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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스위스의 명가 피에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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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1 12:51:20

 

스위스 스피커의 명가, 피에가​

작년 11월에 있었던 도쿄 인터내셔널 오디오 쇼에서 벌어진 일이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열심히 사진 찍고, 음을 듣고, 아는 디자이너와 이야기하는 사이, 반가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그 분은 나를 모르지만, 오랫동안 를 읽어온 내게는 일종의 스타와 같은 분이다. 바로 평론가 후 노부유키씨다.

 

다행히 내가 아는 일본쪽 수입상을 통해 정식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온 평론가가 자기 애독자라는 사실이 기분 좋았는지, 그가 최근에 펴낸 책을 한권 건네줬다. 물론 사인과 함께. 커버에 실린 사진은 그가 오랜 기간 애용해온 오리지널 노틸러스로, 아름답게 꾸며진 인테리어와 함께 정말로 멋진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내용을 보니 그간 그가 편력해온 여러 스피커에 대한 단상이나 느낌도 함께 표현된 바, 두고두고 재미있게 읽을 만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그가 추구해온 사운드다. 통상 우리에게 친숙한 음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이쪽은 이쪽대로 매력이 있다. 심하게 말하면, 스테레오 이미지, 그러니까 우리가 음장이라 부르는, 그런 표현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일체의 통 울림이나 반응이 느릿한 스피커는 딱 질색이다.

 

덕분에 그의 손을 거쳐 간 스피커는 주로 정전형이나 평판형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쪽 애호가가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다. 아무래도 다이내믹한 저역을 좋아하는 우리 특유의 기질상, 이런 계통이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한데 책 중간에 그의 추천 스피커 리스트 중 피에가(Piega) 제품이 있지 않은가? 대체 후가 무슨 까닭으로 피에가의 제품을 꼽았을까? 만일 한 번도 피에가를 듣지 않았다면, 많은 의혹이 생길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답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피에가의 설계 철학

 

현대 스피커의 특징 중 하나는, 일체의 통 울림을 배격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클로저를 하나의 악기로 삼아서 자연스런 울림을 추구하는 스피커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애호가들의 취향에 관련된 문제라, 옳고 그름으로 가릴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설계 경향을 알면, 요즘 하이엔드 스피커들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무튼 이렇게 통 울림을 없애고, 오로지 드라이버만의 빠른 반응을 추구하며, 스피커 양쪽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스테이지와 그 안쪽으로 겹겹이 쌓여진 층, 이른바 레이어의 표현이 요즘의 추세임은 부인할 수 없다. 후로 말하면, 일찍이 이런 음에 매료되어, 다분히 보수적인 일본과 한국 시장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많이 선사한 분이다. 그런 취향의 연장선상에 피에가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피에가는 극력 인클로저의 공진이나 간섭을 억제하면서, 마치 정전형과 같은 투명하면서 해상력이 출중한 고음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힘이 있고, 양감도 적절한 저역에 인색하지 않다. 어떤 면에서 최신 스피커의 주류를 지켜가면서도 일종의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높은 퀄리티에 비해, 다소간 애호가들의 반응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일 음을 듣는다면 생각을 달리할 것이다.

 

이런저런 자료를 뒤적이다가, 피에가의 음색에 대해 아주 멋진 표현을 한 어느 평론가의 글을 옮겨보려고 한다.

 

“듣자마자 회가 동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꽃 향기가 코를 찌른다면 그것은 마취성이 있는, 별로 고상하지 못한 꽃이다. 바람결에 무심코 맡을 수 있는 먼 산기슭의 향기. 골목 저 안에서 흘러나오는 라일락의 향기 같은 것이 우리 가슴속에 오래 남아있기 마련이다. 나는 피에가의 소리를 생각할 때마다 마치 넝쿨 장미로 뒤덮여져 있는 담장 너머의 집에서 어떤 여인의 허밍 소리가 연상된다. 그런 골목을 지날 때 안에서 들려 나오는 트로이메라이 연주처럼 말이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하며 고개를 돌려 보면 거기 거치되어 있던 피에가의 아름답고 우아한 몸집 ...”

 

정말 절묘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많은 스피커들이 쨍한 음을 선보이고, 그게 극한의 해상력과 연결된 듯이 선전한다. 과연 그럴까? 예를 들어 캐논이나 니콘의 최상급 카메라는 덩치도 크지만, 오히려 하위 기종보다 화소수가 떨어진다. D4S와 같은 기종은 D810에 비해 절반도 안된다. 그래도 화질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이치다.

