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홈씨어터 돌비 애트모스는 시네마를 넘을 수 있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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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매버릭의 4K UltraHD Blu-ray(이하 UBD) 리뷰를 게재한 후에, 필자가 받은 질문들 중에는 이런 게 많았습니다. '홈씨어터 돌비 애트모스로, ○○시네마 이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물론 있습니다. 극장보다 채널 수가 적은데? 홈씨어터 돌비 애트모스 최대 채널인 34채널(이것도 사실 명목상이고, 현존하는 컨슈머 AV 시스템 중 최다 채널 지원 기기는 32채널)조차 극장용 애트모스 채널수보다 적은데? 거기다 일반적으론 5.1.4나 7.1.2 정도 쓰는데도? 네, 그렇지요. 하지만 홈씨어터 공간은 대개 그 어느 소극장보다도 작게 만들고, 또한 개인이나 몇몇 사람에게 최적화된 핫스팟 설계가 가능하다는 최대 장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많은 예산이 필요하겠지? 라고 물으신다면, 예산이 필요없는 거야 아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a. 채널수에 따른 오버헤드 스피커(+ 서라운드 스피커와 서브우퍼도 중요하지만, 오버헤드가 제일 중요하니) 위치를 잘 잡을 것, b. 공간에 적절한 혹은 그보다 더 과한 볼륨도 마음껏 올릴 수 있을 것(당연히 서브우퍼 포함)입니다.
2.
단지 필자가 말로만 설명하니까 납득 못하는 분들도 아마 계셨을 듯한데, 오늘(까지 사흘 동안 진행되어) 끝난 서울국제오디오쇼에 다녀온 분들은 아마 진심 수긍하는 대열에 들어갔으리라 봅니다. 더 정확히는 애트모스 시연 업체들 중에서, 가격 차이가 꽤 큰 두 군데의 시연 업체 룸 중 하나라도 들렀던 분들이라면 말이지요.
a.
둘 중에서도 더 많이 회자되는 듯한 그리고 더 비싼 시스템을 선보인 업체의 경우, 특히 킬러 컨텐츠로 탑건: 매버릭(의 도입부와 공중전)을 틀었는데 > 매버릭의 애트모스는 우선 음압을 통해 공간감을 확실하게 만들면 만들 수록 청중을 압도하는 타입이라서, 해당 시연 룸과 시스템을 어필하기에 잘 어울린 좋은 픽이었다 봅니다.
실제로 많은 시연 참석자분들이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으며, 업체에서 호언한대로 엥간한 ○○시네마는 잊어도 될 만큼 매버릭의 애트모스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룸을 휘어잡기에 충분한 사운드 스케일을 깔고 들어갔으며 + 여기에 컨슈머 시스템의 장기인 사운드 디테일과 (좁지만 깊은)스팟 정위 역시, 공간 한계에도 불구하고 구성 기기들이 서로 빌드해가며 제법 잘 표현해 줬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긴 합니다.
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버릭과 해당 시연 시스템을 모두 리뷰해 본)필자 개인적으로 아쉬운 걸 하나만 꼽는다면, 매버릭 애트모스 중에서도 공중전 시퀀스 최고의 강점인 '조종석에 앉은 듯한 느낌: 청자를 완벽하게 감싸는 그 맛'이 옅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애트모스의 반구형 공간 사운드에서 뚜껑에 해당하는 소리들이 다소 분산되어 퍼져 나가버렸기 때문이고요.
b.
물론 이 문제는 적합한 공간 설계 후 적절한 스피커 배치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 시연에 사용된 시스템이나 해당 업체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3일짜리 행사용이라 어쩔 수 없는 급조)시연 룸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 열악한 공간에서 음압으로 압도하는 게 최선의 어필력을 갖는다는 것을 캐치한 것은, 업체의 안목을 인정할 만한 일일 것이고.
