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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화양연화 (초초강추) 왕가위 연출력의 절정 (수정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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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Updated at 2024-04-17 12:02:05



오늘의 영화는 화양연화

 

소중한 이의 추천으로 넷플릭스에 리마스터 버전이 올라와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돼서

20여 년 만에 오래전 추억의 향수를 더듬어보려 선택한 영화

 

워낙에 마스터피스급의 작품이고 그만큼 수많은 평론가들의 분석평이 이미 널릴 대로 널린 작품이지만

그저 나만의 감성과 주관으로 화양연화를 다시 반추해 보고자 한다

(20세기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어떤 사이트와 조사에서도 항상 순위권에 오르는 영화인데 내 감상이야 뭐 축에도 못 드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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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인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역시 메인 텍스트와 서브 텍스트가 정말 촘촘한 씨줄과 날줄로 엮안 놀라운 수준의 각본에 있다

 

영화의 외피는 분명 각자의 배우자가 바람이 난 (그것도 서로의 배우자들과)

두 남녀 주인공의 이루어질 듯 이루어지지 않는 애틋한 사랑의 연가

 

하지만 그 꺼풀을 한 겹 더 벗겨내 들어가 보면 영화는 

영국의 오랜 식민지이지만 중국의 체제를 가지고 있는

홍콩이라는 나라의 특수성 속에서 홍콩 사람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근본이 다른 두 체제가 종극에 가서도 결국은 섞일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오는 

존재론적 고민을 담고 있다

(주변인들이 마작에 미쳐있는 것도 이 불안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걸 영화는 전혀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어주 세련되고 명징하게 관객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영화 속에서 그들이 만나는 기간이 1962년부터 66년 까자 

역사적인 홍콩 봉기가 일어나기 바로 직전의 우울하고 불확실한 시간이라는 점

장만옥의 의상은 시종일관 중국 전통 복식인 치파오고 양조위의 의상은 영국 신사의 전형인 수트라는 점

그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중국 전통인 무협의 현대적 각색인 신문 연재를 위한 무협소설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이 결국 만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는 호텔의 방 호수인 2046이 

홍콩의 자치권이 완전히 사라지는 해라는 것까지

 

스토리에 완전히 녹아든 다채로운 요소들과 절제된 대사로 완벽하게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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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눈빛과 분위기의 장인 양조위

 

하지만 이 훌륭한 각본보다 더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것은 

우리 세대 가장 위대한 김독 중 하나인 왕가위가 최전성기에 보여준 미친 수준의 연출력에 있다

 

정말 대사가 적고 컷의 분절이 많지 않은 이 영화에서 왕가위는

정말 서로의 숨결까지 느껴질 듯 좁은 다세대주택의 복도에서 

닿을 듯 말 듯 서로를 지나는 두 연인의 모습에서

네 면으로 갈라진 거울 각각의 면에 결혼반지를 낀 손과 그렇지 않은 인물의 모습이 비치고

각자 시선의 움직임에 따라 교차되는 감정의 결을 카메라 패닝으로 잡은 시퀀스에서

자신의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는지 물어보기 위해 양조위와 예행연습을 하는 장면에서

양조위를 보던 장만옥이 양조위에 대한 스스로의 감정을 깨닫고 결국 무너지듯 오열하는 장면에서

 

그리고 방안을 가득 메운 담배연기와 침대 아래 덩그러니 놓인 슬리퍼, 부서지듯 내리는 빗줄기와

쇠락한 앙코르 와트의 풍경까지

(이런 장면들뿐만 아니라 모든 장면들이 미장센과 촬영 구도, 미술, 의상, 음악에 이르기까지 

어떤 면을 보더라도 발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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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숙미를 보여주는 장만옥의 섬세한 연기

 

대사로 전달하지 않는 인물 간의 깊이 있는 감정의 동요와 주변 공기의 떨림

당시의 사회상과 이들이 맞이하게 될 결말의 어두움을 포함하는 영회의 모든 서사적 연결고리들을

완벽한 미장센과 촬영, 극단적으로 클로즈업 되어있는 배우들의 표정 만으로 담아낸다

 

이걸 대사와 장면으로 풀었다면 족히 수 백 페이지는 필요했을 것

 

서사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배우들의 연기로도 앞으로도 할 얘기가 한 트럭은 되는 영화지만

나의 잡설은 이민 줄이도록 하고

 

제목에 적었듯 거장이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한 왕가위라는 감독의 

최전성기 연출력의 장점을 담은 작품이니

꼭 한 번 접해 보시길 때마침 넷플릭스에 리마스터 버전이 올라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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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이루어졌다면 진정 화양연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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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4-04-16 12:48:44

최근에 메가박스에서 중경삼림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순으로 봤는데,

화양연화는 후기를 안 남겼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고 후기 쓰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릴 것 같아서..

내용 중 굳이 적지 아니하신 부분은 제가 대신 적겠습니다

드레스 입은 장만옥이 엄청나죠..

그런데 그 또한 연출이고 그 또한 미장센이고 그 또한 연기라서

본능을 자극하되 퇴폐적이 아니라 세련되게 한다는 점에서 대단했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WR
2024-04-16 18:05:18

맞아요 시종일관 영화는 끈적끈적한 분위기를 가져가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퇴폐적이지 않고 세련되고 아련하죠 ^^ 

최근의 왕가위는 그렇지만 참 대단한 감독인 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024-04-16 16:14:32

이 영화는 장만목 의상의 색깔변화만 따라가도 재미가 있죠. 

장만옥 의상 중 색감과 질감을 위해서 종이로 만든 옷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연출, 촬영, 조명, 연기뿐 아니라 미술, 의상, 음악까지 정말 뭐 하나 빠지는거 없는 영화 입니다. 

WR
2024-04-16 18:07:31

그렇습니다.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영화제에서 분장상도 수상했다고 들었는데 

영화적 요소에서 정말 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걸 넘어서 탁월한 경지를 이뤄낸 작품인 것 같아요 

보는 내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란 이런 거구나를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ㅎㅎ

2024-04-16 17:09:59

ost 마저 너무 좋죠.

WR
2024-04-16 18:09:05

그쵸~ Quizas, Quizas, Quizas 라는 가사가 양조위의 연기 위에 찰떡같이 달라붙을 때 

어떤 쾌감마저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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