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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천재이자 쿼드의 신께서 압도적인 공연을 펼치며 2024 세계선수권을 지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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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0 00:44:10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유마 카기야마가 일리아 말리닌이 보여준 공연을 떠올리며 말했다. “우리 둘이 가진 능력의 100%를 쏟아낸 공연을 펼친다고 가정했을 때, 제가 시합에서 이길 가능성은 0일 것입니다.”  

 

2022년 9월 14일, 사상 최초로 경쟁무대에서 쿼드러플 악셀을 성공시킨 순간

 

 몇 년 전 일리아 말리닌(19세. 미국)이라는 선수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전인미답 ‘쿼드러플 악셀(4회전 반)’이라는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고 그 실현을 앞둔 선수라고 말입니다. 말리닌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1년 반 전 열린 공식대회에서 이 기술을 성공시켰고, 그 결과 ‘사상 최초로 쿼드러플 악셀 구현에 성공해낸 인간’이란 한 줄을 피겨사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 활주 느린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뛸 수 있던 이유 feat. 네이선 첸//

https://dprime.kr/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2613370&sca=&sfl=wr_name%2C1&stx=axl18&sop=and&spt=-1199612&scrap_mode=

․ 한계를 넘어. 빙상에서 4회전 반 바퀴 회전에 성공하다//

https://dprime.kr/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3759516&sca=&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EC%BF%BC%EB%93%9C%EB%9F%AC%ED%94%8C&sop=and&spt=-1234253&scrap_mode=

 

 잠시 토막 얘기 하나. 피겨계에 있어서 기술의 진보를 위한 인간의 노력을 엿보고 싶으신 분들은 한번쯤 위 링크 내용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태생적으로 피겨란 종목은 광의에서 스포츠란 항목으로 묶일 뿐, 축구 같은 메이저 구기종목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닌 관계로, 사전정보의 유무 및 그 인지 수준에 따라 공연과 관련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개개인의 감상의 폭까지도 천양지차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고요. 피겨 공연이란 게 관람자에게 아무런 정보도 지식도 없는 상황이라면, 예스러운 복장을 한 아무개가 음악이 흐르고 있는 빙상에서 피겨 부츠를 신은 채 허우적거리며 유사 발레를 하다 점프나 몇 차례 뛰고 마는 유사 스포츠쯤으로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절대다수 스포츠 팬들에게 있어서 피겨란 종목은 여성부에서 잘한다면서도 특별히 예쁜 선수가 나왔다고 얘기가 나와야만 그제야 한번쯤 검색을 해보는 게 전부인, 왠진 전혀 모르겠지만 전문가들이 잘한다고 하니 잘하는 것처럼 생각해야만 하고 급기야 그대로 믿게 되는 성질의 것입니다. 그나마 관심을 보이는 경우에 국한해 얘기를 해봐도, 이게 일반적 반응입니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점프만큼은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그 퀄리티는 물론이고 피겨 공연 관람 및 시청을 재밌게 만들어줄 수 있는 영역이라 확신합니다. 그만큼 점프가 피겨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직감/본능의 영역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있단 얘기이며, 이 종목을 스포츠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란 말씀이기도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최근 끝난 세계선수권에서 일리나 말리닌이 여러 전문가들의 말마따나 피겨사에 커다란 이정표 하나를 세웠습니다. ‘당신들이 우러러보며 도전해야만 할 공연은 이렇다.’ 실로 경이로운 쿼드러플 악셀로 포문을 연 말리닌은 쿼드 러츠, 쿼드 룹, 쿼드 살코를 연달아 성공시킵니다. 주제곡인 ‘승계(Succession)’가 전환점을 돈 후엔 쿼드 러츠-오일러-트리플 플립 콤비네이션을, 다시 쿼드 토-트리플 토, 마지막으로 트리플 러츠-트리플 악셀 콤보를 물 흐르듯 정말이지 너무 손쉽게 해치워냈습니다. 비교대상이란 게 아예 없는 경악스러운 난도의 프로그램을 엣지나 프리-로테이션 문제 하나 없이 수행을 해내면서도 ‘음악을 타고 느끼며 연기하고 있다’란 정서까지 전달하는 데 성공했으니 수많은 피겨인들의 찬사를 받는 건 당연지사, 저역시도 말리닌이 수행해낸 프로그램을 보며 ‘이게 꿈이야 생시야’란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관중석은 들썩였고, 관중들은 열광적인 환호성을 내질렀습니다. 직감적으로 ‘난 지금 이 순간, 피겨사에 영원히 남을 한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란 사실을 알았을 겝니다. 일리나는 인터뷰에서 “점프 수행을 모두 마쳤을 때 비로소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공연이 끝나려면 시간이 꽤 남았는데도 말이죠.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저 스스로를 어떻게 컨트롤하지 못할 정도로 감격스러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주니어 시절엔 피겨 스케이터로서 여러 능력치가 성글게 연결이 돼있던 일리나 말리닌이었는데, 최근 2년 사이에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더군요. 현재 ‘쿼드의 신’으로 불리고 있는 만큼 이미 그 기술적인 완성도에 있어서 비교할 수 있는 선수가 없는 수준{네이선 첸(24세. 미국. 지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겸 세계선수권 3연패의 주인공)에겐 유감을 표함}인데, 음악을 느끼고 타는 부문에 있어서까지도 많은 발전을 했으니 말입니다. ‘토털 패키지란 표현으로는 담아낼 수 없고 못내 아쉽기도 한 그의 기술적 혁신과 압도적 성취도를 다른 영역에서 얼마나 따라가 조화롭게 결속될 수 있을 것인가’가 이제 시니어 2년차{남성부 기준, 주니어 졸업부터 커리어 첫 세계선수권 우승을 거두기까지 걸린 시간이 가장 짧은 유이한 인물이 되기도 했다. 다른 한 명은 전설 알렉세이 야구딘(44세. 러시아)이다}를 맞이하고 있는 젊은 천재에게 남겨진 가장 크면서도 유일한 과제라 하겠습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하얗게 불태웠다  

