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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분노조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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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4-12-29 17:18:07

뉴스를 보면 언제나 스트레스가 쌓이죠.

그래서 가급적 뉴스를 안 보고 사는 편입니다. 정신건강에 별로 좋지 않고 일일이 화를 내다보면 세상이 비정상인지 혹은 내가 비정상인지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모두가 다들 그런가 봅니다.

 

1.

토요일 대학 동아리 송년회가 있었습니다. 주로 80년대 후반학번들로 1~2년 선배 내지는 동기들 위주의 편한 모임이죠....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1년 위 선배가 있었는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입니다. 머, 이사까지 가느냐 마느냐의 이슈로 지금 갈 때까지 가 있는 느낌입니다...

 

초반에는 일과 가정(주로 애들교육뮨제, 와이프와의 트러불 등)에 대한 토로로 점잖게 시작한 불평이 술자리가 길어지니 경제적 여유에 대한 자랑(비싼 자전거, 자주 다니는 술집 이야기 등)에서 사회전반에 대한 불평으로 이어지더니 막판에는 자기가 이번에 승진을 못하는 것이 학벌 때문이라면서 학교를 욕하네요...이거 대학동문 모임인데 학교를 욕하니 거참... (학벌에 대한 세탁을 위해 대학원은 연대, 서울대 등을 나왔는데 당연히 거기서는 껴 주지 않으니 여기 나와서 어울리고 있으면서 왜 학교 욕을 하는 걸까요?)

 

혼자만 목소리를 높이는게 진작부터 맘에 들지 않았던 저는 짜증이 나서 "학벌 문제는 동문모임인 이 자리에서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짧게 한마디 했다가 우는 아이 뺨 때려준 격으로 이후 언쟁이 벌어져 결국 귀찮은 자리를 피해서 일찍 귀가하고 말았네요.... 사실은 저도 속에 무언가 부글부글 끓는 분노를 간직하면서 살아가는지라 한바탕 하고 싶었지만 송년회 자리에서 (비록 1년차이이긴 하지만) 선배와 싸우기 싫어 그냥 피한 것이고 그것은 다음날 술 깨 보니 참 잘한 행동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

서울에 거주하는 집이 노원구 모 여대앞에 거주해서 (가족은 상해에 있으니) 커피숍에 가서 커피와 베이글로 아침을 떼우면서 놀려구 하는데... 넓은 커피숍 이 층에는 저와 어떤 처자 둘 밖에 없었습니다. 조금 이른 오전이었으니까요....

 

조금 굳은 베이글 한 입 물고, 뜨거운 커피 한 모금 후루룩 마셨는데....5미터 밖에 앉아 있는 처자가

"저기요... 쩝쩝 거리지 말고 후루룩 거리지 말고 먹어 주세요" 다짜고짜 태클이 들어오네요...

 

제가 아내와 딸 둘 즉 여자 셋과 살면서 나름의 남자로서 갖춰야 할 매너는 신경써서 지키면서 산다고 생각하고 단 한번도 음식먹는 것을 가지고 큰 소리로 먹는다고 누군가에게 타박을 당해본적은 없는지라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반사적으로 "미안합니다" 했지요...

 

잠시후에 똑같은 상황이 한번 더 벌어졌습니다.... ㅠ.ㅠ

두번째 사과를 하고 나니... 더 이상 베이글을 못 먹겠더군요....

커피도 못 마셨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게 커피숍에 음악소리가 매우 크게 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음식먹는 소리를 지적하던 여자의 핸드폰은 쉴새없이 카톡 올림이 나는 겁니다...

적어도 내가 베이글 먹고 커피마시는 소리보다 큰 소리인데 왜 나만 지적을 받는 걸까?

그리고 이게 내가 사과를 해야 할 정도의 문제인걸까??

 

새삼 여자의 얼굴을 보니 아주 신경질적으로 보였고 무언가 화가 나 있는 듯 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화를 내려던 것을 포기했습니다. 저 여자는 무언가 지금 분노에 차 있고 그 분노를 발출할 대상을 찾고 있던 것이고. 그게 하필 나였던 것이고 내가 여기서 맞서면 싸움 밖에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자와 맕다툼을 하기가 싫었습니다....

