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기] Fate/stay night [Unlimited Blade Works] BD 박스, 간단 감상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ufotable에서 제작을 주도하여 분할 2쿨(2014년 4분기/ 2015년 2분기. 프롤로그 포함 총 26화) 방영한 TV 애니메이션 Fate/stay night [Unlimited Blade Works] (이하 UBW TVA)는,
a. 원작 PC 게임(이후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재발매) 'Fate/stay night'의 시나리오 루트 중 하나를 기반으로
b. 2004년 발매된 원작의 시나리오에 '방영 시점(2014/2015년)'의 감각을 더한 오리지널 요소를 가미하여
c. 미려한 작화 및 영상 연출을 더해 원작자가 현 시점에 표현하고자 한 바를 충실히 펼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 애니메이션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TV 방송 시점에 없었던 장면들이나 연출 관련 수정을 거쳐 2015년 3월에 BD 박스 1/ 같은 해 10월에 박스 2를 발매했으며, 본 감상문에선 이 BD 박스에 대해 간단한 감상을 언급해 볼 생각입니다.
참고로 이 UBW TVA의 초판 BD 박스들은 박스 1: 정가 39,000엔(+ 소비세. 본편 5 BD + OST CD) & 박스 2: 정가 35,000엔(+ 소비세. 본편 5 BD + OST CD + 드라마 CD)이나 하는 물건이라 저도 오랜 친구에게서 빌려다 시청할 수밖에 없었는데, 내년 1월 22일에 '스탠다드 에디션'이라 이름 붙은 염가판 박스가 정가 28,000엔(+ 소비세 10%. 본편 6 BD에 전체 26화 수록)으로 발매될 예정입니다.
1. 디스크 스펙 (하기 스펙은 박스 1의 Disc 1 기준. 다만 다른 디스크도 용량은 상이하지만, 이외에는 대개 동일)
BD-ROM 듀얼 레이어(50G), 전체용량 30.2G/본편용량 29.7G, BD아이콘 있음
영상스펙 1080P24(AVC)/ 화면비 1.78:1/ 비트레이트 38.48Mbps
음성스펙 LPCM(24/48) 일본어 2.0ch
자막 일본어, 영어 (모두 Off 가능)
비트레이트를 대단히 넉넉하게 부었기에 러닝 타임 24분짜리 각 화 당 약 7G 정도의 용량(일부 48분짜리 화는 x2)이지만, 디스크 장수가 워낙 넉넉해서 본편 총 열 장의 BD 중에서 듀얼 레이어 디스크는 두 장 뿐입니다. 다음 항목에서 기술하듯 서플도 많지 않은 편이라, 다음 달 발매 예정인 염가판에서도 본편 영상의 추가 압축이나 스펙 변경 같은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서플
박스 1 내 Disc 5에 모두 수록된, 박스 1용 서플. 1쿨의 논 텔롭 OP/ ED와 각종 PV로 구성.
박스 2 내 Disc 5에 모두 수록된, 박스 2용 서플. 2쿨의 논 텔롭 OP/ ED 및 각종 PV, 영상 특전용 신작 영상 'sunny day'로 구성.
논 텔롭 OP/ ED나 PV는 크게 설명이나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박스 2의 영상 특전으로 수록된 'sunny day'는 9분 43초의 러닝 타임을 갖는 BD 전용 애니메이션으로, 영상 및 음성 등의 스펙은 본편과 동일합니다.
sunny day는 원작 게임 시나리오가 갖는 여러 파생 엔딩(의 타이틀명) 중 하나로, 이 서플도 해당 엔딩의 내용을 영상화한 것입니다. UBW TVA 본편의 최종화가 그린 엔딩과는 좀 다른 결말이지만, 멀티 엔딩이었던 원작 게임의 감각으로 그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전술한대로 영상/ 음성 스펙도 본편과 동일하고 작화 수준 등 만듦새도 준수하므로, 본 BD 박스까지 구입한 팬에게는 좋은 영상 특전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물론 가격표에 식겁해서 손도 못 댄 제가 냉정하게 보자면, 전체적으로 볼 때 빈약한 서플 구성을 이것만으로 뒤엎을 정도는 아니라 생각합니다만.
