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완)클라라와 태양, 이시구로가 착안한 특이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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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문장해석은 따로 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내용이 아니고 잡다하긴 하지만 스포를 우려한다면 건너뛰시기 바랍니다.
the AFs outside did all they could to take any route other than one that would bring them past our store, because the last thing they wanted was for their children to see us and come to the window.
모시는 주인이 신모델 에이에프에 대한 관심 생길 것을 방지하기 위해 회피기동하는 것을 설명한 문장인데 에이에프의 자유의지가 인간의 수준과 비슷한 것에 독자가 익숙해지기 시작한 문장입니다.
I nodded, putting on a sad face, though I was careful to show I wasn’t serious, and that I hadn’t been upset.
기다렸냐는 조시의 질문에 감정을 담은 표정을 지을 수 있고 그 수위를 조절하여 상대를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세밀한 감정조절 능력이 있는 것을 시사합니다.
people telling you how perfect things will be and they’re not being straight.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로봇에게 이야기해주고 로봇은 그 어려운 개념을 납득합니다.
at that moment containing aspects of Manager in the act of turning towards us.
매장 매니저를 관찰하면서 얼굴표정을 세밀하게 인식하고 감정까지 판단해내는 것을 묘사한 부분입니다. 전후 내용에서 매니저의 눈과 입이 다른 감정을 동시에 띠고 있는 것을 알아챕니다. 이런 묘사들이 거듭되면서 에이에프의 식별기능이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느끼게 되고 나중에는 기계적인 절차를 생략하고 에이에프의 생각을 나열하게 됩니다. 독자는 인간의식을 탐구하는 듯한 일종의 최면상태 비슷하게 되죠.
14.
(램프의 불을 켜자), brightly illuminating the entire corner, but creating new shadows.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잠시 멈추고 숨을 내쉬었습니다. 빛과 명암을 한 문장에 짧지만 동적으로 썼습니다, 단순한데 아름답고 미풍이 얼굴에 부딪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떤 지식을 더 알아가면 더 나아지는 것일까요? 많이 안다면, 많이 알았다고 의식하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지식이 더 많거나 높다고 생각한다면 뭐가 달라질까요? 마음 속 서가에 불이 켜져 밝아졌다면 서가 옆의 그림자는 더 어두워지겠죠. 지식의 총합이 그 사람이 아니며 그 사람은 생활과 관계의 결합으로 완성되며 나이 들면 앉는 자세 하나에 아쉬워하는 구차한 시간을 감내하게 되는데요.
불을 켜면 어딘가 어두워질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저는 이책에서 이 문장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15.
기적은 동시성, 연관성을 느낀 인간의 인식 속에만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기다리거나 목격했거나 인정했던 기적들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 기억을 간직한 인간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기적은 있습니다. 인간이 없어도 기적은 매일 일어납니다. 우주 자체가, 그것은 바라보는 내가, 지금이 기적입니다. 심해나 오지에서 발견한 희귀한 동식물에 대한 소식을 보더라도 놀라지 않는 것은 그런 기적을 체험하고 있으면서 무뎌져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마이클 베이의 영화에서 폭발 장면이 계속되는 것을 보며 무감각해지듯이요.
해변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는 것도 산꼭대기에 서서 바람을 정면으로 맞서는 것도 책을 읽다가 문득 양볼에 미풍이 스치는 것을 느끼는 것도 모두가 기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클라라와 태양의 마지막 장면은 클라라의 생각과 독자의 생각이 괴리가 있는데 이시구로는 독자에게 클라라의 마음이 되어보라고, 그렇게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의 말을 들어보라고 이 책을 쓴 듯합니다.
‘I’m sure that’s right, Klara. It’s what I always want to hear when I come across my AFs again. That you’re glad about how it all went. That you have no regrets.
이시구로가 깨달았고 클라라의 마음을 확인하는 등장인물을 통해 한 말이지만 클라라의 여정을 지켜본 독자는 이 말에 이입하게 됩니다. 후회없이 삽시다.
감사합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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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완성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에 남겨주신 말씀으로 오래된 경구 carpe diem을 곱씹어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