 

 디펜딩 챔피언인 쇼마 우노(26세. 일본)는 타이틀을 방어하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은 모든 걸 다 쏟아냈다는 듯 후련한 표정으로 ‘일리나 말리닌은 우리와 다른 차원에서 연기를 하는 선수가 됐다’라 말했습니다. 최근 우노는 동기부여로 인한 문제를 겪어왔습니다. 세계선수권이 막을 내렸고, 인터뷰 내용을 고려할 때 현역 신분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아마추어 무대에서 은퇴를 선언할 것인지 이제 본격적으로 고민할 걸로 보입니다.  

 

 

 오랜 부상과의 싸움에서 돌아온 유마 카기야마(20세. 일본)는 아주 잘 닦인 일본풍 엘리트 피겨 스케이터로서의 모습(일본 피겨 스케이터들의 경우 ‘스트로킹과 같은 스케이팅 기본 스킬이 좋으며, 매우 부드러운 랜딩을 자랑한다’란 공통점을 지님. 카기야마는 그중에서도 최상급의 스케이팅 스킬을 보여줌)을 다시 보여주는데 성공하며 커리어 세 번째 은메달(최전성기 네이선 첸을 겪고 나니 등장한 선수가 첸보다 한술 더 뜨는 일리아 말리닌)을 목에 걸었습니다. “약간의 실수는 있었지만, 전 제가 준비했던 거의 모든 것을 빙상에 녹여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늘의 결과에 만족합니다.” 참고로 국내 피겨팬들에게 아주 유명한 카롤리나 코스트너(37세. 이탈리아)가 카기야마의 코치(이제 막 발을 뗀 신입 안무가로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를 맡고 있는데 ‘감독과 선수로서 둘의 궁합이 꽤나 좋다(퍼포머로서의 능력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음)’란 평가입니다.

