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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벚꽃 끝물 무렵에 올리는 만개와 반개 그 어중간한 어딘가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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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4-17 16:23:06

마감 하나 끝나니까, 커다란 마감이 또 두 개 다가와서, 개인적인 주말일정도 다 취소하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열심히 글쓰고 있는 사마린입니다. 이번 주는 특히 학생상담일정도 끼어 있어서 정말 정신 없이 시간이 흘러가네요. 주말 일요일도 없이 자율출근(재택 하기 싫어서) 하고 있습니다만, 이것도 5월말이 되면 좀 나아질 듯 합니다. 그 때 디피에 숙제도 빨리 올리고 사진도 자주 공유하려 합니다. 최애 애니 이야기라든지요. 

 

지난 4월13일. 큰 마감 논문 진전이 너무나 안 되는 고로, 주말에 출근해서 좀 집중하려는 데, 대학 측에서 오늘은 오후4시 무렵에 다 강제적으로 나가라고 하네요. 알고보니, 근처 크루즈 선착장(마린포트 카고시마)에서 불꽃 축제가 있다고, 그거 보려고 명당자리인 우리 대학에 사람들 모여서 사고 나는 거 막으려고 학교 자체를 폐쇄한 거 였습니다. 집중하다가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어서 우짤까 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랜만에 날씨도 좋겠다,비도 안 오겠다, 전날 철로변 공원에 벚꽃도 가득피었겠다 해서 DLSR 에 35mm 보급형렌즈 끼우고 무작정 나갔습니다. 전철 한 정거장 코스라서 그냥 걸었죠.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서 걍 가볍게 마실 나갔다 오려고 한 거였습니다.

 

 

근데, 전 날 만개했던 벚꽃이 가까이서 보니, 반은 피고 반은 아직 덜 핀 상태였죠. 게다가, 기존의 벚꽃은 우수수수 떨어져서 바닥이 흰 빛으로 물들고 있었습니다;

 

듬성듬성하지만, 마아, 발색이 이쁘긴 이쁘네요.

 

 

녹슨 철조망은 아니지만, 공원 철책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가지를 보며, 김민기 님의 명작 '철망 앞에서'에 존 페투루치 님과 존 명 님이 우정출연 피쳐링 한 버전이 자동 재생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요렇게 가지가  아니라 나무줄기에서 바로 나오는 고귀한 신분의 벚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얘네들 부족은 노블레스 그 잡채. 어차피 바닥에 지면 똑같은 꽃잎에 불과하게 되고, 저 작은 가지도 일년 사이에 평범한 가지가 되어 가서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그 서사도 너무 마음에 듭니다. 

 

벚꽃만 줄창 찍다가, 동네 주차장의 진달래도 하나 남겨 봅니다. 벚꽃보다 더 많이 분포해서 별로 희소성을 못 느끼고 있는 부족들입니다. 

 

나흘이 흘러간 오늘, 아마 온전히 남아 있는 건 마지막 진달래 정도겠죠. 

그래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벚꽃은 저 자리에 또 피어오르겠죠. 그 때 아내랑 같이 산책하면서 렌즈가 아니라 온전하게 두 눈으로 즐기고 싶습니다. 

 

여러분 얼마 안 남은 오후, 성공적인 카페인 보급과 함께 잘 보내시고, 건승하십시오.

 

덧: 꽃이 피고 져도 계속 그 자리에 다시 또 피듯이, 기억도 기림도 마찬가지로 영원히 마음 깊이 남아 있습니다. 하루 늦었지만, 10년 전의 그 날 비극적으로 스러져간 모든 이들을 마음 깊이 추모합니다.

 

님의 서명
Music, Photograph & Resil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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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4-04-17 16:21:17

어 아직도 벚꽃이 피었나하고 보았더니 지난 13일 찍으신거네요. 지금쯤이면 많이 졌을 것 같습니다.
저도 나무의 큰 줄기에서 홀로 피어있는 벚꽃을 좋아합니다.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카페인 보급 잘 하세요^^

WR
2024-04-17 16:35:20

감사합니다. 카페인보다 더 무서운 각성제는 '마감'이라는 두 음절이네요. 어허허.

대학 부속 중고교(요즘 몇 년간 많이 화제인 그 분의 모교) 쪽 벚꽃은 여전히 만개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카메라 들고 가면 오해받기 십상인 위치라 걍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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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7 16:23:51

 올해 느낀 교훈....

벚꽃의 화려함의 반은 하늘의 맑음이 결정한다.

 

파란 하늘이 아니면 벚꽃의 화려함이 확 죽더군요. 올해 벚꽃구경은 이래저래 꽤 했는데 그닥 맘에 들지 않는 한해였습니다.

WR
2024-04-17 16:37:40

적극 동의합니다. 이상하게 벚꽃이 만개해도 카메라에 손이 잘 안 가더군요. 그렇게 좋아하는 카메라인데...이 날 사진 찍기 전까지는 삼월말부터 이상하게 비만 줄창 오고 좀 맑았다 싶으면 이런저런 신학기 오리엔테이션 등 행사가 많았죠. 4월13일 이 날도 오전은 비가 내렸기에 기대를 안 했는데, 햇살 나는 거 보고 무작정 카메라 매고 나갔더랬습니다. 거짓말 처럼 오늘도 구름가득한 날씨네요.어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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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4-17 16:48:22

매일(이라고 하지만 안 나가는 날 많음) 새벽에 서울숲에서 러닝하면서 한 켠에 있는 벚꽃 터널을 지나 뛰어갑니다. 며칠 꽃이 참 멋지구나 하는데.. 일주일도 채 안 돼 반절 사라지고..
꽃구경 한다며 새벽부터 나와 사진 찍던 사람들은 그 반절의 벚꽃은 외면하고 저만 즐기며(사실은 숨차 죽으려고 하며) 뛰었네요.. 이젠 어제 그제 비 와서 오늘은 그 반절도 어디론가 사라졌고..
찰나이기에 아름다운 벚꽃입니다..(평소와 달리 감수성 충만)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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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7 16:51:49

2023년 새해 계획에는 매일 아침 연안부두 선착장까지 러닝하고 출근하는 게 루틴..... 이 될 예정이었습니다만, 2024년 4월17일 여전히 운동보다는 아침식사가 더 좋은 제게는 새벽 운동하시는 분들이 그저 존경스럽습니다. 퇴근길은 좀 일부러 멀리 돌아가긴 합니다만;;;

대학 근무한 지 첫 해 둘째 해까지는 저녁노을을 거의 못 보고 살았습니다만, 그 때 억지로라도 교정을 한바퀴 도는 루틴을 가졌다면 하는 후회는 있습니다. 집돌이지만, 이 날 변덕 덕분에 두시간 걸으며 운동도 되고, 벚꽃 이미지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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