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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꼬박 하루 손탁의 시선으로 벤야민을 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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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10-31 14:16:30

처음엔 별 생각없이 이어폰을 귀에 꼽았습니다. 유튭 홈화면에 뜬 월말 김어준 발터 벤야민 편을 틀었습니다. 박구용 교수와 김어준의 껄껄합창이 중독성이 강합니다. 김어준의 방해에 불구하고 그 사이를 비집고 박구용 교수님의 워딩들은 꽤 응축된 것이 많습니다.

 

방송에서 거론된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는 예전에 구해 놓은 게 있었고 미뤄놓고 읽지 않았었는데요. 찾아보니 책(영문 1979년판) 서두에 소개글을 수잔 손탁이 썼습니다. 방송 듣고 자극받아 읽기 시작했는데 방금 들은 박구용 교수님의 워딩 하나하나가 거의 그대로 수잔 손탁의 글에서 나옵니다. 재미있어서 (소개글만) 단번에 읽어버렸습니다.

 

국내 번역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같은 해(2007)에 나온 두개의 판본이 있었지만 둘 다 수잔 손탁의 서두 소개글은 없었습니다. 영어 여러 판본 중에서 극히 일부만 손탁의 소개글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23페이지나 되는 긴 글이고 벤야민의 일생을 관조한 좋은 글이기에 아마도 다른 책에 포함됐다 생각했고 찾아보니 우울한 열정(2005)이라는 제목으로(원제 : Under the Sign of Saturn) 벤야민의 책 보다 먼저 국내에 번역된 수잔 손탁 에세이집에 실려 있었습니다. 다른 챕터들도 흥미롭지만 지금은 벤야민이 우선입니다.

 

벤야민 책 서두에 실린 것은 1979년이고 손탁의 책이 나온 것은 1980이었으며 국내에 손탁의 책이 2005년에 나왔고 벤야민의 해당 책이 2007년에 나왔으므로 전후사정이 짐작이 됩니다.

 

손탁의 책 '우울한 열정'의 목차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풀 굿맨에 대하여

매혹적인 파시즘

토성의 영향 아래

지버베르크의 히틀러

바르트를 추억하며

열정의 정신

아르토에 다가가기

 

'토성의 영향 아래'가 원제가 Under  the Sign of Saturn이고 손탁 책 '우울한 열정'의 원제목도 이와 같습니다. 사인오브새턴하면 영어에서 느껴지는 문화적 어감(새턴이 우울 등의 뜻 포함)이 있는데 토성의 영향 해버리니 대륙을 건너버려 낯선, 전혀 다른 느낌이 되어버리죠. 유감인 것은 우울한 열정이라고 제목을 '박아버리니' 손탁의 명문인 저 에세이를 그 제목 아래 가둬버리는 결과가 있다는 느낌적 느낌입니다. 박구용 교수의 워딩과 손탁의 분석과 턱 괴고 내리깔은 눈의 벤야민 모습(역시 손탁이 묘사했던 것과 일치하는)이 한번에 겹칩니다.

 

 

어쨌든, 아무튼, 손탁의 책 여러 권을 능력이 되면 읽으려고 모아 둔 덕에 이 책 또한 가지고 있더군요. 서두 소개글이자 손탁의 에세이 한편을 읽어버렸으나 손탁의 책 또한 시작한 셈이고 손탁과 벤야민을 한번에 초대한 셈이 됐습니다. 양손에 떡들고 어쩌지 못하는 놀부의 심정입니다. 

 

https://youtu.be/kKsS4lpYfUo?si=Mk408XRfBLuf_lqc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62547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17966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95246

 

검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손탁의 벤야민 소개글이 벤야민에 대한 글들에서 많이 인용된다는 것입니다. 정통한 측근 정도랄까요, 그래서 박구용 교수님 또한 그랬겠다는 생각입니다.

 

일례로 리처드 스키너(작가)가 수잔 손탁의 소개글을 요약한 페이지(영문)입니다.

https://richardskinner.weebly.com/blogposts/susan-sontag-on-walter-benjamins-one-way-street

 

검색으로 발견한 390페이지 짜리 발터벤야민의 '일방통행로' 영문 pdf (수잔 손탁의 23페이지 소개글 포함)입니다.

https://monoskop.org/images/d/d7/Benjamin_Walter_One-Way_Street_and_Other_Writings.pdf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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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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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9 07:57:17

오래전에 발터벤야민이라는 떡을 손에 쥐고 어쩔 줄 몰라하는 제게 수잔 손탁이라는 떡까지 쥐어주시는군요. 

