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LP]  LP의 습식 재생(wet playback)… 괜찮을까?

 
1
  938
Updated at 2023-02-05 00:23:18

최근에 몇 분이 이곳 게시판에 LP를 젖은 상태로 재생하는 것에 대해 소개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LP 표면에 분무기로 물(정확히는 증류수 또는 알콜혼합제)을 뿌려 습식청소를 한 후 채 마르기도 전에 재생하는 것인데… 과연 이것이 LP 음반과 카트리지를 위한 올바른 방법인지 궁금해져서 검색해보았습니다. 

 

검색 결과,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오래 전에 이미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던 내용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습식 재생의 효과와 찬반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습식 재생의 음질적 효과

https://www.youtube.com/watch?v=jGgiCwWsktk

위의 동영상을 보시면, 그냥 살짝 젖은 상태가 아니라 LP 위에 왕창 물을 뿌린 후에 재생하는 것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 링크를 클릭하세요.)

 

6:08 먼지 쌓인 건조한 상태의 재생음입니다.

6:37 LP 표면에 물을 충분히 뿌린 후의 재생음입니다. 

7:45 이후 습기를 완전히 건조시킨 후에 재생해도 효과는 상당히 남아있습니다.

10:17 이제 시연을 보입니다. 먼지 쌓인 건조한 상태입니다.

10:50 LP 표면에 물(이소프로필알콜 혼합제)을 흥건하게 뿌린 후 재생하는 모습입니다.

 

디스크 워셔 장비들의 효과와 마찬가지로, 놀랍게도 습식 재생의 잡음제거 효과는 대단합니다. 작은 먼지들이 물에 녹아 없어진 건지, 표면의 정전기가 제거된 탓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완전히 마른 후에 재생하긴 합니다만) 먼지 많은 LP들의 경우 습식 청소로 효과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2. 습식 재생의 장단점

그러면 다음 질문은 이겁니다. 음질향상 효과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습식 재생이 LP 그루브나 카트리지 스타일러스에 손상을 주거나 내구성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까요? 

 

이에 대하여 해외 사이트에서는 Vinyl Engine, AudioKarma, Stevehoffman 등에서 습식 재생 찬반론자들이 엄청난 공방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Vinyl Engine은 30여페이지에 달하는 논의가 달려있는데… 읽다가 포기하고 그 정도에서 이들 내용을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찬성론]

- 용제에 먼지가 녹거나 불은 먼지들이 씻겨 나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루브 속이 청결해진다.

- 건식 재생은 그루브의 먼지에 스타일러스가 걸려 올라타고 넘어가는 바람에 잡음을 일으키지만, 습식 재생에서는 스타일러스가 먼지를 밀어내며 트레이싱을 하여 잡음이 나지 않는다.

- 그루브와 스타일러스 간의 마찰을 줄여주므로 양쪽의 수명을 오히려 길게 만든다.

 

*7, 80년대에는 LP판 위에 용제를 자동으로 흘려주는 ‘LencoClean’이란 제품이 상용화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 사용자들의 의견은, 한번 습식으로 재생하게 되면, 그 음반은 이후 계속 습식으로만 재생해야 하고, 건식으로 되돌아가면 음질이 다시 떨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반대론]

- 그루브와 스타일러스 간의 마찰이야말로 LP 재생의 본질인데, 용제의 얇은 막으로 인해 이 작용이 약화되어 그루브의 정보를 충실히 읽을 수 없다. 특히 고역대의 미세한 요철들을 트레이싱하는 데 방해가 된다.

- 물이 윤활제(lubricant) 역할을 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연마제(abrasive) 역할을 함으로써 그루브의 손상을 가속화시킨다. (제가 오래 전에 들은 ‘물갈기’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재생 시에는 음질향상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젖은 먼지들이 그루브 안쪽에 고착되어 영구손상을 일으킨다. 

- 물도 결국의 용제(solvent)의 하나이기 때문에, 캔틸레버에 접착된 스타일러스 팁의 경우 접착부를 약화시켜 팁의 탈락을 일으킬 수 있다.

- 카트리지 주변의 과도한 습기는 알루미늄 캔틸레버나 카트리지의 미세한 발전기구에 산화를 일으킬 수 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이들 대부분은 가설이나 각자의 사용담일뿐입니다. 어차피 LP의 그루브나 스타일러스는 사용하면 할수록 닳게 마련인데, 습식 방식이 건식에 비해 LP판이나 스타일러스의 내구성에 얼마나 영향을 더 또는 덜 미치는 지를 확인하기는 매우 어려울 테니까요.

 

[이와 관련된 거의 유일한 AES 논문(George Alexandrovich저)에 의하면 “습식 재생 시 설명하기 곤란한 손상이 관찰되고 기록되었다(unexplained damage has been observed and recorded during wet vinyl replay)”라고 나오기는 한다는데… 습식 반대론자들은 이 논문을 근거로서 제시하는 반면, 찬성론자들은 분자물리학까지 나오는 전문적인 내용이라 알아들을 수 없으니 믿지 못하겠다는 것 같습니다.]

