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아신전 봤습니다.
전지현의 아역으로 출현한 김시아 양이 너무 예쁘고 연기를 잘합니다. 표정 연기와 감정 컨트롤이 대단하고 액션도 얼마 없었지만 꽤 그럴듯했습니다. 무엇보다 전지현하고 좀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지현의 연기는 저는 괜찮게 봤습니다. 어떤 분은 인간수업에 나온 박주현 배우를 썼으면 어땠을까하는데요, 그것도 괜찮은 초이스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전지현에 비해 흥행력에 아직 의문이 있을 뿐... 어떤 분은 전지현이 극 중 역할에 비해 나이가 들어보인다고 하시는데, 글쎄요, 전지현 정도면 아직 상당한 동안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나이가 들어보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스페셜 에피소드로서의 매력은 그닥이었습니다. 조선에 역병이 퍼지게 된 이유에 대한 나름 설명은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체적 매력은 그냥 그랬네요. 그저 흔한 복수극 얘기가 아닌가 싶었어요.
돌이켜 보건데 제게 <킹덤>의 매력은 추리물적인 것이었습니다. 좀비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그들의 자연사적 특성들도 과학 탐정 배두나에 의해 차츰 베일을 벗는 것 처럼 알려지는데, 이게, 좀비란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의문과 관계없이, 그 자체로 꽤 논리적이고 말이 되었습니다. (저는 비슷한 이유로 드래곤볼 Z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 인터스텔라 같은 작품들도 좋아합니다.) 그러나 아신전에서는 그냥 생사초가 조선땅에 퍼진 이유에 대한 꽤 평범한 설명만이 있을 뿐이지 이런 논리적 얼개가 존재하지 않아서 저는 평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킹덤 시리즈에서 나온 생사초의 메커니즘과 약간 다른 부분이 보이는 듯 한데, 그 부분에 드라마가 별 집중을 안하고 있습니다. 복수극에만 촛점을 맞춰 논리적 정합성은 신경을 안 쓴 것인지, 카메라가 보여주지 않는 약간의 다른 절차(?)들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생사초 자체가 좀 다른 아종인지...나중에 설명이 되려나 싶네요....
<추가>
일요일이라서 잠시 더 끄적거려 봅니다. 아래 댓글 논쟁을 다 따라가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제 해석을 여기서 써 보려고 합니다. 어떤 분은 드라마를 다시 보고 오해를 수정하라고 하시던데, 솔직히 다시 볼 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제 생각을 와이프에게 얘기하니 와이프도 제가 틀렸다고 하네요. 그 근거도 다 이해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저는 제 해석이 완전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감독과 작가는 실수로 의도하지 않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남겨놓았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이중해석이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대한 해석은 우리의 실제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무리한 해석이라고도 하는데, 제가 보기에 제 해석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나타났던 여러 감염증에 대한 경험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일단 그것들을 반영해서 썼고, 관객들도 그 감염증의 경험에 기초해서 해석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근데 일반 관객들과 약간 다른 것이 그 감염과 관련되어서 약간의 전문적 작업을 한 것이 있거든요.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회원님들보다 제가 조금 더 아는 것이 있고, 그래서 관련 담론에 조금 더 민감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것이 영화에 대한 오해를 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해석이 되는 것이고, 이러한 측면에서 제 해석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특히 "3. 아신이 속한 부락은 아마도 이러한 동물들 중 하나를 같이 먹으며..."가 중요합니다. 야생동물을 먹어서 전염되는 질병의 다양성과 심각성을 고려해 볼 때 저는 이 해석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1. 생사초와 그것에 붙어사는 기생충은 아마도 자연계에 오랫동안 있었을 것이다. 어떤 질병도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 질병을 일으키는 기생충도 자연계에서 서서히 진화한 것이다. 벽화가 남아있는 것을 보건데 오래전 사람들도 그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다만 질병의 성질이 정확히 같은 것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 병원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를 하기 때문이고, 동물과 인간의 경계를 가로지르면서 특성이 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2. 첫 장면에서 나오는 노루와 호랑이 씬은 최초의 감염을 나타낸 것인지 아니면 그 지역에서 흔하게 있었던 동물 감염 사례 중 하나인지 알 수가 없다.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아마도 후자일 것이라는 것이고, 동물들 중 광범위하게 감염이 퍼져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노루와 호랑이뿐 이라니 닭이나 돼지, 소에도 부분적으로 감염이 퍼져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감염이 된다고 해서 다 인간 좀비처럼 되지는 않고, 낮은 수준에서 무증상 혹은 저증상으로 퍼지고 있었을 것이다.
3. 아신이 속한 부락은 아마도 이러한 동물들 중 하나를 같이 먹으며 집단으로 감염이 되었다. 원래 그 동물은 돈 많은 조선인들이 사간 것이었는데 조선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혹시 여기서 부락인들이 먹은 부위는 감염원이 고농도로 분포해 있는 high risk material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고기를 먹는다고 다 감염된다는 보장은 없다. 조선인은 감염이 덜 되는 부위를 먹었거나 운좋게도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 부락은 이후 조선군이 꾸민 공격을 받아 절멸되지만 감염의 지속된 효과로 인해 몇몇은 시간이 좀 흐른 후 좀비로 되살아 났다.
4. 영화적으로 보았을 때, 부락인들이 이 고기를 나눠 먹으면서 만면에 웃음을 짓고 서로서로 권하는 모습은 시즌 1의 동래 의원에서 사람고기를 모르고 먹으며 웃고 떠드는 장면과 매우 유사하다. 심지어 <아신전>의 이 장면은 후반에 다시 오버랩된다. 여기서 아신이 "꿩, 노루..."라고 언급하는 장면에서 영화 초반에 나왔던 감염 노루와 비슷한 동물이 나타난다. 이 노루는 몸이 많이 썩어 있어서 정상적인 건강한 노루가 아닌 걸로 보인다.
5. 아신이 나중에 시체의 머리를 째고 생사초를 넣어서 좀비를 만드는 장면이 살짝 나온다. 이 시체는 부락민의 시체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부락민의 죽음을 목격한 장면에서 아신은 지독한 패닉 상태에 있었고,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리고 좀비를 만드는 방법이란 것은 벽화에나 나와있는 모호한 정보 뿐이다. 패닉이 온 그 짧은 순간에 어린이가 그 정보에 의존해서 부락민 여럿을 좀비로 되살려놓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아이여서 물리적 힘도 없다. 한명 한명이라면 모를까 다수를 그렇게 살리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 나중에 이승희 의원에게 아신이 말해주는 것은 그녀가 차후에 정신을 차린 후 실험을 해서 알아낸 것이 틀림없다. 시체야 여기저기 깔려있는 시대이니 시체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설득이 되시진 않겠지만 저는 아무튼 이렇게 봤습니다. 이게 틀린 거리고 말하시는 근거도 잘 알아요. 다만 이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계속 해왔을 뿐이죠. 밑에 어떤 분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이렇게 생각한 게 "쪽팔리지"는 않습니다. 그냥 영화 해석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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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생사초의 설정이 시즌 1/2에 벗어나는 부분은 없다고 봤는데 어느 지점에서 그렇게 느끼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