 

 

 동메달은 쇼트 프로그램을 완전히 망친, 그래서 포디움에 들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쇼트 순위가 19위였다)던 아담 샤오 힘 파(23세. 프랑스)에게 돌아갔습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수행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속된 말로 똘기가 느껴질 정도로 개성이 넘치면서도 남성적인 공연을 보여주는 스케이터로서 전 세계 피겨팬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아담인데, 그는 이날 공연 말미에 ‘어차피 포디움에 들지도 못할 거 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 다 보여주자’란 심정이었는지 금기의 기술인 백플립까지도 시전했습니다. 당연하게도 감점을 받았고요. 결과론적이지만 자신이 포디움에 들게 될 거란 미래를 인지할 수 있었다면 과연 백플립을 구사했을까요? :'-D

 

트위스트 점프를 한 일리아 말리닌

 

점프를 뛴 유마 카기야마 

 

백플립을 보여주는 중인 아담 샤오 힘 파. 이상 새로운 시대의 trivalry 주인공들   

 

 대개 10세 후반부터 20세 극초반이면 이미 전성기가 끝이 나는 여성부에 비해 남성부는 20세 중반까지도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세계선수권 남성부는 새로운 세대 대표 재능들 간 격돌의 장이었습니다. 고유한 개성을 지닌 일리아 말리닌, 유마 카기야마, 아담 샤오 힘 파 이상 세 명은 그 기수들입니다. 본격적인 개막을 알린 저 trivalry가 오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쇼는 계속된다. 아니 계속돼야 한다. 

 

 일리아 말리닌이 이전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들의 지평을 확장시켜준 건 이미 과거의 일이 됐습니다. 쿼드-쿼드 콤비네이션도 퀸터플 점프(5회전)도 모두 우리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자국 선배이자 쿼드 점프 마스터였던 네이선 첸의 자리를 승계한 건 물론이고 거기서 더 나아가 전무후무한 지배력까지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되는 젊은 천재의 도전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말리닌의 행보를 피겨계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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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4-03-30 01:17:36

피겨스케이팅을 안 본 지 꽤 됐는데 이제는 쿼드악셀까지 뛰고, 콤비네이션에도 쿼드 점프가 들어가는군요. 기술의 발전이 놀랍네요!

WR
2024-04-05 06:41:44

다른 경쟁자들의 모습은 바로 이전 세대인 하뉴 유즈루와 네이선 챈(챈은 이 세대의 경쟁에서 기술적 난도가 압도적으로 높음), 쇼마 우노 등이 경쟁하던 시절에도 볼 수 있던 기술적 완성도인데, 일리아 말리닌이 네이선 챈의 그 허들을 더 높여버린 형국입니다. 말리닌이 쿼드러프 악셀로 포문을 열고 다른 쿼드를 곁들인 온갖 콤비네이션까지 보여주니 다른 경쟁자들 입장에선 저 쿼드의 신이 공연 중 큰 실수를 연이어 하지 않는 한 답이 없게 됐다고 할까요. :-/ 

Updated at 2024-03-30 01:56:20

말리닌이 쿼드 악셀 성공하면서 쿼드 킹의 신예로 떠오른 건 맞지만, 네이선 첸은 악셀을 제외한 5쿼드에 뛰어난 스케이팅 스킬까지 갖추었던 선수였죠. (애초에 스케이팅 스킬로 유명했는데 점프 장착하면서 1인자로 성장한 선수라..)
말리닌은 정말 대단한 선수임엔 틀림 없지만 스케이팅 스킬 면에서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엔 남는 건 프로그램 완성도이고 피겨 스케이팅은 비점프 요소가 프로그램 전체로는 더 비중이 크니까요.

물론 말리닌은 과거에 비해서 비점프 요소 기량도 훨씬 좋아졌으니 앞으로도 기대합니다. 무엇보다도 쿼드 악셀 + 트리플 플립 기술은 올해의 기술이라고 생각이 들고요ㅎ
그리고 이 선수가 4A+3F 이외에도 4T+4A, 3Lz+3A 등 엄청난 기술을 하고 있어서 앞으로 콤비네이션, 시퀀스, 오일러 등 전무후무한 연결 점프도 매우 기대되네요.

