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여행]  [Havasupai] (6) 선경을 거닐다가 속세로

 
6
  353
2024-04-04 14:45:19

새벽 4시에 눈이 떠져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하바수 폭포는 밤에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멀리 산 윤곽 위로 밝은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겨우 마을까지 왔는데 벌써 환합니다.

 

마을을 벗어나 양 옆의 메사(Mesa)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아갑니다.

 

메사(스페인어: mesa)는 탁자 또는 테이블 위(table top) 같이 평평하고 가장자리는 가파른 사면이나 벼랑으로 된 지형, 대지(臺地)라고도 합니다.(wiki)

 

왔던 길이지만 빛이 다르고 경사가 반대입니다.

 

두번의 저녁식사로 친해진 분들과는 인스타로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언제라도 산에서 또 만날 수도 있다는 행복한 가정을 합니다.

 

비버폭포에서 만난 히스패닉 모녀는 이후에도 여러 번 마주쳤었고 사춘기 연령인 딸이 거리를 두더니 나중에는 반가운 표정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게 됐었습니다. 

 

비버폭포에서 키스하던 남녀의 원경사진을 찍었고 무니폭포에서 다음날 아침에 만나 인사를 하며 사진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제목을 '롱키스 앤 굳나잇'이라고 너스레 떨고 밀리온 달러에 팔겠다고 농을 쳤습니다. 이 친구가 불상 사진도 찍었던 포토그래퍼이자 라스베가스 가이드입니다.

 

롱키스 굿나잇, 비버폭포의 사진 소환해 봅니다. 비버 폭포의 아름다움은 더 말할 나위가 없고, 자신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정말 좋아들 하시더군요. 

 

지난 며칠 동안 있었던 일을 반추하며 걷는 동안 하늘에는 구름이 몰려 왔습니다. 햇볕이 강하지 않아 좋았지만 우리가 떠난 다음에 비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아 좋은 날씨일 때 다녀갑니다.

 

프라이브레드 먹고 마을에서 캠핑장으로 돌아오다 만난 그레그와 에밀리 부부는 건축가와 선생님이었습니다. 모두 같은 날 내려오면서 봤던 사람들이었고 3박 4일 동안 캠핑동기인 셈이라 동선이 겹칠 때마다 인사하면서 친하게 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마을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말 타고 거리를 질주하는 소년소녀들, 매점 카운터 아래에서 폰게임하다가 벌떡 일어나 곤니치와를 외치는 아이, 코리언이라 하니 메모장을 뒤지는 모습이 귀여워 먼저, 안녕하세요 했습니다. 뭐라도 사던가 했어야 했는데 찾는 물건이 없어 그냥 나온 것이 괜히 미안합니다.

 

도중에 히스패닉으로 보이는 하이커들이 많이 지나쳤습니다. 생각해보니 '읍내'에 나가는 수파이 부족 인디언들이었습니다. 10마일을 걸어나가 주민전용주차장에 있는 차를 타고 두 시간을 나가야 읍내 수준의 '킹맨'이라는 도시에 갈 수 있습니다. 생일축하하기 위해 극장구경이라도 가려한다면 새벽에 나가서 오밤중에나 돌아올 수 있겠네요. 발걸음이 가볍고 빠르니 그들에겐 늘 있는 일상이고 그들 관점은 제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벌써 다 올라왔습니다. 한 시간을 달려 킹맨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도중에 졸음운전으로 큰일날 뻔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왔습니다.

 

4일만에 샤워를 하고 길 건너편에 있는 멕시칸 식당에 갔습니다. 멕시코 맥주 패시피카와 해물탕 비슷한 음식을 시켜 먹었습니다. 문명세계입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2
Comments
1
2024-04-04 17:19:17

1
2024-04-04 21:05:01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