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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까마득한 기억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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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10-19 01:25:16

다른 글에 댓글 쓰다가 생각난 까마득한 국딩시절 이야기입니다.

 

4학년 때였던가 국민교육헌장을 10번 써가는 방학숙제가 있었습니다. 외우기가 포함됐는지 확실하지 않은데 다 외웠었습니다. 이런 걸 왜 시키는 걸까 어린 마음에도 고민했었는데요. 박정희가 쓴 글이라고 하지만,

 

(잠시 검색 좀~)

국민교육헌장(國民敎育憲章, 영어: National Chart of Education)은 박종홍·안호상·이인기·유형진 등 기초위원 26명과 심사위원 48명이 초안을 작성하고 1968년 11월 26일 국회 만장일치의 동의에 따라 박정희 전 대한민국 대통령이 12월 5일 발표한, 당대 대한민국 교육의 지표를 담은 헌장이다. 이후 각 학교 교과서의 첫머리에 인쇄되는 등 새마을 운동과 함께 20여 년간 적극적으로 보급되었으나, 1994년에 사실상 폐기되었다.

https://ko.wikipedia.org/wiki/%EA%B5%AD%EB%AF%BC%EA%B5%90%EC%9C%A1%ED%97%8C%EC%9E%A5

 

 

역시 집단지성의 협업의 결과였네요. 취지와 제목부터 상명하달식 군사정권의 화약냄새가 진동하지만 당시 체제 내에서 국민학생이 외우라면 외워야죠. 

 

국민교육헌장을 외웠던 직접적인 효과는 못외우고 50센티 자로 손바닥을 맞는 사태를 모면했다는 것이었고 나중에 체험한 효과는 국민교육헌장의 문장과 유사한 문장들, 특히 뻔한 신문기사 내 프로파간다나 FILLER를 이해, 간파하는 능력이 탑재됐다는 겁니다. 국교 졸업 후 조금 나중에 한자단어의 함축성과 함께 어려운 단어가 조사로 연결되면서 의미가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는 문장이 되는 놀라운 발견을 자각하면서 그런 문장과의 첫 조우가 국민교육헌장이었음을 느꼈었고요.

 

당시 군사정권이 국민을 교육시켜야한다는 일념은 당초 국가기틀을 다지는 국민 전반의 이념포맷을 원했지만 좀 비약해서 생각한다면 많은 386(80년 당시)을 양성하게 된, 지금 생각하면 고마운, 실책에 가까운 악수였다고 생각하는 일인입니다.( 그냥 폐지 말고 새로운 헌장을 만들지 않은 이유가.....)

 

또 하나는 연구수업인데요. 당시 연구수업은 장학사가 교실 뒤에서 참관하고 학생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배우기 보다는 '전시'행정에 동원됐다는 게 실체인데 그 또한 학창시절에 통과했던 많은 시간들 중 하나였네요. 정말 그때 왜 그런 것을 하는지 도통 이해 못했지만 군대 가서 배수로작업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생각합니다. 많은 선생님들의 노고를 생각하면서요.(이는 당시 만연한 교실 폭력이나 촌지문화와는 별도입니다)

 

'우리나라의 명절'(확실하지 않음)이라는 책자를 2학년 때였나 배부받았었습니다. 따로 수업을 하지는 않고 받아서 집에서 많이 반복해서 읽었었는데요. 오늘 문득 그런 책을 나눠주는 것은 어떤 행정단계에서 발의되고 실행되었는가 상상하면서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어떤 환경에서든 좋은 취지와 좋은 결과를 견인하는 조직 속의 훌륭한 분들이 계시게 마련이겠죠. 요즘 좀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합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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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3-10-19 01:42:07

장학사 이야기 들으니 폐지가져가기, 왁스짜서 걸래로 나무바닥 문지르다가 손에 까시박히기, 아침에 석탄 받아오기, 성금내기, 조그만 봉투에 대변 넣어 가져가기, 전염병 주사맞기, 알약 한꺼번에 넘기다 못넘기고 뱉어서 교실 바닥에서 찾아 다시 주워 먹어야 했던 기억 등등이 갑자기 떠오르네요.ㅎ

WR
Updated at 2023-10-19 01:57:57

폐지 이전에 시골 학교에서는 퇴비용 풀베어가기(18킬로?), 코스모스씨 잔디씨 라면봉투에 채워가기 등이 있었죠. 예방주사는 불주사의 공포가 생각나고요^^

2023-10-19 13:03:15

예전에 장학사 관련된 우스개 소리도 많았죠.
교실에 있던 지구본을 가리키며,

- 장학사 : 이 지구본이 왜 기울어져 있죠?
- 학생 : 잘 모르겠는데요

- 담임선생님 : 제가 안그랬어요.
- 교장선생님 : 국산 다 그렇죠 뭐...

1
2023-10-19 01:46:21

지금은 볼수 없는풍경.

