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저는 반성합니다.
노무현 이후로 시민들의 정치 참여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기존 정치업자들과 부딪히며 겪는 다양한 갈등도 지켜봤습니다. 흙탕물 속에서는 누가 옳고 그른지 구분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진심이 통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저는 박주민을 지지했습니다. 박주민은 한때 “우리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선거때 거리에서 ”그놈이 그놈이다”하는 말을 신물나게 들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이 다르다는 겁니까. 더 도덕적이고 더 유능하고, 더 진정성있다는 겁니다.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과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다르다."
저는 박주민을 지지한 것을 반성합니다. 사람을 잘못 알아보고 그런 인간을 국회로 보내는 것에 일조한 것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그 놈이 그 놈이었습니다. 문재인이라는 고결한 사람 주위에 붙으면 온갖 잡상인들도 유능하고 진정성 있어 보이는 것이지요.
어느 순간 한동훈의 말에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과거에는 ‘사실이면 잘못’이라는 전제하에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사실이라 해도 뭐가 문제냐’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제가 지지한 정치세력이 도덕성을 잃고, 진정성 없는 말들만 해댑니다. 잘못을 부인하다가, 결국 드러나면 그게 뭐가 문제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옵니다. 일 원이라도 받으면 물러나겠다 하다가, 7만 얼마로 올리고, 180만 원으로 올리며 국민과 도덕성을 흥정합니다.
제가 입으로만 반성한 것은 아닙니다. 아무 것도 잃을 것 없는 반성과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제가 5년간 했던 일들, 그 일을 하면서 쌓은 인맥, 그 바닥에서 나름 쌓아둔 것들을 모두 공중에 흩뿌리며 반성하는 것입니다. 당장 밝힐 수는 없으나 인터넷에서 글 쓰는 것보다 오프라인 활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서 잃은 것이 꽤 큽니다.
그리고 사죄의 의미로 윤석열을 찍었습니다. 제 패러다임을 깨부수고 반대 투표를 하기 위해 매우 큰 고민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반성을 하려면 그 정도 껍질을 깨부어야 합니다. 내일 윤석열이 탄핵 당해도, 민주당에서 이재명이 나오면 다시 반대 투표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좌고우면할 일이 아닙니다.
언젠가 정직하고, 공정한, 헌신적인 민주주의자가 다시 민주당의 리더로 나설 때가 오겠지요. 지금은 모두 다 망가져 멀쩡한 인간 하나 남아 있지 않습니다. 10년 후, 혹은 20년 후, 언젠가 제 생전에 다시 민주당 찍을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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