)

14. Quiet Story (ca. 1912)

15. Estranged Land (1913)

16. Teaching and Valuation (1913)

17. Romanticism: An Undelivered Address to Students (1913)

18. Moral Education (1913)

19. “Experience” (1913)

20. Thoughts on Gerhart Hauptmann’s Festival Play (1913)

21. The Aviator (ca. 1913)

22. Death of the Father: A Short Story (1913)

23. Romanticism: Reply of the “Unsanctified” (1913)

24. Youth Was Silent (1913)

25. Conversation on Love (ca. 1913)

26. The Metaphysics of Youth (1913–1914)

27. Student Authors’ Evenings (1913–1914)

28. Erotic Education (1913–1914)

29. The Religious Position of the New Youth (1914)

30. Two Poems by Friedrich Hölderlin: “The Poet’s Courage” and “Timidity” (1914–1915)

31. The Life of Students (1914–1915)

32. A Child’s View of Color (1914–1915)

33. The Rainbow: A Conversation about Imagination (ca. 1915)

34. The Rainbow, or The Art of Paradise (ca. 1915)

35. The Happiness of Ancient Man (1916)

36. Socrates (1916)

37. On the Middle Ages (1916)

38. Trauerspiel and Tragedy (1916)

39. The Role of Language in Trauerspiel and Tragedy (1916)

40. On Language as Such and on the Language of Man (1916)

41. Aphorisms (ca. 1916–1917)

42. Balzac (ca. 1916–1917)

43. Dostoevsky’s The Idiot (1917)

44. On Seeing the Morning Light (1917)

45. The Centaur (1917)

 

https://www.goodreads.com/book/show/10955746-early-writings?ac=1&from_search=true&qid=aw5r16iwR8&rank=1 

 

이런 글이 게시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신다면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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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2023-10-31 02:40:50

게시판에 매우 어울립니다

제우스의 대답 부분의 한글번역의 필체는 마치 욥기서 38장의 야훼의 대답 부분 같은 느낌이네요

WR
Updated at 2023-10-31 02:55:54

원문이 독일어고 영어에도 마찬가지로 싯구에 경어가 따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한국어로 옮기면서 일부러 경어와 하대로 표현했습니다. 시인이 뭐냔 말이냐 가르치는 주체가 The Ruler로 제우스에 권위를 더 얹은 분위기를 살리려고요. 18세에 칸트도 하느님도 제우스도 다 해먹은 벤야민이네요. 감사합니다.

1
2023-10-31 03:05:41

저에게도 언젠가 차분히 앉아 발터 벤야민에 대해 공부하고 사유해 볼 수 있을 때가 오겠지요

1
2023-10-31 09:24:38

너무 좋아요~. 

1
2023-10-31 09:54:17

대학생 때, "문명의 역사는 동시에 야만의 기록이다."라는 벤야민의 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진정한 휴머니스트에 가장 가까운 철학자라고 생각합니다.

1
2023-10-31 11:01:45

한 때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빠져서 허우적 됐었지요..

WR
2023-10-31 12:29:39

https://youtu.be/OO-6-iFtyKU?si=IzMZ2FGRV8zYOF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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