3. 영상 퀄리티
UBW TVA의 BD는 소니 그룹 산하에서 미디어 매체 기획 등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애니플렉스에서 발매했으며, 본작의 방송 마스터를 가지고 BD화 제작 및 오소링을 담당한 건 역시 같은 소니 그룹 산하의 소니 PCL 입니다. 제작 해상도는 기본 1280x720 기반의 2D 손그림 스캔 + 일부 CG 오브젝트 혼합 구성이며, 이를 1080P24 업 컨버트 처리 한 2K DI 마스터를 BD 규격에 맞춰 수록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영상에서 장기로 꼽힌 건 무엇보다 (CG였든 손 그림이었든)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로 미려하게 뽑힌 배경인데, BD에선 소니 PCL의 기술 노하우를 살린 고해상 & 계조 처리에다 최대 밝기 제한 같은 규제 요소도 없는 덕에 방영판 이상으로 멀끔하게 잘 나옵니다.
물론 디테일면에서 시시콜콜 따지면 CG가 섞이는 신에선 약간 블러를 먹여가며 손 그림과의 융화를 추구한 것도 잘 보이는 바람에, 특히 대화면 감상 시에는 좀 실소를 머금게 하는 부분들도 더러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한편으로 평균 비트레이트를 워낙 높게 유지해 놔서, 영상 감상을 방해하는 여러 노이즈나 계조 약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분명한 장점.
전체적인 화면 다이나믹스 면에서는, 완벽하게 쨍하니 밝아야 할 명부조차 약간 뽀얀 감이 나게 처리하는 특유의 화면 연출 기법 등의 영향도 있어서 아주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긴 합니다. 대신 전술한대로 TV 방영 시에 소위 '포켓몬 규제'(포켓몬 TVA의 강한 광원 때문에 시청 중 건강 이상을 호소한 시청자들이 많아서 마련된, TV 방송 중 최대 밝기 규제)로 묶였던 일부 강렬한 광원 표현이 제 밝기로 돌아오면서, 상대적으로 명암 다이나믹스 확장감이 눈에 띄는 건 본 BD만의 장점.
이외에 전체적인 영상의 S/N이라든가 색감은 일정하게 BD 수준의 선명함을 획득한 인상이라, 이 작품에서 배경 다음으로 열의를 기울였다는 인물 작화 퀄리티와 맞물리면서 영상 감상면에서 좋은 시너지를 내줍니다. 물론 혹 가다 좀 망가지는 모양새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움직임이 많아지는 액션 신에서 일정 수준의 끈을 잡아매고 있어서 전체적인 퀄리티 어필에 크게 책 잡힐 건 아니기도 하고요.
요약하면 a. 의도한 바이든 제작상의 한계에 따른 것이든, 모든 점에서 퍼펙트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b. 연출 어필점과 BD 제작 어필점이 합치하는 부분들은 미려하게 뽑아내서 '2D TVA BD'라는 전제를 깔면 충분히 괜찮은 영상 체험이 가능합니다. 특별히 모나거나 눈에 거슬리는 수준의 실수 없이 의뢰측의 원하는 바나 수준을 잘 맞춰 주는 '소니 PCL 다운' 원숙한 영상 핸들링이 돋보이는 BD입니다.
4. 음성 퀄리티
UBW TVA는 곡을 먼저 만든 뒤에 음향 감독 등이 각 장면에 어울리는 곡을 추려 쓰는 일반적인 프리 스코어링 방식이 아니라, 영상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는 필름 스코어링 방식을 사용한 사운드를 특장점으로 내세운 작품입니다. 때문에 전체 화수를 통틀어 대략 400여 곡(기본곡 + 기본곡의 일부 어레인지 포함)의 많은 음악이 흐르고 & 화면과의 일체감도 영화 수준을 확보했다는 게 장점.