 

 

피에가는 스위스의 취리히에 위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관광으로 또 취재로 각각 한 번씩 방문한 적이 있다. 어느 도시 공학자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도시가 취리히라고 한다. 그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곳이다. 특히, 취리히 호수의 멋진 풍경은 보기만 해도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데, 피에가 본사가 바로 이 주변에 있다고 하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피에가 제품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알루미늄 인클로저를 사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리본 트위터와 동축 리본을 자체 생산하는 것이다. 한편 우퍼로 쓰이는 드라이버는 기본 설계를 해서 OEM으로 납품받는데, 바스켓이나 스파이더와 같은 부분은 직접 만든다. 그런 면에서 반제품을 사용하는 셈이다.

 

 

우선 알루미늄 캐비넷을 보자. 일단 3톤짜리 알루미늄 덩어리를 섭씨 400도까지 가열해서 7천톤짜리 프레스로 압축해서 판을 뽑아낸다. 그 길이가 무려 60미터에 달한다. 이것을 절삭하고 구부려서 인클로저에 투입하는 것이다.

 

물론 스피커 회사 내에 이런 거대한 시설을 둘 수는 없다. 심지어 이런 가공을 할 수 있는 곳은 유럽에서도 단 세 곳밖에 없다고 한다. 그중 볼보 승용차의 강판을 제조하는 곳과 협약을 맺고 납품받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알루미늄이란 소재가 강도 면에서는 원목 합판이나 MDF와 비할 바가 못 될 정도로 뛰어나면서 또 얇기 때문에, 진동의 억제라는 측면에서 무척 유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브러쉬나 아노다이징 작업이 쉽지 않아, 에로사항이 많은 소재이기도 하다. 정밀 가공에 일가견이 있는 스위스가 아니면 어떻게 이런 퀄리티를 얻겠는가?

 

또 그냥 알루미늄만 쓴다고 공진이나 진동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내부에 목재로 격자 처리를 한 가운데, 양모를 적절히 넣어 진동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양쪽 사이드에 이디켈(Idikell)이라는 특수 소재를 덧붙인다. 이것은 무척 단단하고, 딱딱해서, 캐비닛 자체의 공명을 없애는데 매우 유리하다. 한편 이것은 트위터쪽 챔버 안에도 투입되어, 파인 튜닝에 일조하고 있다.

 

이어서 리본 진동판을 보면, 가히 벌린 입을 닫을 수 없다. 일단 상상을 초월하게 얇고 가볍다. 두께가 겨우 0,02 마이크로 미터에 불과하고, 깃털처럼 가볍다. 리본 트위터로 만들었을 때 진동판의 무게가 0.007g에 불과하다. 통상의 트위터가 0.2g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30배나 가벼운 것이다. 트위터의 경우, 스펙에는 50KHz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100KHz가 넘는다고 한다. 수퍼 트위터로 이런 스펙을 가진 것은 거의 없으므로, 이 부분에서 엄청난 기술력이 느껴진다.

 

한편 동축 리본의 경우, 주로 미드레인지를 책임지며, 따라서 면적이 좀 넓은 편이다. 여기에 네오디뮴 자석으로 만들어진 플레이트로 감싸는데, 그 자력이 무지막지하다. 한번 접합하면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수준이다. 이렇게 강력한 자석을 쓰는 것은, 그만큼 리본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커플링되는 우퍼는 페이퍼와 카본을 섞은 특수 물질로 진동판을 제작하는 바, 빠른 리스폰스와 스피드를 갖추면서도 페이퍼 특유의 자연스런 질감을 들려준다.

 

 

현행 동사의 라인업을 보면 제일 상위에 마스터라는 클래스가 있다. 마스터원(MasterONE), 마스터 라인 소스(Master Line Source) 등 두 기종이 있는 바, 여기에 투입된 물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연히 그 음의 스케일과 민첩한 반응은 무척 인상적이다. 이이서 밑으로 코액스-프리미엄-클래식-AP/AS-TMicro 등의 시리즈가 뒤를 잇는다.

 

두 번째 리뷰에서는 TMirco와 프리미엄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한편 동사는 케이블과 스피커 스탠드도 일종의 액세서리로 판다. 스피커를 듣고 나니, 그런 제품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이제 본격적으로 제품을 살펴보기로 하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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