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특별한 분과 함께 먹은 칼국수
어제 점심에 먹은 의왕의 봉덕칼국수입니다.
원래 안양에 있다가 5년 전에 지금 자리로 옮겼다는데, 안양에 있을 땐 손님이 많아서 먹기 쉽지 않았었다는군요.
주차장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차와 차 사이에 주차 라인이 그려져 있는 게 아니라 옥수수가 심어져 있는 겁니다.
주차를 하면서 그 아이디어에 감탄이 나오더군요.
주차 라인보다 훨씬 감성 돋지 않나요?
내부는 상당히 넓은 편입니다.
저희가 갔을 땐 1시가 좀 넘은 때였는데 테이블이 거의 차 있었습니다.
음료수 냉장고 뒤로 별관이 따로 있었는데 거긴 비어 있었습니다.
메뉴는 샤브샤브 칼국수와 바지락칼국수, 만두 이렇게 딱 3가지 뿐이고 나머지는 고기, 야채, 면, 밥 등의 추가메뉴 정도입니다.
바지락칼국수는 1인분씩 그릇에 담겨 나오는 모양인데,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들 샤브버섯칼국수를 먹고 있었습니다.
저희도 세 명이라 샤브버섯칼국수 3인분에 고기 추가!
국물은 칼칼해 보이는 붉은색인데, 매운 거 드시기 어려운 분은 주문할 때 좀 덜 맵게 해달라고 얘기하면 됩니다. 일행 중 한 분이 매운 걸 못 드시는 어르신이라 좀 덜 맵게로 주문합니다.
김치는 테이블에 있는 항아리에서 덜어 먹으면 됩니다.
저는 이 집이 처음이지만 다른 두 분은 여러 번 오셨던 분들입니다.
한 분이 김치가 맛있다며 김치를 접시 가득 꺼내 놓으셨네요.
저거 다 먹고 한번 더 덜어 먹었습니다.
버섯, 고기와 김티를 한번에 싹 집어서 먹으니 오우~ 맛있습니다.
바지락 칼국수는 안먹어봤지만 그것도 맛있을 것 같습니다.
샤브샤브를 어느 정도 먹고 나서 칼국수면을 주문하면 가져와서 국물에 풍덩 넣어 줍니다.
칼국수면은 다 칼로 썰어서 굴림면으로 한 듯, 면발이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양재역 임병주 산동칼국수도 이런 면발이죠.
이날 딱 아쉬웠던 게, 면을 가져와서 넣으시던 여사님이 면이 뭉친 그대로 부어서 약간 떡진 면이 있었습니다. 국자로 저었는데 이미 일부는 떡이 됐더군요.
가장 나이 어린(?) 제가 그런 거 다 뱃속으로 처리 했습니다.
원래는 칼국수 먹고 볶음밥까지 해야 하는데, 칼국수 만으로 너무 배가 불러서 볶음밥은 아예 엄두도 못낸 게 참 안타깝습니다.
저것만으로 그렇게 배가 불렀던 이유는, 일행 중 한 분이 96세의 노인이어서 드시는 양이 워낙 적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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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제가 차한잔에 썼던 글입니다.
우리나라 스피커 역사 그 자체인 마샬 스피커의 박병윤 사장님에 대한 글이었는데요.
1927년 생, 작년에 돌아가신 송해 선생과 동갑이시지요.
송해 선생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걷고 버스타고 다니며 활동하셨던 엄청난 분이셨는데, 박병윤 사장님 역시 365일 하루도 안쉬고 일원동 자택에서 안양의 일터까지 지하철, 버스를 타고 하루 3천보를 걸으며 출근하셔서 스피커를 만들고 계시는, 슈퍼 울트라 노익장이십니다.
어제도 오랜만에 박병윤 사장님을 만나 드시고 싶다시던 칼국수를 먹으러 간 것이었습니다.
감기가 걸려 두달 째 완전히 낫지를 않아 좀 고생하고 계시다는데, 감기 말고는 건강이 안좋아 보이시진 않더군요.
물론 점점 왜소해지시고 행동도 점점 느려지시긴 하지만, 말씀을 나눠보면 그 연세에도 총기는 전혀 약화되지 않고 그대로이십니다. 절대 일을 손에 놓지 않고 계속 출퇴근하시면서 일하시는 게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며, 저에게도 "건강은 남이 지켜주는 게 아니야! 자기 스스로 관리해야 해!" 하십니다.
몇달 전 사무실을 같은 건물의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셨다는데, 아파트형 공장이라 주변의 다른 사업체 사장님들과 직원분들이 도와줘서 짐은 날랐지만 정리를 못하고 계신다고 하네요.
성격이 까다로우신 지라 수많은 박스와 짐들을 일이히 열어보고 직접 확인을 하셔야 하기 때문이죠.
감기 뒤끝이 좋아지면 이제 짐정리를 할 거라고 하시길래, "손이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했더니 바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답 하십니다.
어제 뵈러 갔던 것도 이사 후 정리하실 게 막막하실 듯 해서 도와 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몇년 후면 온전한 한 세기를 꽉 채우는 나이에도 스피커에 둘러싸여 항상 새로운 스피커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시는 박병윤 사장님.
사장님 뒤로 보이는 검은색 덩치좋은 스피커는, 박병윤 사장님이 만들고 태광 퀘헬 브랜드를 달고 출시되어 아직도 해외에서 수천달러에 중고 거래되고 있는 역작 K-300 을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하기 위해 제작하신 샘플입니다.
(함께 칼국수를 드신 또 다른 한 분 역시 그 당시 태광에서 스피커 개발을 총괄하며 K-300을 함께 개발하시던 분인데, 제가 새 모델을 만들 때도 열심히 도와주시는 분입니다.)
20여 년 전 돌아가신 제 아버지와 동갑이어서 뵐 때마다 아버지 생각나는 박병윤 사장님이 정말 한세기를 넘기도록 건강 유지하며 좋아하시는 일 계속 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봉덕칼국수
경기 의왕시 징계골길 11
031-456-8464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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