교련시간
매주 월요일 아침 전교생 운동장 집합 교장훈사.
교문앞 선도들과 선생 몽둥이.
난로에 주전자.

WR
Updated at 2023-10-19 01:57:38

솔루션인피니티님 댓글 다 읽으니 난로 위에 쌓여있는 도시락에서 모락모락 나는 연기가 보이네요.

1
Updated at 2023-10-19 02:06:18

80년대 초 초등학생들을 일명 애향단이라는 뭐 북한 소년단같이 조직화(?)해서 잡스러운 것도 시켰던....

저희 학교에선 동네별, 아파트 단지 동별로 (몇몇 동을 묶어서) 일요일 아침마다 나와서 뭔 체조도 하고, 빗자루 들고 나와서 동네 청소하고 들어가야 했던... 거기에 학교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청소 감독도 했던....

 

주5일제도 아니던 시절에, 일요일 모처럼 늦잠도 못 자게 아침 7시였던가에 비몽사몽으로 나가서, 빗자루질 하고 들어와야 하는... 마치 북의 5호 담당제나 마찬가지였던 반상회의 청소년 버전이랄까요 ?

 

아침 8시 타임에 만화영화 (캔디도 있었고, 나중엔 코난도 그 타임이었던 것으로 기억) 봐야 하는데, 가끔은 감독하는 선생님이 빨리 안 끝내주거나 이상한 훈화 하느라 늦으면 진짜 속으로 빡쳤던 기억이....

WR
1
2023-10-19 02:12:48

그거 저도 기억나네요. 새벽기상을 국가정책 때문에 배운 뒤로 친구와 새벽달리기를 시작했다가 한 이틀 하고는 중단했었습니다. 

시골학교여서 꼭두새벽에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집합했다가 해가 떠서 해산했었는데 그런 풍경감상이 새로웠던 기억이 나네요.

1
2023-10-19 02:15:45

서울 변두리에서 자란 저는 모여서 체조, 청소, 훈화 정도가 다였는데..

나중에 대학 때 지방친구들에게 들어보니 마을별로 모여서 고학년이 저학년 인솔해서 마치 행군하듯이 등하교를 하고는 했다고도 하니... 실시지역마다 조금씩은 달랐던 모양입니다.

WR
1
2023-10-19 02:23:06

체제단속의 일환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러다가 엘리트교육으로 선회한 정책이 한별단, 아람단, 누리단 아니었을까 합니다. 

1
2023-10-19 08:05:19

자려다 아침에 일어나 댓글 달아야 겠다 했는데. 근데 있겠다 싶은 글들이 역시..

위 Hole 님의 글은 제가 쓴 줄 알았습니다... 아니 당시를 살았던 아이들이라면 다 겪었을 일이겠지요 ^^;;

생각해보면 참 위험했던, 창틀에 걸터앉아 창 닦고, 그래도 나름 고학년땐 그게 왜 그리 멋져보였는지..

장학사 오는 시점에 맞춰 있던걸로 기억하는 환경미화심사 등등

 

참, 국민교육헌장은 당연 100% 암기였었죠. 돌아가며 자리에 일어나 

혹은 교단에 나가 발표 인증도 받아야했던. 그래서인가 지금도 내용의 대략 1/3 정도를 기억합니다. 

노래방 때문에 어지간한 노래 가사 다 잊어버렸고 이젠 외우지도 못하는데도요 ^^

WR
2023-10-19 09:52:00

외워야 했던 당위성을 의심했던 것을 떠나 나중엔 긍정평가로 정신승리했다는 점, 자칫 그때가 좋았지로 흘러가지 않으려고 정신챙기고 있답니다^^

1
2023-10-19 08:35:47

낼모레 50인데 저도 아직 왼쪽페이지에 있는내용은 외우고 있네요. 신기합니다ㅋㅋ

 

희한하게 국민교육헌장이랑, 나랏말싸미 뒹국에 달아는..

계속 안잊혀집니다.

WR
2023-10-19 09:54:35

주입식 교육의 결과물로 살면서, 유모차 탑승 시절부터 핸드폰으로 엄청난 정보(?)를 받아들이는 요즘 아이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많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1
2023-10-19 09:13:59

 저는 다 못외운거 같은데 희안하게 또 맞은 기억은 없습니다.

집에 좀 늦게 간 기억은 있네요

WR
2023-10-19 09:55:39

저항정신이 그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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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9 11:07:34

다 아는 이벤트들이구만.txt

WR
2023-10-19 13:08:28

당숙님께 들으셨군요.

2023-10-19 14:03:42

1
2023-10-19 11:56:35

국민학교때 유신에 대해서 조사해오라는 어이없는 숙제를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72년 10월 17일이니 벌써 51년전이네요.
국민교육헌장도 몇년전까지는 외웠던 것 같은데 이제는 앞부분만 기억납니다.
이런 시절을 살았네요.

WR
2023-10-19 13:10:28

어이없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뭐 대명천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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