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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테헤란회담에서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을 죽이려 했던 사람들 <암살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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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4-24 13:48:14

 

 

세계사를 바꾼 이슈였던 테헤란회담은 2차 대전 당시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이 이란 테헤란에서 모여서 전황을 재점검하고 협력을 도출한 대사건이었습니다. 이 회담 이후에 노르망디상륙작전이 전개되고 이미 패색이 짙었던 독일은 동부전선과 서부전선 양쪽에서 무너지면서 지금과 같은 역사의 결론이 나게 됩니다.


하워드 블룸이 지은 <암살자의 밤>은 그 테헤란회담에서 세 명의 정상을 죽이려 했던 독일 스파이들과 그걸 막으려 했던 미국과 소련의 스파이 조직들 간의 치열한 게임을 다루고 있습니다. 만약 이때 독일이 성공했다면 지금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았을 일이었겠죠.


책 전반적으로는 죽이려는 자인 독일 국가보안본부 국장 셸렌베르크와 지키려는 자인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 마이크 라일리의 대립 구도로 잡긴 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읽다 보면 사실 마이크 라일리는 마지막 부분 외에는 크게 하는 일이 없고 되려 소련의 악명 높은 치안기관인 NKVD와 스파이 조직인 모스크바 센터의 역할이 두드러집니다. 

 

그렇다면 NKVD와 셸렌베르크의 두뇌게임으로 구조를 잡는 게 맞았을 수 있겠으나 작가가 미국인이라. 그리고 사실 이 책은 2003년에 러시아에서 해제된 기밀에 바탕해 쓰여진 이 사건을 다룬 <테헤란 43: 롱 점프 작전>에 영감을 받아 미국 쪽 입장을 넣어서 보완하여 만들어진 것이라, 어쩌면 NKVD와 모스크바센터에서 일어난 일을 보려면 러시아 책을 읽는 게 더 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책이 알려주는 교훈은 크게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스파이 저작물의 교훈이라고 할 수 있는 "네 옆에 있는 사람이라도 아무도 믿지 마라"입니다. 스파이 조직의 삶이란 게 배신의 연속으로 이뤄지는 세계란 걸 보여주는 사례들이 잘 나옵니다.

 

두번째는 "역시 픽션과 현실은 다르다"입니다. 흔히 잘 만들어진 픽션은 꽉 짜인 구조를 보여주고 서사의 흐름은 잘 연계될수록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테헤란회담 암살 작전은 우연의 연속으로 진행됐으며, 잘 짜여진 계획이 어이없이 망가지거나 아무도 신경 안 썼는데 기회가 오는 등의 돌발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현실 서사는 이렇죠. 즉 잘 짜였다는 서사의 예술성이란 역시 현실의 재가공과 왜곡으로 이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마이크 라일리의 비중이 크다는 건 다소 아쉽고 그럴 시간에 소련 쪽 움직임이 더 드러났으면 했던 책이지만 전반적으로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 테헤란회담의 암살 계획은 그 파격성에 비해 역사적으로는 최근에 와서야 조명되기 시작한 것이기에,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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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4-04-24 13:51:35

이건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인가 보네요.

얼마 전에 읽은 잭 히긴스의 '독수리 내려앉다'는 처칠을 납치하는 계획에 관한 픽션이었습니다.

거기서도 어이없는 실수로 수포로 돌아갔어요. 

WR
2024-04-24 15:01:29

저자가 모든 상황과 감정선, 대화까지도 역사적 사료에서 추출한 거라고 써놨더군요.

1
2024-04-24 13:52:45

인간의 뇌는 기억하기 위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줄거리와 논리를 만들어 내지만 실제 현실은 말 그대로 우연의 연속일 뿐이죠.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운에 불과하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하지만 받아들여야죠.

1
2024-04-24 13:58:54

 흥미로운 책 소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모스크바 센터는 소련 첩보국의 수뇌부를 가리키는 르카레의 창작용어인줄 알았는데 원래 있던 업계용어였나보군요.  

WR
2
2024-04-24 15:03:35

저자가 영어권 작가라 NKVD의 첩보 수뇌부를 이를 때 르카레가 말한 모스크바센터 명칭을 갖다 쓴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1940년대엔 NKVD가 첩보부 역할도 겸했었고 KGB는 50년대에 창설됐으니까요.

2024-04-24 15:07:53

크~ 역시 르카레의 위력이란. ㅎㅎㅎ 사실 지금 공부하는 책들과는 아무 접점이 없어서 읽기도 난감한데  첩보관련 작품인 다큐나 픽션이나 왤케 재미있는지 모르겠어요.

2024-04-24 15:06:19

이 책 평가가 궁금했으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덕분에 기억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4-24 22:20:50

호 이거 나름 재밌겠는데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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