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게] "드니로"의 숨겨진 영화 [라스트 타이쿤 The Last Tycoon 1976]
"어빙 탈버그"의 가족들은 그 소설의 인물과 전혀 다른 느낌의 사람이라고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엘리아 카잔"의 이름값 때문인지 수많은 위대한 배우들이 기꺼이 출연했습니다.
"피츠제럴드"는 이 소설을 끝내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헐리우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여겨지는 "탈버그"의 이야기와 더불어 30년대 중반 작가들의 노조과 더불어 더이상 과거의 헐리우드는 이제 사라져 가는, 변해가는 모습을 배경으로.
그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가 단순한 치정극으로 소비된 것에 비해 "엘리아 카잔"은 소설의 함의를 그대로 되살려냈습니다.
그 덕분에 재미는 디게 없었고 이 영화는 뭔가 굉장히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피츠제럴드"의 종잡을 수 없는 문체 중의 행간을 읽어야 하듯, 뭔가 특이한 점(?)을 찾아내기 전까지)
이 영화를 찍을 당시 [1900], [택시 드라이버] 직후에 촬영한 덕분에 굉장히 마른 "로버트 드니로"인데,
그의 특징적인 매써드 연기보다 아주 몰개성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술 취했을 땐 우리가 아는 좀 양아치스런 드니로가 나오긴 합니다.)
("로버트 미첨"은 드니로가 그렇게 촬영내내 그 역할에 빠져있는 게 신기했다고 했지만)
가끔씩 나오는 흑백영화의 오마쥬는 조금씩 비틀었거나, 완전히 바꿔놓은(예를 들면 [카사블랑카] 패러디) 듯하게 보이지만 이 영화의 묘미 중의 하나입니다.
1번째 볼 땐 그냥 몰랐는데, 2번째 볼 때 드니로가 "캐서린"(사별한 전부인과 똑같이 생긴)이란 인물이 사실 "드니로"와 자신의 친구, 물개조련사 이외에는 대화를 한적이 없다는 걸 발견했고, 둘이 데이트 할 때는 대부분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파티장에서도 "드니로" 이외의 다른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듯 합니다.
그녀의 편지도 관객에게는 그녀의 글씨도 보여주지 않고 보이스 오버로 처리합니다.
첫 만남도 그렇습니다. 지진이 난 날 세트 안에서 커다란 불상 머리에 타고 친구와 떠내려 오는 거 이것 자체가 실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 데이트 전화(친구번호로 알게된)와 만남도 그녀가 실재한다는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집 전화로 그녀가 전화를 걸지만, 그 장면에선 집사까지 그 환상에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그녀의 환상과 그에게 했던 말은 강박관념처럼 그의 머리에 맴돌고, "드니로"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관객에게 그가 상상한 연출방식을 설명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꼭 보아야 하는 명장면입니다.
사실 원작과는 다르게 엘리아 카잔은 이 장면을 통해 "캐서린"의 실체, 주인공이 만들어낸 인물이라는 게 드러나죠.
"드니로"의 마지막 대사 " I don't want to lose you"와 함께 세트장의 어둠속으로 사라지며, 관객이 알게 되는 것은.
결국 개인적으로 보자면 "캐서린"이란 인물은 사별한 전부인에 대한 환상이며, "먼로"가 가졌던 헐리우드의 황금시대로 일컬어지던 20년대의 헐리우드에 대한 향수와 미련입니다.
이제는 떠나 보내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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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로버트 미첨 출연 영화를 봤는데 바로 다시 만나는군요,
드니로랑은 연기 경력이 전혀 안 겹칠 줄 알았는데 의외입니다.
정말 입이 벌어질 만한 캐스팅이네요. 어떻게 저런 조합이 가능한지...
비록 디비디지만 모처럼 소개해주시는데 받아야겠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