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블루레이 리뷰 | 원더우먼 1984 (Wonder Woman 1984, 2020)
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고전적인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무비
설상가상으로 유물의 존재를 일찌감치 알고 있던 사업가 맥스웰 로드와 유물로부터 소원을 얻어낸 미네르바가 그 힘을 오용하면서 세계는 큰 위험에 직면하고, 이타적인 인류애를 최우선 가치관을 삼는 다이애나에게 사랑하는 연인의 생명과 인류의 구원이라는 양자택일의 상황이 찾아오게 된다.
제목에 붙은 ‘1984’ 숫자가 의미하듯 [원더우먼 1984]는 고전적인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무비에 가까운 영화다. 서두에서 언급한 [슈퍼맨 2]의 딜레마를 그대로 차용한 것과 더불어 80년식 영화의 색감과 연출방식까지 고스란히 가져 온 탓에, 현란한 비주얼과 스타일리시한 액션, 세련된 슈퍼히어로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무척 당혹스러울 수 있다. 특히나 최근 공개된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의 전투머신 같은 원더우먼과 비교해보면 액션의 임팩트가 전무하다는 점은 장르물로서의 심각한 결함이기도 하다.
문제는 추억의 소환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시대의 식상한 세계관과 캐릭터의 빌드업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데에 있다. ‘원더우먼’의 신화적 메타포를 현대적으로 잘 각색한 [원더우먼]과는 달리 뻔한 전개와 주제의식을 설교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만했던 전작의 올드한 단점들을 더욱 증폭시킨 결과로 나타난다.
물론 단점만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다. 레트로 스타일을 지향하는 [원더우먼 1984]의 의도를 좋게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 나름대로 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들도 많다. 1980년대 풍요로운 미국의 시대상은 잘 재현되어 있으며, 갤 가돗의 원더우먼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특히나 쿠키를 포함해 TV 시리즈 [원더우먼]에 대한 다양한 오마주들을 보노라면 이 시절에 대한 갬성이 돋는 관객들도 많았을 것이다.
욕심꾸러기가 벌을 받게 되는 흔해 빠진 동화책 마냥 너무나 순리적으로 진행되는 그런 촌스러운 고전영화처럼 [원더우먼 1984]는 잔재주를 부리지 않아 더 심심하게 느껴지는 영화다. 감독이 말하려는 바는 충분히 전달되었을지언정 그 가르침이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줄지는 미지수다.
블루레이 퀄리티
[원더우먼 1984]는 러닝타임 전체를 필름으로 촬영한 작품으로 약 20분간의 IMAX 70mm 촬영분이 오프닝과 엔딩신에 사용되었고, 나머지 분량은 모두 35mm 필름 촬영분으로 이뤄져 있다. (전작은 35mm 필름과 아리 일렉사 65 디지털 카메라를 조합했다) 따라서 모처럼 필름의 아날로그 적인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80년대 특유의 화면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과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그레인이 느껴지는 영상을 특징으로 한다. 평균 비트레이트는 21 Mbps로 전작과 비슷한 수치.
컬러는 다분히 고전적인 입맛에 맞춰진 과감한 색조를 도입했고, 밤 장면과 조명이 낮은 장면에서도 깊고 풍부한 블랙 레벨과 암부의 디테일이 균형감을 잘 유지하는 편이다. 배우의 피부톤과 황금 갑옷의 금속성 질감에 이르기까지 사물의 표현력 또한 우수하다. 다만 몇몇 장면에서 손실 압축 아티팩트가 발견되나 문제가 될만한 수준은 아니다.
돌비 애트모스를 채용한 사운드는 진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전작의 루퍼트 그렉슨-윌리엄스에서 한스 짐머로 바뀐 영화의 강렬한 사운드 트랙은 [원더우먼 1984]의 또다른 강점이다. 액션이 풍부한 영화는 아니지만 오프닝의 데미스키라 시합 장면과 쇼핑몰 액션신, 사막 추격전 등 몇몇 주요 액션 장면들에서 서라운드 채널이 뿜어내는 패닝 효과가 일품이다. 대화는 프론트 채널에 집중하도록 자연스럽게 주의를 이끌며, 혼잡한 사운드에서도 배경음에 묻히는 일 없이 또렷하게 전달된다.
스페셜 피처
메인 부가영상인 ‘The Making of Wonder Woman 1984: Expanding the Wonder’는 약 30여분에 달하는 메이킹 영상으로서 감독이 왜 시대배경을 1984년으로 잡았는지에 대한 설명부터 영화 전반에 걸친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다. 페티 젠킨슨 감독은 [원숭이의 손 The Monkey's Paw] (주: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의 단편 소설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 손을 얻은 사람의 집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다룬다)이란 공포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불필요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현 시대에 이 내용을 적용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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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는 공식이 더는 통용되지 않는 듯 했으나, [원더우먼 1984]는 아쉽게도 그러한 통념마저 과거의 가치관으로 돌려버린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워너로서는 원더우먼의 상품적 가치를 꽤나 높게 보고 있는 듯 하다. 여러 혹평 속에서도 패티 젠킨스 감독은 목표대로 [원더우먼] 3부작에 완성할 예정이며, 더 이상 과거가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다이애나의 이야기로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부디 3편에서는 보다 강력하고 멋진 여전사 원더우먼으로 돌아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작품 - ★★★
- 화질 - ★★★★
- 사운드 - ★★★★★
- 부가영상 - ★★★★
- 소장가치 - ★★★★
글쓰기 |
4k 감상하였는데 첫등장부터 집중하게 돼는 크리스틴 위그의 다양한 모습 하나하나가 매력적이어서 원더우먼보다 더 눈길이 가더군요. 복고풍의 츄리닝을 입고 거리를 뛰어가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3편에서도 치타의 모습을 볼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