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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게]  [잡담] 대화 장면의 재미를 알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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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09-07-10 22: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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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린 친척들이 저에게 '재미있는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저는 제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영화들을 많이 추천해줍니다.
추천해주면서 그 영화는 이러이러한 점들이 매력이다,, 라는 이야기를 꼭 해주는데
어떤 영화들의 경우는 그 매력이란 것을 쉽게 설명할수 없는 경우가 있더군요.

아래 콜래트럴에 대한 글이 올라와서 문득 생각이 난 것인데
저는 이 영화를 2000년대에 만들어진 모든 영화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고
제가 이 영화에서 특히 좋아하는 장면들은 택시안에서 이루어지는 인물들간의
대화 장면입니다.

특히 맥스가 예쁘장하고 세련된 여자 검사 손님을 뒷자석에 태우고
HD카메라로 멋지게 찍힌 LA의 밤 도로 풍경을 배경으로 운전하면서
의식적으로 멋지고 세련된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은 2000년대에 제가 본
모든 영화의 장면 중에서도 거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데요,,

이 장면을 보면 예쁜 엘리트 여검사를 손님으로 태운 '택시기사' 맥스는
뭔가 작업을 걸고픈 충동은 느끼는데 택시기사라는 초라한 신분에서 느껴지는
콤플렉스가 마음 한구석을 지긋이 누르면서 다소 삐질삐질 경직된 모습을
보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안그런척 쿨하게 대화를 진행하려고 엄청 노력을 하죠,,

그런 미요한 대화에서의 감정의 뉘앙스. 흥미롭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주인공
맥스에 대한 공감 등이 이 장면에서 제가 만족스러운 감흥을 얻게된 요인으로 작용을
했을테지요.

하지만 이런건 정말 단순하게 '이래서 재미있다'고 말할수 있는 그런 종류의 재미가
아닙니다. 실제로 어린 친척들은 대부분 이 대화 장면에서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러이러하다고,, 저 맥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겠냐고 왠지
연민과 공감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뭐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어린 친척들은 잘 이해가
안되는거 같더라구요,,

올해 본 영화중 베스트 3위에 해당하는 영화가 '킬러들의 도시'인데,
언제부턴가 저는 이런 종류의 블랙코미디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을 그런 이유로 너무너무 좋아하고, 킬러들의 도시 역시 정말
마음에 쏙 들었죠.

이 영화들 역시 대화장면에 매료되었습니다.
블랙코미디 장르는 정말 대화의 묘미가 살아있는 영화라고 느끼는 것이
그런 대화속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세속적 감정들의 표현이 정말 절묘하고
아찔한 뉘앙스로 드러나거든요,,

예컨대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스티브 카렐이 포르노 잡지를 구입하는 장면인데 그 장면에서 스티브 카렐의 옛
'게이' 연인이 나타나고 그 게이 연인은 스티브 카렐이 '보통 남자들'이 좋아하는 유의
포르노 잡지를 구입하는 상황을 보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죠. 스티브 카렐을
쩔쩔 매고,,
그렇게 두 사람이 어색한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계속
(얼굴은 웃는 표정으로) '어우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놀라운 장르적 임팩트의 명장면을 볼때보다 더 곱절이나 몰입해서 말이죠.
슬프고 안타깝지만 웃음이 나오는 이런 장면에는 정말 빠져들수밖에 없죠.

'킬러들의 도시'에서도 그런 장면들이 많습니다. 두 킬러가 '킬러가 표적이 아닌 상대를
죽여도 되는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킬러가 '상대가 병을 들고 있었
으니 그 상대를 죽인건 정당하다'고 말하지만 다른 킬러는 '맨손으로도 사람을 죽일수
있으니 그런걸로 정당한지 아닌지 따질수 없다. 그 사람(병든사람)이 가라데 고수였을수
도 있지 않느냐' 뭐 이렇게 반박하죠. 그러자 이 킬러(콜린 파렐)는 '그 사람(병든 사람)
순진하고 착해 보이는 사람이었다면서요? 순진하고 착해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가라데를 써요?' 뭐 이런 식으로 따지면서 좀 웃기는 대화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 대화의 이면에는 굉장히 무거운 의미가 깔려있고(콜린 파렐 그 자신이
무고한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무거운 죄의식에 괴로워하고 있고 그래서 이런 사소한
대화에서도 '어떤 경우에는 죽일수도 있다'는 의견을 자기 항변을 하듯이 말하고 있는
것이죠) 영화의 분위기 역시 계속 그런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기에 이런 재미있는
대화며 뚱뚱한 가족들과 벌이는 웃기는 에피소드 하며 계속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그게 단지 '웃기네' 하고 단순히 넘어가는 상황이 아니라 뭔가 미묘한 감정적
공감과 연민을 동반하게 하는 장면이라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겁니다.
물론 그런 장면들 대부분이 대화 장면이고요.

그밖에도 제가 다양한 영화들에게 매력적으로 느끼는 대화 장면은 무수하게 많습니다.
제가 영화를 본 후 보고 또보고 싶어서 실제로 자주 반복해서 보는 장면들도 다크나이트
나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에서 나오는 멋있는 액션 장면들 보다도 그런 매력적인
대화장면들이 더 많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 도 인물들 간의 대화가 참 마음에
드는 영화중 하나고 그밖에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조디악, 어토먼트 등
매력적인 대화 장면이 나오는 영화들이 참 많습니다.
마틴 스코세지 영화들도 대부분 그렇고요,,



그런데 참 안타까운게 이런 영화들의 대화장면의 매력들이 다수 관객들에게 쉽게
통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콜래트럴이나 킬러들의 도시 같은 영화들이 가진
진정한 매력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다면 이 두 영화의 네이버 평점이
지금처럼 낮지도 않았겠죠.