 

이것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잘 참은 것 같습니다...

 

 

세상이 각박하다보니 사람들이 무언가 분노에 차 있습니다..

연말인데 좀 많이 안타깝습니다...

 

제 개인이라도 신나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화가나도 잘 참고 억지로라도 웃어야 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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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4-12-29 11:59:20

저도 근처사는데요 ^0^ 나이가 들어갈수록 참을성은 많아지는듯합니다 특히 어린사람들에게는 더욱 할말을.아끼면서 살아야한다는....

2014-12-29 11:59:52

두번째 이야기의 여자는 정말 4가지 없네요... 웃기고 있네요..

2014-12-29 12:01:14

아... 정말 한 호흡을 참는 그정도 인내력은 연배가 되야 좀 갖춰지는 공력인가 봅니다. 저라면 못참았을 일이었을 테고, 나중에도 이런 저런 말로 더 쎄게 공격할걸 못했다고 분해 했을 텐데. 그냥 생각만으로 좀 부끄러워 지네요. 새해에는 좀더 참고 덜 싸우는 걸 연습해야 겠습니다.

2014-12-29 12:01:50

개같은 매너에 대해 엄청나게 고매너로 응수하셨군요. 저라면 절대 그렇게 못 할 듯요.

1
2014-12-29 12:06:39

저 여자분(?) 저렇게 자기 기분대로만 행동하다 아주 질 나쁜 인간이 그 대상이 되면 정말 大망신 톡톡히 당할텐데. 자기외엔 사람들이 우습게 보이나 보네요.

2014-12-29 12:09:49

그런 것 같네요.. 저렇게 살다가 임자 만나야 정신 차립니다.

2014-12-29 12:10:22

두번째 상황을 읽는 제 뒷목이 뻣뻣해지네요. 저라면 과연 큰소리 안내고 참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2014-12-29 12:11:22

계속 드셔보시지 그러셨어요. 얼마나 미처날뛰는지 궁금하네요..

WR
2014-12-29 12:23:44

그 정도 베짱은 제가 없어서요..ㅎ

2014-12-29 12:15:45

가끔은 참지 마시고 터트리세요. 저도 올해부터 No 라고 대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한테 부당하거나 옳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그 사람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아랫사람이건 옆 동료건 상관없이 그냥 No라고 대답했습니다. (제 보스한테는 아직 못하고 있지만..) 그 이후로 회사 생활이 개인적으로 많이 쉬워지더군요. 스트레스도 많이 줄어들고.. (동료 및 부하직원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죠..)

2014-12-29 12:23:23

저는 요즘 짬짬이 틈 나는대로 숨쉬기 운동합니다 배로 하는 심호흡을 하는데 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WR
2014-12-29 12:24:47

모르는 여자랑 말다툼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인지라..ㅎ 그리고 중국에 살다보면 어지간한 것은 참는 습관은 생기게 됩니다...

2014-12-29 12:31:29

모험왕님이 정상인건지 아님 성인군자이신건지 이제 그것조차 분간이 안되네요. 어떻게 상대방의 분노를 이해하고 자기마음을 가라앉히는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두번째 상황에서 전 어떻게든 복수 또는 오해를 풀고싶어서 태클 걸었을 것같네요. 그러면 분명 싸움나겠죠...

2014-12-29 12:51:26

모험왕님이 사람이 너무 좋은 겁니다. 저라면 바로, "이것봐요. 당신이 날 언제 봤다고 혼자 가만히 잘 먹고 있는 사람한테 그렇게 지적질요?" 라고 한마디 쏴 줬을 겁니다. 무식함에는 무식함으로 대처하는 일차원적 성격이라서 아마 저라면 가만 안 있었을 겁니다.

2014-12-29 12:53:04

두번째 상황은 마치 미국 코메디 보는 느낌입니다. 토닥토닥하다가 정분나는 시츄에이션

2014-12-29 12:53:13

두번째는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들 댓글에서도 보이듯 손해를 입을 것을 알면서 싸울 것이고 저 또한 모험왕님처럼 피하겠지만 약간 욱해서 속으로 많이 욕했을 것 같네요... 잘하셨습니다.