다만 TV 방영 당시엔 원래 TV 방송 시 음성이 낮은 수준의 스펙(일반적으로 AAC, 128kb 수준)으로 내보내는 데다가 & 이 작품은 특히 TV 방영 시 사운드 기본 볼륨이 묘하게 낮게 송출되서, 볼륨을 높이면 밋밋하고 혼탁한 낮은 수준의 음질이 드러나고 or 그렇다고 볼륨을 낮춰 감상하면 덩달아 니맛내맛도 없는 소리가 나던 게 사실입니다. DP에 익숙한 비유로 말하면 (요즘 들어 욕 먹는)'디즈니 사운드'.
그러던 게 BD에선 원 마스터 스펙과 동일한 LPCM 24/48로 수록되고 & 전체적인 수록 볼륨도 올라가면서, 소리의 강약 다이나믹스와 어필감 모두 많이 살아났습니다. 더구나 방영판에서는 (하필이면?)대사 전달력만큼은 그럭저럭 유지했는데 이러다보니 BG만 볼륨을 낮춘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언밸런스 했던 것에 비해, BD에선 대사와 BG 및 SE의 밸런스도 개선되면서 전체적인 '소리' 퀄리티가 좋아진 게 확실히 느껴지는 편입니다.
더불어 전체적인 선명감도 잘 다듬어 놨기 때문에, 본격적인 설비를 갖춘 홈 씨어터 환경에서 감상해도 빈약한 느낌 없이 잘 울려주는 사운드. 굳이 단점을 논하면 TVA가 일반적으로 그렇듯 2채널에 머무르기 때문에, 본격적인 영화 BD들의 사운드와 비교하면 당연히도 공간감이나 소리 이동성 면에선 제약이 있다 정도? 하지만 방영 당시의 기본 품질 관련 흠결이 워낙 커서 상대적인 플러스 요소까지 작용한 덕에, BD로 본 작품을 다시 즐기는 분들에겐 스테레오라도 충분히 흡족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5. 첨언
이 BD 박스는 앞서도 언급한대로 전체 26화 가량의 TVA를 소장하기 위해 정가 기준 물경 80만원 가량이 들어가는 제품입니다만, 이런 어마무시한 가격에도 일본 내 판매량만 따져서 박스 1+2 합계 7만 박스를 넘긴 물건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초판 발매 후 대충 5년이나 지나서 나올 (2020년 1월 22일)예정인 염가판조차 (역시 정가 기준)35만원 가량은 되지만, 강고한 팬층과 풍부한 구매력을 감안하면 이조차도 한국에서 나온 어떤 BD보다도 더 많이 팔릴 것 같고요.
BD의 수록 퀄리티 자체는 본문에 언급한대로 할 만큼 한 것으로 보이며 '준수'하다고 평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이미 가퀄비 같은 걸로 논할 수준은 아닙니다. 2019년 현재도 일본 BD 시장 총 매출액의 50% 이상을 책임지는 일본산 애니메이션 BD는 이렇게 (퀄리티 상관없이 좋아하는 작품이든 캐릭터든을 위해)거금을 쾌척하는 팬층으로 지탱하고 있고, 이런 소비가 일본 디스크 시장을 아직 떠받치는 것도 사실이긴 한데...
다만 본문에서 논했듯이, ufotable를 위시한 애니메이션 제작측과 이를 디스크화한 소니 PCL은 그나름 책임감 있게 만들었고 성의있게 수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 감상문은 디스크 퀄리티에 주목하여 소개했기 때문에 다른 동봉품들- 예를 들어 스토리 다이제스트나 여러 인터뷰 혹은 제작 사항을 담은 북클릿이라든지 OST 및 드라마 CD 같은 것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접해 보자니 원작자와 애니메이션 제작진 모두 애정을 갖고 임한 자세 같은 게 충분히 드러나니까 그런 점은 높이 살 수도 있겠지요.
그럼 본 작품에 관심이 있던 분들께 어느 정도 참고가 되시길 바라며 이만 실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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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혹시 다음 작품으로 준비하신다던가...
일본 아니메 미디어 시장은 대중을 위한 상품에서 마니아 돈 끌어내기 시장이 되어서 저같은 일반인에겐 그림의 떡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