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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특별한 분과 함께 먹은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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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6-21 20:52:02

어제 점심에 먹은 의왕의 봉덕칼국수입니다.

원래 안양에 있다가 5년 전에 지금 자리로 옮겼다는데, 안양에 있을 땐 손님이 많아서 먹기 쉽지 않았었다는군요.

주차장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차와 차 사이에 주차 라인이 그려져 있는 게 아니라 옥수수가 심어져 있는 겁니다.

주차를 하면서 그 아이디어에 감탄이 나오더군요.

주차 라인보다 훨씬 감성 돋지 않나요?

내부는 상당히 넓은 편입니다.

저희가 갔을 땐 1시가 좀 넘은 때였는데 테이블이 거의 차 있었습니다. 

음료수 냉장고 뒤로 별관이 따로 있었는데 거긴 비어 있었습니다.

메뉴는 샤브샤브 칼국수와 바지락칼국수, 만두 이렇게 딱 3가지 뿐이고 나머지는 고기, 야채, 면, 밥 등의 추가메뉴 정도입니다.

바지락칼국수는 1인분씩 그릇에 담겨 나오는 모양인데,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들 샤브버섯칼국수를 먹고 있었습니다. 

저희도 세 명이라 샤브버섯칼국수 3인분에 고기 추가!

국물은 칼칼해 보이는 붉은색인데, 매운 거 드시기 어려운 분은 주문할 때 좀 덜 맵게 해달라고 얘기하면 됩니다. 일행 중 한 분이 매운 걸 못 드시는 어르신이라 좀 덜 맵게로 주문합니다.

김치는 테이블에 있는 항아리에서 덜어 먹으면 됩니다.

저는 이 집이 처음이지만 다른 두 분은 여러 번 오셨던 분들입니다. 

한 분이 김치가 맛있다며 김치를 접시 가득 꺼내 놓으셨네요.

저거 다 먹고 한번 더 덜어 먹었습니다.

버섯, 고기와 김티를 한번에 싹 집어서 먹으니 오우~ 맛있습니다.

바지락 칼국수는 안먹어봤지만 그것도 맛있을 것 같습니다. 

샤브샤브를 어느 정도 먹고 나서 칼국수면을 주문하면 가져와서 국물에 풍덩 넣어 줍니다.

칼국수면은 다 칼로 썰어서 굴림면으로 한 듯, 면발이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양재역 임병주 산동칼국수도 이런 면발이죠.

이날 딱 아쉬웠던 게, 면을 가져와서 넣으시던 여사님이 면이 뭉친 그대로 부어서 약간 떡진 면이 있었습니다.  국자로 저었는데 이미 일부는 떡이 됐더군요.

가장 나이 어린(?) 제가 그런 거 다 뱃속으로 처리 했습니다.

원래는 칼국수 먹고 볶음밥까지 해야 하는데, 칼국수 만으로 너무 배가 불러서 볶음밥은 아예 엄두도 못낸 게 참 안타깝습니다. 

 

저것만으로 그렇게 배가 불렀던 이유는, 일행 중 한 분이 96세의 노인이어서 드시는 양이 워낙 적었기 때문이었습니다.

 

https://dprime.kr/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2556993&sca=&sfl=wr_name%2C1&stx=guyver&sop=and&spt=-1157120&scrap_mode=

2년 전에 제가 차한잔에 썼던 글입니다.

우리나라 스피커 역사 그 자체인 마샬 스피커의 박병윤 사장님에 대한 글이었는데요.

1927년 생, 작년에 돌아가신 송해 선생과 동갑이시지요. 

송해 선생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걷고 버스타고 다니며 활동하셨던 엄청난 분이셨는데, 박병윤 사장님 역시 365일 하루도 안쉬고 일원동 자택에서 안양의 일터까지 지하철, 버스를 타고 하루 3천보를 걸으며 출근하셔서 스피커를 만들고 계시는, 슈퍼 울트라 노익장이십니다.

 

어제도 오랜만에 박병윤 사장님을 만나 드시고 싶다시던 칼국수를 먹으러 간 것이었습니다.

감기가 걸려 두달 째 완전히 낫지를 않아 좀 고생하고 계시다는데, 감기 말고는 건강이 안좋아 보이시진 않더군요.

물론 점점 왜소해지시고 행동도 점점 느려지시긴 하지만, 말씀을 나눠보면 그 연세에도 총기는 전혀 약화되지 않고 그대로이십니다. 절대 일을 손에 놓지 않고 계속 출퇴근하시면서 일하시는 게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며, 저에게도 "건강은 남이 지켜주는 게 아니야! 자기 스스로 관리해야 해!" 하십니다.

몇달 전 사무실을 같은 건물의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셨다는데, 아파트형 공장이라 주변의 다른 사업체 사장님들과 직원분들이 도와줘서 짐은 날랐지만 정리를 못하고 계신다고 하네요.

성격이 까다로우신 지라 수많은 박스와 짐들을 일이히 열어보고 직접 확인을 하셔야 하기 때문이죠.

감기 뒤끝이 좋아지면 이제 짐정리를 할 거라고 하시길래, "손이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했더니 바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답 하십니다.

어제 뵈러 갔던 것도 이사 후 정리하실 게 막막하실 듯 해서 도와 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몇년 후면 온전한 한 세기를 꽉 채우는 나이에도 스피커에 둘러싸여 항상 새로운 스피커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시는 박병윤 사장님.  