이에 비해 ○○시네마의 매버릭은, 코든 남이든 대든 어디든 거의 음압으로 압도하여 사운드 스케일을 만드는 건 좋지만 (UBD와 잘 만들어진 홈 시스템에서 충분히 들을 수 있는)디테일이 공통적으로 부족합니다. 이걸 해결한답시고 어떤 관처럼 센터 채널 볼륨만 확 올린다거나 하는 것은 오히려 토털 밸런스를 깨서 문제를 부추길 뿐이며, 애초에 많은 관객을 위한 넓고 얕은 핫스팟을 지향하는 극장 애트모스 한계상 당연한 한계입니다.
그에 비해 위 업체는 역시 공간을 휘어잡는 사운드 스케일 + 그 ○○시네마에서 다 못 들려주는 디테일의 가능성을 들려주었고요. 그래서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어도 홈씨어터 애트모스의 우월함을 분명 어필했다고 봅니다. 하기는 이 업체 시스템의 진짜(?) 문제는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데 드는 예상) 가격으로 인해 청중에게 괜한 공포심(?)을 갖게 한 것... 같지만, 그거야 시스템 메이커 탓이지 시연 업체 문제는 아니니까 차치하고.
c.
한편 (a, b에서 언급한 업체가 아닌)다른 한 업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스템 구성을 가지고 더 좁은 공간에서 시연했는데, 이 업체가 픽한 컨텐츠 중에 인상적인 건 애트모스 뮤직이라든가 007: 노 타임 투 다이/ 섬광의 하사웨이 등이었습니다.
시연 컨텐츠로 미루어 이 업체는 애초에 애트모스 사운드 스케일을 '공간'이 만드는 것을 인지하고서, 딱 그 공간에 적당한 스케일을 만드는 시스템을 가지고 나오되 + 서브우퍼를 강하게 때려줘서 임팩트를 잡아주고 & 동시에 디테일과 위치감 표현을 캐치하기 쉬운 컨텐츠를 통해 = 애트모스 시스템 '구성의 묘'를 어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예상되는)시스템 빌드 이론도 그렇거니와 실제 이 업체 시연 룸의 소리도 ㄱ. 채널 정위감과 디테일 전달력이 (그 열악한 공간 대비)좋았고, ㄴ. (a, b에서 언급한 업체와 다른 공간 특성도 있어서)애트모스 반구 사운드 공간감도 크게 흩어지지 않고 모여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례로 노 타임 투 다이의 초반 카 체이스 및 총격 장면에서 빠른 사운드 방향 전환과 광장의 종소리를 통해 나오는 오버헤드 어필 + 정위감 같은 것이 이를 캐치하기 좋은 컨텐츠이기도 했으니, 이 업체 역시 컨텐츠 픽이 좋았다 싶고.
d.
그래서 이 업체의 어필력 총합은 a, b에서 언급했던 업체 + 매버릭 대비 약할 수는 있는데, 그와 별개로 홈씨어터 애트모스에서 중요한 것 = 공간과 스케일과 디테일과 어필력을 어떤 식으로 빌드하고 조화시키느냐에 따른 하나의 예시를 준 것이 좋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 사운드 스케일은 공간(+ 음압)이 만들지만, 그걸 무한정 늘리는 건 홈씨어터에선 적합하지 않다. 물리적으로 그만한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그렇지만, 즐기는 사람수도 극장만큼 많은 게 아니니까.
- 또한 홈씨어터용 컨슈머 기기의 체급 문제나 핫스팟 형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중요한 건 즐길 사람의 수 고려/ 그에 맞는 공간 넓이 산정/ 거기에 맞는 기기와 적정 채널 수의 픽/ 그걸 적절하게 배치하고 세팅하는 기술이다.
