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 오펜하이머
전반적으로 지루했고, 좀 의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오스카를 휩쓸었는데, 그럴만한 작품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페미니즘 쪽에서는 여기서 그려지는 여성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던데, 그 비판도 이해할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이 영화는 백인남성의 영웅서사인데 거기에 그 영웅의 도덕적 고뇌와 추락을 더하고 있죠. 그런데 고뇌와 추락조차도 영웅서사에서 자주 나오는, 이상할 것 하나 없는 부분입니다.
물론 원래 역사가 그러니 어떻게 다른 얘기를 할 수 있겠냐는 질문도 나오는데, 여기서 제게 가장 의문스러운 것은, 그렇다면 왜 갑자기 이 시기에 굳이 오펜하이머 얘기를 영화로 만들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푸틴의 전쟁으로 핵 위기가 고조되었기 때문인지, 방사능 오염이 더 심해졌기 때문인지. 뭐 정당화는 할 수 있지만 이 시기에 그 미국 과학자에 집중해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더군요. 좀 더 시사적인 영화를 만들려 했다면 전염벙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얘기가 더 적절하지 않나 싶은데, 놀란이 원래 그쪽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였죠.
그리고 실제 핵 개발은 다양한 인물들이 참여한 더 복잡한 과정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영화는 논문이 아니지만, 저는 영화를 보고나서 핵개발의 크레딧 대부분이 오펜하이머에게 돌아간다는 주장아닌 주장을 느꼈습니다. 물론 전기 영화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복잡한 맥락과 정치적 과정들이 모두 단순화되거나 생략된 게 아쉽더군요.
또, 오펜하이머가 당대 최고의 여러 과학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그들의 대화 속에 그들이 했다고 알려진 "명언"들이 불쑥불쑥 들어가더군요. 그런데 이게 솔직히 좀 웃겼습니다. 세간에 알려져서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명언들이란 것은 좀 더 엄밀하게 들어가보면,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고, 원래의 언급은 전혀 다른 의미였는데, 그게 나중에 와전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조사가 거의 없었는지 여러 명언들이 영화 속 실제 대사로 등장하니 당혹스럽단 느낌이 들더군요.
아직까지도 놀란은 제게 최고의 감독이고 그가 만든 인셉션, 인터스텔라, 테넷은 최고의 SF로 저에게 기억될 것입니다. 오펜하이머는 꽤 공들여 만들고 연기도 괜찮았지만, 좀 평작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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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 영화 평에 대한 얘기는 아니구요 ㅎㅎ 사실 관계만 제가 아는 선에서 알려드리자면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공을 엄청나게 축소한 수준입니다. 그 당시의 핵개발은 거의 오펜하이머의 절대적인 카리스마와 지도력에
기댄 부분이 상당히 커요. 사실 후반부의 고난도 그런 측면에서 오펜하이머 스스로의 너무나 극단적인 변화가 자초한 측면이
큽니다. ^^ 그저 사실 관계에 대한 부연이라서요. 좋은 감상평 잘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