사장님 뒤로 보이는 검은색 덩치좋은 스피커는, 박병윤 사장님이 만들고 태광 퀘헬 브랜드를 달고 출시되어 아직도 해외에서 수천달러에 중고 거래되고 있는 역작 K-300 을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하기 위해 제작하신 샘플입니다. 

(함께 칼국수를 드신 또 다른 한 분 역시 그 당시 태광에서 스피커 개발을 총괄하며 K-300을 함께 개발하시던 분인데, 제가 새 모델을 만들 때도 열심히 도와주시는 분입니다.)

 

20여 년 전 돌아가신 제 아버지와 동갑이어서 뵐 때마다 아버지 생각나는 박병윤 사장님이 정말 한세기를 넘기도록 건강 유지하며 좋아하시는 일 계속 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봉덕칼국수

경기 의왕시 징계골길 11 

031-456-8464 

주차 가능 

 

 

 

 

 

 

님의 서명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서명 안만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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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3-06-21 20:43:17
WR
2023-06-22 00:13:24
2023-06-21 20:48:40

대단하시네요! 아직도 현역이라니...

WR
2023-06-22 00:14:22

그 연세에도 스피커, 소리, 오디오에 대해서 얘기하실 때 보면 막힘이 없으십니다.

2023-06-21 20:56:03

며칠전 여기서 식사했어요. 맛있더라구요.

WR
2023-06-22 00:15:16

그러게요. 맛있었어요.
다음엔 바지락 칼국수도 먹어봐야겠어요.

2023-06-21 21:06:38

(링크 걸어주신 2년 전 글을 보고서) 사진만 봐도 설명이 필요없는 장인이시군요. 글 감사합니다.

WR
2023-06-22 00:15:50

한국 오디오 스피커의 역사 그 자체이시죠.

Updated at 2023-06-21 22:20:21

 헉,,,,그러시구나,,, 저도 저분 알고 있습니다. 

 

저 공장형아파트(유X팩토XX)에서 저도 일하고 있어서 저분 알아요^^

 

 유명하신 분이셨군요,

WR
2023-06-22 00:18:21

오~ 이럴수가...
같은 건물에 계시는군요.
오며가며 보신 모양이죠?
오디오 쪽에선 유명하실 뿐 아니라 가장 어른이시죠. 한국 오디오 계에서 친하셨던 분들이 다 돌아가셨으니...

1
2023-06-21 21:50:10

마지막 사진이 현재의 모습이신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정정하고 총기가 있어 보이시네요. 

WR
2023-06-22 00:21:38

어제 식사 마치고 박사장님 사무실에서 커피 마시며 찍은 사진입니다.
영어도 잘 하시고 노인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흐리멍텅함이 없이 여전히 명확하십니다.

2023-06-21 22:04:38

정말 특별한 분과 맛난 곳에서 의미있는 식사를 하셨네요.

WR
2023-06-22 00:23:56

예전에 뵐 때는 안양의 이름난 추어탕이 속이 편하다고 잘 드셨는데 이번에는 저 집의 칼국수가 드시고 싶다 하시더군요.
이전으로 멀어진 다음에는 자주 가시기가 어렵다고...
맛있었어요.

2023-06-21 22:15:09

정말 군침이 도네요. 특별한 분과 맛난 음식을 함께 하는것 만큼 즐거운 일은 없는것 같습니다.

WR
2023-06-22 00:25:27

노인들과 식사하는 게 그리 기꺼운 일은 아닌데, 박사장님과는 그런 게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 말도 잘 들어주시고 해서...

1
2023-06-21 22:26:07

순간 길선자님 게시물인줄 알고 닉네임 다시 확인하고 왔습니다 ㅎㅎ

한 번 가봐야겠네요.

WR
Updated at 2023-06-22 00:26:48

저도 면 좋아합니다.^^
칼국수를 비롯해서 라면, 스파게티, 짬뽕, 짜장, 밀면, 막국수 등등...

2023-06-22 01:03:48

샤브샤브는 언지 먹어봤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자기일을 지속하시는 어르신이 멋지십니다.

WR
2023-06-22 09:02:35

한번 먹으러 갈래도 호옹님이 연중 무휴라...

Updated at 2023-06-22 01:08:12

새벽에 출출해서, 맛집 이야기인가..? 하고
들어왔다가 좋아하는 스피커 이야기에다가 멋진
박병윤 명장님이라는 분도 알게되어서 작은 감동을
느낍니다. 소소하면서 감동적인 스토리 감사합니다..^^

WR
2023-06-22 09:04:51

맛집 이야기 맞습니다.^^
어쩌다보니 같이 드신 분이 박사장님이었을 뿐...
아니, 사실은 박사장님 덕분에 저 칼국수를 먹게 되었다고 해야겠네요.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2023-06-22 06:14:44

스피커 앞에서 함박 웃음짓는 얼굴에 저까지 기분좋게 만드네요.

WR
2023-06-22 09:08:17

예전에는 보통 까다롭고 힘든 분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면이 잘 안보이십니다. 잘 웃으시고...
그래도 같이 일을 하면 그 까다로움을 충분히 겪을 수 있다고 하네요.^^

2023-06-22 09:37:10

맛있으셨겠네요.
옥수수 주차장 참 인상적입니다!

WR
2023-06-22 11:11:50

네. 맛도 있었고 옥수수 주차장 아이디어가 참 좋더군요.
주차를 하고 창밖을 보면 아주 운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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