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베이비 레인디어.. MBTI 'T'는 보지 마세요. 그런데...
네.. 숨겨 뭐하겠습니까?
저는 T입니다. 그것도 아주 극 T 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베이비 레인디어 .. 중간중간에 막 고구마 한입베어물고 목에서 안 넘어가는거 같은
상황이 많이 나옵니다.
아니... 저기서 주인공이 왜 저런 말을 해가지고...
극본 쓴 사람이, 저게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한거야?! 저게 현실에서 말이돼? ...
하는 말을 막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거 실화잖아요. -_-;;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을 이번에 드라마로 만든 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고구마를 참으면서 끝까지 다보고 나니... 어떤 깨달음 같은게 올라옵니다.
사실, 중년이 되어 깨달은 게.... 사람이 말이죠...
그렇게 논리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더라구요.
말이 안되는 데도,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도, 하고 싶은 일은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안하고
그렇게 후회하고, 근데 또 그 잘못을 반복하고..
잘 만든 헐리웃 범죄물 등장인물처럼 그렇게 몇 수 앞을 내다보고 행동을 하고, 손해보는 짓은 안하고, 냉철하고 분석적으로... 안 움직입디다. 특히 젊은 날은 술과 이불킥의 연속이죠.
드라마 안에서 모순 되는 주인공의 행동과 감정기복을 보고 있자니,
(극T로서는 힘들었지만)
이게 만약 오리지널 각본이었다면, 작가가 고구마를 주려고 작정을 했나... 싶겠지만,
다시 강조하지만... 이거 실화거든요.
오히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줄 수 있는, 날것이 주는 정제되지 않는 생경함이 있어요
너무나 잘 짜여진 플롯, 완벽한 기승전결에 익숙해진 저에게는 오히려
저렇게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신선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재미가 있는가?"라고 물으신다면... 다른 재미있는 작품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봄으로서 나는 무엇을 얻을 했던 걸까?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줍니다.
기존 양산형 헐리웃 드라마가 '앨범'이라면 베이비 레인디어는 저에게 '콘서트'같은 느낌을 줬어요.
근데 성대한 콘서트가 아니라, 약간 엉망인 콘서트랄까요?
오토 튜닝에 수십번의 녹음을 거쳐 완성된 앨범만 듣다가,
콘서트를 들었는데, 이번에 코첼라에서 라이브를 한 아이돌 노래...까지는 아니지만, 음정 박자 어느 정도 안 맞는 라이브를 듣는 것 같은 느낌?
그런 라이브를 듣고 있자니, 다시 한번 자신에게 되물어 보는 겁니다.
'나는 음악을 왜 들으려고 하는 것인가?'
나는 잘 만든 앨범을 기준으로 모든 음악을 평가하려고 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든 겁니다.
드라마 내용에 대해서는 이야길 안할 겁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드라마가 재미 있냐구요? 아니라니깐요. 다른 재밌는거 더 많습니다.
근데... 이 드라마는 ...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자주 써서 식상한 단어이긴 한데..
"진정성"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왜 보는가? '재미'를 위해서라면 베이비 레인디어는 그걸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드라마는... 제 기억이 맞다면 돕식, 이후에 오랫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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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글들을 잘쓰시죠. 무조건 까는 것도 아니고 분석적으로... 혹평이든 호평이든 이런 글들이 많은 DP가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