이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토털 밸런스를 맞춘 홈씨어터 애트모스를 구현한다면, 정말로 홈씨어터가 모든 ○○시네마보다 더한 '돌비 인증관'이 될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돌비 애트모스의 지향점: 반구형 입체 사운드 공간감 + 높이 정보를 포함한 정확한 사운드 위치 전달력 + 그 와중에 흐려지지 않는 사운드 디테일의 삼위일체가 마치 솥발처럼 '완전한 돌비 애트모스'를 떠받치고 구현할 테니까요.
3.
대신 홈씨어터 애트모스가 극장에 비해 갖는 결정적인 약점은, 애트모스 포맷 자체가 아니라 바로 그걸 구현하는 공간과 주변 환경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우선 애트모스의 '바탕'이 되는 사운드 스케일을 결정하는 건, 공간과 주변 환경(= 볼륨을 충분하게 올릴 수 있는)이니까요.
말하자면 극장은 부지 선정 or 건물 선정 > 공간 설계 > (필요할 경우)건축 or 구조 변경 > 오직 상영에 적합한 내장 인테리어 > 시스템 선정 > 배치 및 설치 > 세부 설정 > 적합한 운용이 따라오지만
vs
홈씨어터는 대개... 다 뛰어넘고 (특히 한국에선)아파트 환경 > (잘 해봐야)내장 인테리어 > 시스템 선정 > 운용(최악은 볼륨 낮춰, 섭 꺼!) 정도로 끝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니 홈씨어터 애트모스를 진정으로 최대한 맛보기엔 제약 사항이 클 수밖에요.
물론 아파트나 좁은 환경에 맞게 아기자기하지만 섬세한 홈씨어터 애트모스를 빌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며, 실제로 한국의 AV 인스톨 업체들은 이쪽 역시 연구하고 있습니다.(그래서 애초에 이런 문제를 상정할 필요성이 낮은 미국 AV 인스톨 업체나 커뮤니티보다, 한국이나 일본이 오히려 이쪽 역량은 더 뛰어난 편) 말하자면 물리적인 공간 스케일의 제약을 뛰어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 공간에 적합한 기기 픽과 튜닝재 및 룸 보정 등을 통해 최대한 그 공간에 적당한 스케일 구현을 깔고서 그 위에 섬세한 디테일을 추구하는 셈.
극단적으로 말해서 본문 a, b에서 논한 업체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도 > 층간 소음 심한 한국 국민 평형(33-34평형) 아파트 환경에선 적합한 픽도 아니며, 그렇다 해도 무조건 그 시스템을 쓰겠다고 내장이나 방음에 무슨 돈을 어떻게 쓰건 시연 당시 그 스케일만은 구현 못합니다. 그에 반해 아예 처음부터 여러 사람과 즐길만한 널찍한 공간을 설계하고 마음껏 볼륨을 올리는 곳에서는, 기기 픽은 안목/ 취향/ 예산에 따라 as your wish이고 중요한 건 설치/ 배치/ 운용뿐인 셈이지요.
4.
그래서 필자가 보기엔 홈씨어터 애트모스의 요점은 오로지 '기기 선정과 구입'에만 있는 게 아니라, '공간과 환경 조건'을 생각하여 그에 적합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극장처럼 부지 선정부터 시작할 수 있으면야 극장의 모든 프로세스를 밟아서 극장보다 모든 면에서 더 좋은 홈씨어터 애트모스를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것이고, 그게 안 되면 해당 공간에서 가장 최적의 홈씨어터 애트모스를 추구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따라서 필자는 여러분에게, 기계 바꿈질 대마왕이 되기 보다는 현 공간에서 적절한 픽을 골라 즐기다가 바로 공간까지 토털 업그레이드 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극장보다 좋은 홈씨어터 애트모스를 손에 넣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며,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아끼는 지름길이기도 하고요. 말하자면 이번 오디오쇼의 애트모스 시연회들은 사실 이걸 말해 준 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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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합니다.
열심히 모아서 한방에! 가고싶네요.
이사부터 해야할것 같은데, 언제쯤 가능하려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