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른 이들 경험담 읽다보니, 더욱 훌쩍 떠나고 싶네요
오랜만에 책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장거리 도보 여행한 이들의
책을 빌려 읽고 있습니다.
<시코쿠를 걷다>, <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 <일생에 한번은 순례 여행을 떠나라>같은 시코쿠 순례길 에세이와,
<와일드>, <행복해지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삶의 어느 순간, 걷기로 결심했다>라는 PCT혹은 AT같은
미국 장거리 트레일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짬내서 국내 한정 고작 당일치기나 1박2일로 걷는 입장에서 짧게는 두달, 길게는 반년 가까이 걷고 또 걷는 이들의 모습이 부럽네요. 걸어보니 느낀 그 살아 있는 느낌을 길게 이어가고 싶은 맘이 듭니다.
두달이나 계속해서 걷는다고? 반년을 걷는다고? 반문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삶을
짧게 60년, 길게 100년 잡는다면 그 중 두달, 반년은 한 순간일 뿐 그리 길다는 생각 안듭니다. 충분히 쉼표건 느낌표건 찍고 갈 시간일텐데 앞만 보고 달리는게 아닌가 싶어요.
<삶의 어느 순간, 걷기로 결심했다>라는
책은 PCT를 걸은 여러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 중 60대에 PCT를 도전했다 시작 5일만에 길 위에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분의 이야기가 계속 떠오릅니다.
PCT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텐데 가정은 이제와선 의미도 없을테고, 단지 인생의 마침표를 언제 찍을지 그 누구도 모르는데 이렇게 미뤄두기만 하다 점하나도 못
찍는게 아닐까하는 맘이 듭니다.
그래도 그분은 그렇게 고대하던 PCT 길 위에서 떠나셨지요.
그 유명한 <와일드>도 책은 이제서야
읽었는데, 저가가 길위서 만났던
사람 중 한명은 PCT를 완주 후
몇년 뒤 사고로 사망했다고.
그 대목을 읽는데 그래도 그분은
주마등이 흐를 때 PCT를 마치고 간다는
안도는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언제 떠날지 모르겠지만,
생에 아쉬움 하나는 덜고 가고 싶네요.
책을 읽다보니 용기를 못내고 주저하던
부분들에 까짓것!하는 생각이 점점
차오르네요. 언제 사표를 던질 것인가!
이 나이에 일 때려치고 길 위의 인생
몇달 이어간다는게 참으로 무모하게
보이겠지만, 집-회사-집-회사
이런 챗바퀴 도는 삶이 지겹네요.
아내도 아이도 없는 삶이라 더욱요^^
언제가 죽게 되었을 때 묘비에
아쉬울 것 없이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살다간 인생이라고 적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기왕 시리즈 게시물로 올린 김에
가장 최근 해파랑길 걷고 온 영상도
올립니다.
https://youtu.be/Dl9hxzomJ-Q?si=GSgqQ6-7KWmL736r
이날 길 위에서 산티아고 2번 걸으신,
자신은 걷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서ㅎㅎ 해파랑길 한번에 이어가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끊어 걷는 입장에선 이런 분이 늘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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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 아이가 생기기 전에 회사 때려치우고 딴 거 하려고 놀다가 애가 덜컥 생겨 다시 직장 잡아 일하게 됐던 기억이..ㅎㅎ
정말 체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이런 트레일코스들을 걸어다녀야 하는데 애 핑계로 잘 안 되는군요. 여름에 어차피 강제로 5일 휴가랄 써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 저 혼자 제주 올레갈이나 해파랑길 며칠이라도 일단 갈까 생각 중입니다.
매주 이렇게 가시는 거 보면 저는 b급 좌파님이 부럽고 대단하다 생각하는데.. ㅎㅎ 욕심은 끝이 없으니 현재를 즐겨야지요.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