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게] <아저씨> 4K 까보기 + 정발판과의 비교
오늘 열어볼 작품은 이정범 감독, 원빈 및 김새론씨가 주연한 2010년 영화 <아저씨>의 2023년 북미판 4K 리마스터링 블루레이 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수많은 한국 영화들을 통틀어 이 영화가 4K로 리마스터링될것이라고 예상하신 분들은 상당히 적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개봉으로부터 13년이 흘렀기에 리마스터링이 가능한 나이대의 작품이긴 하나, 본 작품이 원빈씨의 마지막 필모그래피로 작성 시점까지 남아있는 부분에서는 많은 아쉬움 또한 느껴집니다. (원빈 차기작보다 <아저씨> 리마스터가 먼저 되는 괴이한 현상.)
슬리브 샷입니다.
디스크는 총 2장, 본편 블루레이 및 4K 디스크입니다. 내부 슬리브는 백지.
<곡성> 4K 때와 동일한 전단지 역시 들어가 있습니다. 본작의 발매사인 Well Go USA 사의 자사 수입작 및 OTT 홍보용지.
* 아래부터의 스크린샷은 blu-ray.com의 스크린샷을 발췌한것으로, 4K 원본을 1920x1080p로 다운그레이드해 촬영/HDR등의 요소는 배제된 스크린샷으로, 실제 감상 화질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본작은 2010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ARRIcam LT등의 카메라를 동원해 35mm 필름을 이용해 촬영 및 마스터링이 이루어진 필름 촬영작입니다.
현재 본작의 네거티브 35mm 필름이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필름이 보존되고 있을 가능성 자체는 높다는 측면에서 해당 필름을 4K로 스캔하는것이 최고의 리마스터링 작업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실제로 본작의 리마스터는 필름을 2K 스캔한 2K 마스터를 업스케일을 거쳐 수록되었습니다.
또한, 동시기 출시된 <곡성>과 마찬가지로 본작 또한 AI 업스케일링을 이용했을 확률이 높아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는 후술합니다.
우선, 본작의 디스크를 처음 넣고 구동했을때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필름그레인의 유무입니다. 이 4K 디스크는 리마스터링 과정에서 필름 그레인을 모조리 갈아내 버렸으며, 대충 봤을때는 디지털 촬영작으로 오해할만한 수준입니다.
전반적으로 대충 봤을때는 화질이 상당히 개선된듯한 느낌을 받기 쉬우나, 좀만 세심히 들여다보면 잘못 작업된듯한 업스케일링 요소가 눈에 띄게 많습니다. 과도한 샤프닝으로 인한 헤일로(윤곽선)현상이라던가, AI 업스케일링에서 자주 보이는 머리카락/나무등의 혼자 툭 튀는 수준의 높은 해상력이라던가, 익스트림 클로즈업 씬이 아닌 이상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피부 텍스쳐 문제라던가. 사람 피부가 마치 고무처럼 보이는 ″고무질감″문제가 상당히 있어보이며, 단독 인물이 우두커니 서 있는 (그 유명한 ″바리깡 씬″이라던지)장면에서는 인물이 마치 혼자 툭 튀어나와있는듯한 위화감또한 느껴질 정도입니다. 가뜩이나 CG같아보이는 원빈씨의 외모가 이 현상으로 인해 더더욱 CG같아 보이는.... 그런 기묘한 장점이 있기도(?)
물론, 필름 그레인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시거나 쨍한 디지털 화면을 선호하시는 분들께는 이것이 장점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고는 생각됩니다. 특히 최근 <트루 라이즈>및 <에이리언 2>의 리마스터링 과정에서 동일한 잡음을 내셨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이 딱 있다보니 비슷한 이야기를 근시일 내에 더 할것 같기도 하고요.
덧붙이자면, Dolby Vision HDR은 <곡성>때와 마찬가지로 기존 SDR판과의 색감 차이가 다소 있는데, 감독 혹은 촬영감독의 감수가 이루어졌는지의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다만, 짙게 깔리는 암부라던지 다소 밝게 비추어지는 엔딩씬에서의 햇빛이라던지, HDR에 대한 인상은 상당히 괜찮은 수준입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HDR 셋팅이 약간 잘못 짜여졌던듯한 <곡성>의 HDR보다는 여러모로 나아보이는 수준입니다.