다만 악셀 자체가 무릎에 상당한 무리를 줄텐데, 4A 을 소화하는 선수이니만큼 몸관리도 잘 해주면 향후 올림픽 시즌까지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WR
2024-04-05 06:53:19

말씀처럼 일리아 말리닌의 경우 압도적인 점프를 앞세워 극대치의 기술점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게 아니라면, 여러 측면에서 네이선 첸이 더 낫긴 합니다. 말리닌이 음악을 타는 공연을 펼칠 수 있다지만, 스케이팅 스킬은 물론이고 어린 시절 연마한 발레/체조에서 습득한 상체 표현력에 있어서도 첸은 퍼포머로서 강점을 갖고 있었고, 이는 전체 공연의 질과 연결이 되는 부분일 테니까요. 

 

결국 압도적인 기술적 난도를 앞세워 다른 부족한 부분들을 얼마나 채워낼 수 있느냐가 그의 커리어를 결정지을 것입니다. 이 정도의 재능과 현 실적이라면, 단순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이상의 것, 역사에 남을 위대한 스케이터로서의 꿈을 품고 있을 테니까요. 

 

남성부 피겨스케이터로서 키가 작지 않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높은 점프력에 팽이처럼 돌아가는 회전력까지 겸비한 선수인지라 역사상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쿼드러플 악셀을 소화해내는 피겨 스케이터가 될 수 있었네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볼 때 퀸터플 점프를 조용히 연습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물론 퀸터플을 성공하는 선수를 당장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일리아 말리닌에게 노력이란 건 디폴트값이 아닌가 싶긴 합니다. :-) 

2024-03-30 07:22:21

하뉴 유즈루 vs 네이선 첸 양강구조까진 알았는데..
그 뒤로 저런 괴물 신예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군요.

WR
2024-04-05 06:54:49

사실 일리아 말리닌을 제외하면 이전 세대 스케이터들과 기술적 난도는 동일하다고 보면 됩니다. 일리아 말리닌을 제외하면 네이선 첸이 보여준 경악스러웠던 난도의 프로그램을 시도조차 하는 선수들도 없으니까요. :-) 

2024-04-05 00:52:21

그래도 늘 Axl18님 덕분에 피겨 스케이트계가 돌아가는 사정을 겨우알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넷플릭스에서 본 더 브론즈라는 코미디에서는 남자 체조가 여자 체조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가 낮음에 열등감을 보이는데요…
피겨는… 남자 인기도 높은거죠?
아니면 아이돌 시장처럼 대중성은 떨어져도,매니아는 남자 선수팬들이 더 많은 가요?

WR
2024-04-05 07:02:39

제 입장에선 부족한 포스팅 좋게 읽어주시는 T-rex 님 같은 분들이 계시니 계속해서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감사하단 말씀을 제가 드려야 맞다고 하겠네요. 

언급해주신 프로그램을 시청하진 못했으나, 보통 이런 예술과 스포츠가 결합을 한 종목의 경우 대중적 인기는 여성부의 몫이 맞습니다. 극단적으로 남성부 리듬체조 같은 경우엔 '남녀노소 모두가 참가할 수 있는 스포츠를 정식종목으로 정한다'란 기치를 갖고 있는 올림픽에서 아티스틱 스위밍과 함께 남성부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죠. 

과거 알렉세이 야구딘과 예브게니 플루셴코의 라이버리 같은 경우가 남성부의 인기를 견인한 사례이지만, 기본적으로 여성부 스타들의 인기 및 인지도가 훨씬 높습니다. 이번 세계선수권의 경우, 일리아 말리닌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통한 우승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피겨 인기가 아무리 많이 떨어졌다지만, 미국의 일리아 말리닌이 아닌 미국의 일리아 말리니나였다면 그보단 훨씬 중하게 또 많이 다뤄졌을 거라 확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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