물론 전 이런걸로 관객 수준이 어쩌니 하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어린 친척들에게는 '앞으로 너네가 더 살아가고 더 삶을 경험해보고 난 후 인간의
감정과 삶에 대해서 더 깊은 생각을 할수 있게 되면 이런 대화장면들에서도 영화적
재미가 보일거다' 라고 잘난척 충고를 하지만요. 그리고 '책을 많이 읽으라'는 조언도
꼭 덧붙입니다.)

그래도 어쨌든 이게 뭔가의 한 '과정'이라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차츰차츰 '알아간다'는 것. 물론 모든 관객이 그래야만 할 이유도 없고 이런걸 알아가는게
영화를 더 수준높게 보는 방법이라고 말할수도 없겠지만, 분명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수 있는 진보라고 보거든요,,

그리고 그냥 단순한 이유로, 그런 효과적이고 멋진 대화장면의 매력이 모두 무시당한채
'콜래트럴'과 '킬러들의 도시'가 지루한 영화로 평가받는 현실이 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분명히 가지고 있고요,,
 


디피 유저 님들은 어떤 영화의 어떤 대화 장면을 좋아하시나요?
11
Comments
2009-07-10 22:57:10

전 이상하게도 '저수지의 개들'이 좋았어요. '택시 드라이버' '마농의 샘' '택시 드라이버' '다크 나이트' 등도 강렬했죠.

청춘물 중에선 '귀여운 반항아'가 기억에 남네요.

ps. '킬러들의 도시'는 대사가 잔재미의 50% 이상은 차지한다고 봅니다. :-)

2009-07-10 23:00:29

저 웃긴 영화가 지루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고요? 저런 ㅆ...

글쎄요, 대화의 재미를 안다는 것은 영화를 보는 더 수준 높은 방법이라기보다는 영화를 보는 정상적인 방법 아닌가요. 영화는 이야기고 이야기는 캐릭터 중심이고(다양한 방법으로 이걸 깨려는 감독들도 있긴 합니다만) 캐릭터는 대화로 드러나는 건데 대화의 재미를 모르면 그건 영화가 아니라 단순한 액션 시퀀스를 보는 사람이죠.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영화 보는 사람들 거의 없고.

원하시던 내용으로 돌아가자면 뭐 너무 진부한 선택이지만 의 커피숍 장면이나 의 술집 장면이 기억에 남지요. 그리고 의 마지막에서 케이가 마이클에게 질문하는 장면. 그 장면이 함축하고 있는 감정의 깊이는 다른 영화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에서 가장 잊을 수 없던 장면도 그 장면이고요. 또 의 대사들을 대답 없는 대화라고 볼 수 있다면 이것도 추가하고 싶습니다. 윌라드는 병사들에게 "사령관이 누군가?"라고 묻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죠. 그리고 인간의 가장 추악하고 무시무시한 측면들을 보여주는 커츠의 그 설교와 같은 대사에 대답을 하는 사람들도 아무도 없죠. 이렇게 '손상된 대화'야말로 에 반전 영화를 넘어서는 충격을 부여했던 것 같아요.

2009-07-10 23:18:53

반두비에서 민서와 카림이 하인즈와 만나고 난후에 집에가면서 하는 대화가 인상깊더군요

2009-07-11 00:11:18

결국 특정영화가가지고있는 코드가 나와맞다면 소소한부분까지 재미를 느끼게되는거같아요. 저는 '양들의침묵'에서 조디포스터와 안소니홉킨스가 철창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할때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미묘한감정변화까지 읽히는듯한.. 당장이라도 헛점을 보이면 큰일이라도 벌어질것만같은 아슬아슬한 대화장면이 기억에남네요.

2009-07-11 01:24:47

저는...에서 빌과 브라이드의 대화 장면과 에서 커츠와 윌라드의 대화 (거의 대부분이 커츠가 말해주는 쪽이지만..) 를 좋아합니다.

특히 같은 경우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들 모두가 명대사...였던 것 같네요. 타란티노 감독의 최고 걸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9-07-11 10:20:34

킬빌2.... 다시봐야겠네요... 저는 졸린 상황에서 봤었거든요.
가물가물하네요. 타란티노를 정말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보질 못했습니다.

2009-07-11 10:18:35

트루로맨스에서의 월켄과 데니스호퍼의 대화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정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두 배우의 연기가 ... 과히....
얼마나 대사도 맛깔나게 치는지...

그리고 저수지의 개들 오프닝에서 팁에 관한 이야기...
라이크 어 버진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였구요.

2009-07-11 10:19:58

아 추가하자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의 대화장면들도 참 좋아합니다.
그... 톰행크스의 전쟁전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위생병이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들....
정말 참 좋았습니다.

저는 대화가 많은 영화가 좋아요.
예전엔 안그랬는데 말이죠.

2009-07-11 11:37:12

콜래트럴, 양들의 침묵, 3:10 투 유마, 파이트 클럽,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당장 생각나는 영화들은 이 정도입니다.

2009-07-11 12:24:08

'키퍼 서덜랜드'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영화 내내 들을 수 있어서...

'폰부스 : Phone Booth (2002)'를 좋아합니다. ^^

2009-07-11 13:17:29

순전히 말로만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영화
리처드 링클레이터 + 이단 호크 + 줄리 델피 = 비포 선라이즈 & 선셋
볼거리와 극적인 구조에 익숙한 관객들은 이런 류의 영화를 지루해합니다만 그 맛을 알면 푹 빠지기 마련이죠.

물론 선배격인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같은 영화는 본좌급에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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