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독후감]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단편집「픽션들」

소설(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을 통해, 끝을 알 수 없기에 그 넓이를 알 수 없는 '미로'의 공간과 무한한 공간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거울'을 모티브로 단편들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현대의 물리학에서 말하는 '멀티유니버스'를 떠오르게 하는 이 공간의 끝없는 반복이 결국은 시간마저 무한하게 만들고...... 이 세계에서의 나와 타인과의 관계가 다른 세계에서는 또 다른 관계를 맺게 될 거라는 허무주의를 이야기합니다. 이는 소설에서 줄거리를 무한 확장가능한 구조로 엮는 방식으로 논의되며, 이는 곧 구성가능한 모든 우주의 요소를 조각조각 해체하려는 의도를 보입니다. 이 책에 실린 총 17편 가량의 단편들이 모두 위의 원칙을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단편에서는 종교를, 또 다른 단편에서는 철학을 이야기하며, 후반부에 있는 단편들은 반전과 기지가 돋보이는 짧은 단편이 눈길을 붙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