 

한줄 결론: 확실한 결론은 나지 않았으므로 각자 마음에 드는 어느 쪽을 믿으셔도 됩니다. (전 새가슴이라 결론 나기 전까지는 습식 재생은 도전하지 않으려고요…)

 

6
Comments
1
2023-01-31 00:29:31

일전에 음반 세척 목적으로 테스트 해 본적이 있는데요. 세척 효과는 목공 본드나 바쿰 클리닝 보단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 주었습니다. 울트라손닉과는 비교를 안해봤는데 어쩌면 울트라소닉 머신으로도 잡음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 최후의 수단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 소소한 의견으로는 음반에 손상을 주지는 않게지민 스타일라스 손상이 생길수도 있단 걱정에 전 수명이 거의 다한 스타일러스로 테스트 했고요. 레가 스타일러스 처럼 바늘이 음반과 아주 가까이 붙게되는 스타일러스러는 비추.
음반은 육안 등급은 엑설런트 이상인데 잡음이 있는 녀석으로 테스트 했습니다. 메가데스의 카운트다운... 과 마이클 잭슨 댄저러스 였는데 잡음이 싹 사라져서 재생등급이 니어민트급이 되어버렸다는.

1
2023-01-31 10:52:03

물세척 후 말린 다음 바로 첫번째로 플레이를 할때는 잡음이 좀 들리다가 두번째 플레이부터는 잡음이 잠잠해지는 경우들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고착화된 먼지들이 물세척으로 불고 그 소릿골을 스타일러스 팁이 처음 지나가면서 긁어내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뇌피셜 입니다. 쿨럭~
재밌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
2023-01-31 14:32:10

뚜비 뚜비 뚜두바 님께서 올려주신 내용은 거의 미스트 처럼 살짝 뿌리고 닦아주는 거였다면 

저거는 아예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촉촉한 상태로 플레이하는거네요. 

뭐.. 세수하고 수건이나 이런거를 아예 안쓰는 미용 문파도 있잖아요? 

거의 그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렸을 때는 음반은 클리닝 액으로 청소를 안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 

디스크 자키인가 하는 스프레이에, 인켈 대리점에서 준 빌로드로 된 클리너로 살짝씩 닦았죠. 

그러다가, 2000년대에 LP를 다시 듣고 인터넷을 하게 되니까, 사람들이 퐁퐁으로 음반을 닦으면 된다는 거에요 . 외국에서는 다 그렇게 한다고...  

 당시에는 물청소 하면 음반의 음질이 나빠진다고  꼭 세척액으로 해야 한다고 찬반 양론도 많았는데.. 지금은 아무도 물청소에 대해서 뭐라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음반 재생이 피부미용하고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게 사람들이 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과학적으로 그렇게 작용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점입니다.. 

 그냥 뇌피셜이나 풍문으로 그럴 것 같다는 것들이 대부분 이미지에 의한 것들이 많거든요. 

 예를 들면 화장품 CF에서 각종 성분들이 피부속으로 스물스불 스며 들어가는 그림이 나오는데.. 

 실제로 어떤 성분도 진피층으로 파고 들어 갈수 없다고 합니다.... 그냥 겉만 적실 뿐... 

  

 수력 발전 화력 발전 전기에 따른 음질 성향 차이도 비슷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당연히, 표면이 젖은 상태와 마른 상태에서  재생을 할 경우에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겠죠. 

어떠한 형태던 그루브에 수분이 잔존하겠죠.. 하지만 그것이 음질에 "좋게"?"나쁘게" 작용하냐는 가치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수분에 의한 왜곡이 발생한다 해도.. 사람이 그것을 더 선호할 수도 있는거구요... 

 

바늘이나 장비에 문제가 생긴다 해도, 그맛이 또 좋다면 뭐 계속 분무기로 물 뿌리면서 듣겠죠.  

WR
1
2023-01-31 18:35:47

취미의 세계에선 여럿 의견들 가운데 결국은 다들 자기 취향에 맞는 가설을 택하게 되죠. 설령 진실이 제시되어도 걍 무시하게 되는 게 취미의 세계인 것 같습니다.ㅎㅎ
Wet Playing은 혹시 모를 위험성이 있으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게 옳다고 봅니다. 소중하게 여기는 음반들 말고, 가령 먼지가 잘 제거 안되는 중고판을 대상으로 바늘 교환이 저렴한 MM형 카트리지를 이용하는 식으로요. 왜냐면 해외 포럼 댓글들 중 꽤 여러 사람들이 습식 재생으로 인해 스타일러스 팁 탈락을 겪었다고 쓰고 있거든요.. (물론 옹호론자들은 오비이락이라고 치부하고 있지만요.)

1
Updated at 2023-01-31 19:02:54

미국에서 건너온 음반들을 보면, 음반이 어떻게 돌아다녔는지 감이 잡히죠.. 

우리나라 음반들은 정말 깨끗한거 같아요..  아무리 막써도, 그래도 음반을 기본적으로 아껴서 들었으니까요. 

서양(특히 미국)은 음반 자체가 흔한 동네이니, 음질을 위해 저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이해갑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시험삼아 한두번 하면 할까..  매번 물을 뿌리실 분 계실까요? 

 그나마 분무기에 물뿌리고 닦아 주는게 물을 뿌리는게 좋더라도 절충안으로 좋은 방법같네요. 

 그런데 저도 음반을 물청소하고  진득하게 오래 말리지는 않습니다 .. 급하면 닦고 2~3분만에도 돌리곤 해요.  

   

WR
2023-01-31 20:48:15

뭐 그렇게 하셔도 상관 없습니다만... 저처럼 한번 해보시죠.^^

전 음반을 들으려 딱 꺼냈더니 먼지가 왕창 많다....싶으면, T-rex님처럼 바로 분무기 세척을 한 다음! ....벽 구석에 세워놓습니다. 그러고선, 다른 깨끗한 판 하나를 꺼내 그 판이 마르는 동안 한면이나 한장을 듣는 거죠. 뭐, 20분 정도 다른 음악 들으며 기다리는 건데요 뭘.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