WR
2023-10-29 10:55:48

꼭 꼭 씹으셔야 합니다. ^^

1
2023-10-29 08:58:17

저 놀부 두 손에 떡 들고~ 가난한 자 등치고~
저절로 흥얼거려집니다
맥락도 없이 발터 벤야민이란 이름에 끌려 이 책 저 책 기웃거리다 정작 하나 골라본 것이 엉뚱하게도 벤야민과 브레히트의 우정?에 대한 책이라 정작 '기술복제시대'라는 흥미로운 주제는 손도 못댄 상태입니다
요즘은 그랬군요님이 던져주는 떡밥도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고 눈만 핑핑 돌고 있습니다 천수관음의 손이라도 빌려오고 싶어요

WR
2023-10-29 11:08:13

벤야민은 한 문장 한 문장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답니다. "작가는 새로운 문장을 쓸 때마다 멈췄다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  Under the Sign of Saturn중에서.

박구용 교수가 50대 이상은 발터 벤야민 잘 모른다고 하던데 정말 잘 몰랐었네요.

2023-10-29 11:52:14

그죠? 내가 발터 벤야민을 노화가 진행되는 중에 알게 되었던게 이상한건 아닌.. 거라며 당숙께서 무릎을 치시네요

1
2023-10-29 09:30:27

저는 수잔손탁 문학이론 위주로만 봤는데 다양하게 보시네요. 비평수업때 자주 인용하는데 반가워서 한마디 남기고 갑니다. 오늘도 덕분에 제 지식지수가 +1 되었습니다.

WR
2023-10-29 11:10:00

저는 수잔 손탁을 애니 레보비츠 때문에 주목하게 됐어요. 그들의 관계와 그들의 유대가 어느 기저를 가지고 있을까 많이 상상했었습니다. 미국에서 그 만한 사람 잘 없더군요.

1
2023-10-29 09:34:35

우디 앨런의 페이크 다큐 <젤리그>에 나와서 '나는 해석에 반대한다'던 그 수잔 손택이군요. 따로 떼어내도 어려운데 수잔 손택과 벤야민을 한꺼번에 불러오기는 난감하고 아쉬운대로 월간 김어준은 들어보겠습니다.^^

WR
2023-10-29 11:14:32

4년 전에 읽었는데 다 잊었네요. 기억이 휘발 휘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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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9 09:41:12

수전 손택을 거론하셔서 반가웠네요.

사진에 관해 궁금증을 가지며 접했던 분인데..

수전에 관한 짧지만 내밀한 상찬으로 김연수 작가의

아래 글을 떠올리게 됩니다.

벤야민은 어쩌면 20세기를 대표하는 문화비평가일 텐데

그의ㅡ작업이 강렬하지만 난해하기도 하지요.

도시산책자의 랜즈와 감각으로 본 세상이라니 독자로

제가 불쑥불쑥 실행하던 산보와 군중 속 관찰을 떠올리게도

되더군요.

데이비드 하비라는 지리학자의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나

그램 질로크의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가 좋았습니다.

그가 구축한 텍스트를 이해하는 열쇠로..

https://www.hani.co.kr/arti/PRINT/270957.html

WR
2023-10-29 11:16:54

수잔 손탁 따로 애니 레보비츠 따로 좋아했다가 둘이 파트너라 해서 더 좋아하게 됐었죠. 링크하신 글은 예전에 저도 봤던 거네요. 

벤야민을 제대로 더 접하면 또 이야기하겠습니다^^

WR
2023-10-29 13:58:26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번역인데다 실물책인데 영어이북보다 더 저렴해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6777884

https://play.google.com/store/books/details/David_Harvey_Paris_Capital_of_Modernity?id=in1M2QejPokC

 

https://www.aladin.co.kr/search/wsearchresult.aspx?AuthorSearch=%ea%b8%b8%eb%a1%9c%ed%81%ac@205079&BranchType=1

https://play.google.com/store/info/name/Graeme_Gilloch?id=0c37d9v

WR
2023-10-29 23:40:25

벤야민 책들이 절판은 많고 국내저작물은 풍년이군요. 미번역인 '일루미네이션'은 절판된 주요저작들이 많이 포함된 합본인데 여기 소개 글은 한나 아렌트가 썼네요. 손탁을 측근 느낌이라 위에 썼지만 사실 아렌트가 찐이죠. 다만 아렌트와 손탁의 문장이 결이 다릅니다.
http://aladin.kr/p/AUc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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