음질의 경우 BD/UBD 모두 DTS-HDMA 5.1 수록으로 정발판의 동일 스펙 음성과 사실상 동일한 물건으로 보입니다. 세부 스펙에선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제 귀로는 아무런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패키지상에는 Atmos 수록이 적혀 있습니다만, <곡성>과 마찬가지로 애트모스 트랙은 어디서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추가로 더 얘기할 사항이라면, 본작엔 영어등 외국어 음성이 종종 수록되어있습니다만, 한국어 자막이 붙박이로 들어가 있습니다. 관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피부 질감 문제라던지 과도한 샤프닝 보정으로 인한 업스케일링의 단점이 부각되는 장면들을 제외하면 리마스터 자체는 그리 나쁘게 되지 않았단 인상이 강합니다. 다만, 엄연히 필름 촬영작인만큼 4K 리마스터에 훨씬 좋은 다른 길이 있었다는것을 부정하긴 어려우며, 이것이 본작의 인상을 한 층 안좋게 비추어주기는 합니다.
추가로, 동봉 BD의 수록 영상은 국내 정발판과 비트레이트를 제외하면 동일한 영상으로 보이고, (정발판의 그림이 조금 더 디테일한 감이 있습니다.) 부가영상 또한 전부 그쪽에만 수록되어 있습니다. 부가영상 수록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 티저 트레일러
- 예고편
- 하이라이트 (약 5분, SD 화질)
- 메이킹 필름 (약 17분, SD 화질)
이 중 ″하이라이트″는 본편의 짜집기 영상이고, 사실상 유일한 부가영상은 17분짜리 메이킹 필름입니다. 해당 영상이 국내 발매판 블루레이에 수록되어 있는 68분 분량의 메이킹 필름 ″옆집 아저씨″의 축소판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일단 해당 17분짜리 영상은 본작의 다른 어떠한 발매 판본에서도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아저씨>의 4K 리마스터는 아쉬움의 여지가 많습니다. 화질의 상승은 필름 그레인의 제거 과정에서 많은 디테일의 손실을 동시에 가져왔고, 업스케일링의 잔여물도 꽤나 많습니다. 그러나, 음질이 기존 출시본과 동일한 스펙이란 점은 최소한 <곡성> 4K의 음질 다운그레이드보다는 좋아보이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저씨>를 좋아하신다면, 국내판과 함께 소장하시거나 국내판이 없으시더라도 대체제로써 구입할 만한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작품의 국내 정발판 블루레이 또한 스펙이 그리 인상깊지는 않았기에, 부가영상에 대한 미련을 접어두신다면 정발판과 유사한 영상을 담고 있는 4K판의 동봉 BD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시리라 믿고요. 4K UBD는 어디까지나 보너스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이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붙박이 한국어 자막 덕에 이 디스크로 본 작품을 첫 관람 하시는것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점도 이런 다소 긍정적인 평가에 영향을 주는 듯 합니다.)
허나, 정발판을 이미 가지고 계시고 <아저씨>의 그리 큰 팬이 아니시라면, 본작을 소장할 필요는 굳이 없다는 말도 곁들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이 제품은 ″보너스″로써, 내지는 ″아쉬운 대체제″로써 효용성이 있는 물건입니다.
+ <아저씨>는 2010년 당 해 한국에서 가장 큰 히트를 친 국산 상업영화중 하나로,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연타석 안타를 치는 주연배우 ″원빈″씨의 상징적 작품이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필모그래피가 더욱 기대가 되던 유망주 배우의 첫 단독주연 작품으로써 해당 필모그래피의 초석이 되나 싶었던 이 작품은, 아쉽게도 기초공사만 한 채 버려진 건설현장처럼 초석만 덩그러니 남은 채 13년째 해당 배우의 최신 필모그래피로써 남아 있습니다. 그 기간동안 본인 필모그래피의 대표작 2개가 새롭게 리마스터링되는 것을 보고 (<태극기 휘날리며> 4K 리마스터링, 2021년 / <아저씨> 4K 리마스터링, 2023년) 뭔가 느끼시는 점이 있으시길 바라지만... 아직까지도 원빈씨의 컴백은 요원해 보입니다. 압도적인 외모와 준수한 목소리, 연기력. 엄청난 티켓파워와 팬덤까지. 한국 대표 배우가 되기 위한 모든것을 갖추었지만 딱 하나, ″차기 작품″만큼은 없는 그를 또 다른 작품으로 보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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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판으로 만족하고 추가 구매할 필요는 없겠네요.
궁금했는데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