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일상] 방학동안 아이들 한국에서 학교 보내기
오랜만에 한가한 금요일이 되어서, DP에 글 남겨봅니다.
몇분은 아시겠지만, 전 미국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고, 우리나이로 10살, 8살이 되는 남매를 키우고 있는데요.
방학을 이용해서 한국에서 어학연수나 여름에 있는 여러가지 캠프를 참가하기 위해서 방문하시는 한국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반대로 아이들을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여긴 여름 방학이 일찍시작하고 길어서 방학하자마자 한국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보낸지 1달 정도 되었네요. 작년에는 2달 반정도 보냈는데, 올해도 그정도 있을것 같습니다.
덕분에 전 잠시나마 역 기러기가 되었고 이번에는 저도 잠시 한국으로 휴가를 내서 들어갔다가 함께 들어올 계획입니다.
양가 부모님들과 거의 모든 친척들이 한국에 계신데요. 페이스타임도 종종하고 전화 통화도 하지만,
다들 아이들을 너무 보고 싶어하시고, 부모님의 더 연로하시기전에 좋은 추억도 만들고, 아이들도 가족들의 정을 듬뿍 느끼게 하고 싶어서 다른곳에 드는 돈을 아껴서라도 일년에 아이들은 한국에 한번씩 보내자는게 제 계획입니다. 우리말을 잊어버리지 않게 하는것도 목적이구요. 어제 통화하는데 한달 동안 우리말이 정말 많이 늘었더라구요.
올해까진 예전 해외 출장 한참 다닐때 쌓아놓은 마일리지로 국제선 비용은 버텼는데, 내년부터는 생돈이 나가게 되어서 계획대로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4인 가족이 한번 움직이면 비행기값만 7~8000불이 드네요...
아이들 도착한날부터 부모님의 목소리 톤이 올라가시고 사람사는 집같고 살맛 난다고 하셔서 기쁘면서도 죄송하네요.
아이들도 아주 신나게 지내고 있습니다. 늘 아빠, 엄마랑만 지지고 뽁고 지내다가 많은 가족들과 함께 하고, 다들 귀여해주시고 사랑해주시니깐 완전 자기들 세상인것 같네요.
어머니한테 저한테 하신것처럼 좀 엄격하게 카리스마를 보여주세요라고 하니, 난 못하겠다라고 하시네요.
우리나라 초등학교가 방학을 늦게 시작하고,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에 있어 심심해 하기도 해서,
작년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는데 선생님들도 너무 잘해주시고, 친구들도 잘 챙겨주고 해서, 두 명 모두 알차고 재미있게 보내서 올해도 수소문을 해서 학교를 다니게 했습니다.
요즘은 워낙 해외에 체류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아이들끼리 서로 경험을 나눌수 있어 Win-Win으로 생각하고 한달 정도만 다니게 해주는 학교가 있더라구요.
처가가 있는 서울로 보낼려다가, 그 동네의 교육열이 너무 심하고 아이들이 과외 활동으로 다들 바빠서 친구사귀는 것도 힘들것 같고, 잘 적응할까 걱정도 되고해서 지방에 있는 본가 근처에 있는 학교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지방학교가 확실히 여유롭긴 하네요.
그런데 예상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등교 첫날 큰아이 선생님이 말 안든는 아이들을 큰소리로 혼내시면서 등을 때린 모양입니다.
미국에서도 종종 집에서 엄마, 아빠한테 혼이 나긴하지만, 학교에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하던 일이라 나름 충격이 컸나봅니다.
특히 올해 미국 학교 선생님은 에너지 넘치고 늘 웃고 상냥한 젊은 선생님이였는데, 한달 동안 담임하시는 분은 정년 퇴임을 얼마 두지 않은 할머니 선생님이신데 무뚝뚝하시고 인상도 좀 무서우신 모양입니다.
하필이면 둘째날에도 시험을 치고 성적이 나쁜 아이들 몇명을 또 다시 때리시는 바람에 학교가 무서워서 그리고 자기는 시험치면 당연히 점수가 잘 안나올테니 그날도 시험을 안쳤다고 하고, 맞기 싫어서 학교를 안가겠다고 하더군요.
수십년이 지난일이이라 제가 기억을 잘 못할수도 있지만, 큰 도시가 아니고해서 초등학교때 체벌을 했던 기억이 크게 없고..특히 시험점수때문에 때리는 경우는 없는것 같은데, 문화가 바뀌어서 일반적인 상황인지 아니면 이선생님이 특이하신건지 감이 안잡히더라고요.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나, 아니면 그냥 학교를 보내지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한가지 상황만 보고 바로 몇일 보내고 아이를 빼는것도 적절하지 않은것 같아서, 문화가 다른거라고 설득해서 보냈습니다.
다행히 선생님이 우리 아이는 예외로 처리해는걸 아이가 파악을 했고 (큰 아이 표현을 빌리쟈면 Actually she doesn't care about me.. T.T)
친구들하고 같이 함께 학교 생활하는건 좋아해서 아직은 잘 다니고 있습니다. 여전히 선생님이 아이들 때리는건 이해를 못하겠고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일은 기말고사를 대비하기 위해서, 이해는 잘 안되지만 연습삼아 시험을 자주 치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또래 아이들보다 한글을 읽고 쓰는 속도도 느리고 이해력도 떨어지다보니 5점부터 80점까지 다양한 점수를 받아오는 모양입니다.
영어로 하면 너도 잘할수 있는데, 시험 점수는 중요한게 아니다라고 미리 여러번 이야기를 해서인지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것 같은데, 짗굿은 친구들이 점수가지고 뭐라하면 좀 챙피한 모양이긴 합니다.
꼴찌를해도 되니 걱정하지 말고 최선만 다하라고 했더니, 늘 꼴찌는 아니라고 하네요. 가장 친하고 착한 친구가 가끔씩 더 낮은 점수를 받기도 하는가 봅니다..
(약간 다른이야기지만, 대충 이야기들 들어보니, 요즘 초등학교 수준이 정말 높아졌네요.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때보다 아이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진건지, 이렇게 어려운걸 가르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네요.)
내년에도 혹시 한국을 보낸다면 학교에 보낼지를 포함해서 어떻게 시간을 아이들한테 가장 유익하게 보내는 방법일지 미리 고민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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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보낼려다가, 그 동네의 교육열이 너무 심하고 아이들이 과외 활동으로 다들 바빠서 친구사귀는 것도 힘들것 같고
세계 25위권에서 1등하는 나라로 보내셨으니...당연한 것 아닐까요? ^^
(저도 한국의 교육현실에는 절망을 느낍니다..ㅠ..ㅠ 오바마나 이 광고에서 미국인들에게 경각심을 느끼도록 제시되는 수학과학 1등국가 이면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 지 너무 잘 아니까요.)
제가 사는 이 동네(카나다)에서 아이들이 해준 얘기가 여기 선생님들은 안때려서 좋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맞지는 않았지만 맞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면서요.
써니라는 영화를 얼마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두번째 보는 순간, 우리가 얼마나 (일상의) 폭력에 익숙해진 상태로 살아왔는지 느껴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