2014-12-29 13:05:24

거.. 참... 그렇게 소리가 거슬리면 이어폰을 끼고 있든가 하지.. 그나저나 모험왕님 뵌 적은 없습니다만 외모가 곱상하신 편인가요? 이런 경우 보면 상대 얼굴 보고 대충 견적이 나온다 싶으면 저렇게 막 나간다는 이야기도 있어서요. 그렇지 않다면.... 저 여자 대박이네요. 간댕이가...

WR
2014-12-29 13:59:47

제 외모는.. 사실 곱상함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긴 합니다.. 덩치도 건장하죠...범죄와의전쟁의 조진중과 싱크로율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편인데..쿨록.. 그런데도 저렇게 막 나오는 것은 그 여자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인거죠..

2014-12-29 13:06:53

분노해야 하는데 분노를 못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그런 경우 많죠 요즘 사람들) 두번째 경우 같은건 화를 낸 사람 잘못으로 보입니다.

2014-12-29 13:24:32

헐........정말 헐이네요..

2014-12-29 15:01:39

동감합니다..이해가 잘 아니가는 상황인데, 모험왕님이 너무 점잖게 대처를 하셨네요..

2014-12-29 13:25:00

두번 째의 경우 화난 사람의 잘못이 명확한데, 맞대응했다가 오히려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잘하신 것 같아요 ^^ 첫번 째 저같음 좀 더 심하게 대응했을 듯 합니다만 ...^^

2014-12-29 13:45:50

경제적으로는 불황이 정치적으로는 극우괘변론자들이 득세가 계속되는 일본에서 스트레스성 분노조절장애자가 늘어난다고 하더니, 한국도 그렇게 되는 모양입니다 -_-...

2014-12-29 13:47:01

두번째 얘기는 글로만 봐도 깊은 빡침이 올라오네요 글쓴이님은 해탈하신 분 같습니다.

2014-12-29 14:09:02

제가 화를 잘 내는 편인데...요즘엔 웬만하면 참는게 제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것 같더라구요...요즘 꼴통들이 넘 많아서.....괜히 시비거는 인간들이 많더라구요...잘 참으셨습니다..두번째 상황은 굳이 안참으셔도 될만한 일이지만 그것도 모험왕님을 위해서는 참는게 나아보이긴 하네요.....두번째 닝겐녀자는 싸울려고 시비거는 걸로 보였어요...

2014-12-29 16:56:08

이해심과 참을성이 정말 많으시네요 (좋은 의미입니다^) 저 같으면 베이글 하나 주면서 "당신이 한번 시범보여주세요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먹어야 하는건지"라고 했을 것 같아요.... 아님 일부러 더 쩝쩝 거리면서 노려보든가...

2014-12-29 17:01:54

노원구 모 여대면 서울여대일테고, 앞에 큰 커피숍이면 탐앤탐스인거 같군요. (제가 공릉동 살아서 가금 산책삼아 거까지 지나가곤 하거든요. 뭐 중요한 일도 아니지만;;) 글 내용에 전반적으로 공감이 갑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정권은 미쳐가고, 언론은 땡전뉴스 시절로 돌아가니 사람들이 무언가 분노가 차있긴 한거 같습니다. 사실 그 분노를 풀어야 할곳은 다른곳에 있는데 개미같은 사람들끼리 서로 분노를 풀고 푸는게 그들(?)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것 같아 안타깝네요.

2014-12-29 17:18:07

먹을 때 쩝쩝거리는 소리와 마실 때 후루룩 하는 소리는 한 번 들리기 시작하면 그 이후로는 걷잡을 수 없이 그 소리밖에 안들리게 되는 경향이 있죠. 마치 조용한 방에서 갑자기 시계 초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온 방안에 시계 초침 소리로 가득 차는 느낌처럼. 그 여자 아마 그런 상황이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그런 상황이 되면 자기가 다른 자리로 옮기거나 자리를 뜨죠. 모르는 사람한테 소리내지 말고 먹으라 신경질 내진 않죠. 이상한 사람의 태클을 이상한 방식으로 잘 방어하셨습니다. 신경질 내는 여자도 이상하고, 그걸 또 꾹 참고 미안하다 하신 모험왕님도 이상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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