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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더 데이스' 후기 (비겁한 변명의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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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4 17:09:32

0. 공개전부터 우려되던 '후쿠시마 50'이라는 프로파간다 영화의 전철 / 그간 '진실의 직면'에서 언제나 용기있는 자폭이 아닌, 소심한 지적과 옆길로 새는-우회로를 택하던 일본의 습관과 한계 / 와타나베 켄이 이미 보여준 한심함과 한계에, 그들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는 또 어떤 다른 선택을 했을지의 궁금함 등으로.. 한국내 공개를 기다리던 작품이었는데 (대체 어떤 이유에선지-물론 그 이유가 아주 잘 짐작은 되지만 ㅎ) 언감생심 공개일은 지금 시점에 난망해 보이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루트를 뜷어서 타국의 시민이 되어 감상을 했습니다. 

 

 

1. 어쩌면, 현 시점 넷플릭스의 아시아 최대 제작비 투입의 '아리스 인 보더랜드'에 가까워보이는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작품으로 추정되는-(그간의 일본 드라마 규모로는 생각할 수 없는) 대자본이 투여된 건 분명해보이는 물량들이 화면에 가득 보임. 

 

그런데 분명해보이는 그 돈의 양들에 비해, ㅎ 그 퀄리티가 심히 조악하고 아날로그스러움. 

 

물량은 거대자본인데 화면빨을 구성하는 스타일은 90년대 드라마 수준 그대로이고, 야쿠쇼 코지를 비롯한 주요배역을 제외하면 나머지 단역-엑스트라들은 거의 연기가 나무토막 수준임. 

근데 그 '어설픈 아날로그스러움'이 (현재) 일본을 '그 모습 그대로' 잘 비춰주는 것 같아 또 한편 잘 어울리는? 묘한 밸런스가 있음. 

 

 

2. 작품을 다 감상한 지금, 전체적인 균형에서 산만함과 쓸데없는 장면이 너무 많다고 느껴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금의 정치-사회-문화 할 것 없이 다대한 모순점들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면 모르겠는데, 8부작에서 (후반 30여분을 뺀) 거의 분량의 전부가 오로지 2011년 그 당시 사고 발생의 '나날들'만을 다루는데 그치기 때문에 (HBO의 '체르노빌'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지루함과 동어반복됨이 많이 느껴짐. (예컨대, 5분만 다룰 시퀀스를 거의 20~30분씩 끌고 간달까..) 

 

 

3. 사고당시 일본정부의 대응과정과 도쿄전력의 문제들을 지적하는데 있어서, 그 비판의 포인트가 으레 익숙한 관료제의 우유부단한 미적거림과 답답함 등으로만 비추고 지나가는 게.. 오히려 '면피용'으로 느껴질만큼, 비판의 강도가 아주 많이 부족하고 약함. 

 

더구나 이 '더 데이스' 드라마의 원작자 카도타 류쇼가 '일본회의' 소속의 저널리스트로서 아베정권 프로파간다 영화인 '후쿠시마 50' 외에도 일본 민주당 등 야당을 공격하고 한국과의 외교분쟁을 비난하는 등 전형적인 일본 극우세력의 나팔수 역할을 한 인물이기 때문에 우려점이 있었는데.. 작품내 그게 그대로 반명되어 나옴. (당시의 간 나오토로 짐작되는-총리에게 한국과의 자금유착이 있지않냐는 기자의 발언이 나오기도 함.) 

 

오히려 극중 대화가 통하지 않는 무능한 관료들에 답답함을 토로하며 행동에 직접 나서는 총리를 무모하고 신경질적인 인물처럼 그리면서 야쿠쇼 코지를 통해 조롱하는 장면등을 보면.. ㅎ 이미 예전 여러 작품들을 통해 느낀 바지만, 야쿠쇼 코지는 우리식으로 말해 2찍-자민당 지지자가 확실해 보임. 

 

원자력 발전소의 소장 역으로 분한 야쿠쇼 코지를 필두로 그 당시 도쿄전력 포함-발전소 직원의 노고를 부각하면서.. ㅎ 내내 주입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 (이렇게 고생하는 우리 모습 보니까.. ㅠㅠ 불쌍하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자위대 분들도 정말로 수고하셨고 훌륭하심~" 

"이런 대자연의 위력과 통제불능의 원자력 앞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본래 나약한거야.." 

 

ㅎㅎㅎ 그런데, 그런 후쿠시마 지역으로 다시 그 (한사람 한사람 귀중한 생명의) 이주민들을 돌려보내고 / 이후에 보도되는 정보들을 모두 통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 (작품내 내내 지적하는!) 아직도 미지의-통제하지 못하는 방사능의 위험을 경험하고도! 원전 재가동, 전세계인에게 "언더 컨트롤~!" 사기치며 올림픽 유치 / 오늘날에는 오염수 해양 방류까지.. ㅎㅎ 

 

적어도 일본의 붕괴를 걱정할만큼, 위험도를 느끼고 분주하게 움직인 당시 간 나오토 민주당 정권을 조롱할 것이 아니라, 이후 더 큰 악을 (은폐하며 부끄럼없이) 자행하는 자민당 정권을 조금이라도 비판할 수는 없는 것인가! 

 

작품에는 그런 내용이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습니다. ㅎ 

 

 

 

ps 1. 지금 이 작품이 한국에서 공개되지 않는 배경에는 영등위 심사따위가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작품의 완성도-내뿜는 프로파간다와는 별개로) 방사능 오염수 방류 이슈와 관련하여 분명하게 점화의 가능성은 있거든요. 

 

 

ps 2. 작품 공개 후, 해외 반응을 좀 살펴봤습니다. 

 

서구권에선 대부분 좋지않은 시각이 느껴집니다. 메시지의 여부를 떠나, 재미 자체도 크게 없다는 평가. 

 

일본은? ㅎㅎ.. 

"당시 원전 직원분들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거의 대부분. 

 

그들 일본국민이 정치사회적으로 이 작품을 계기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반성하거나 잘못들을 시정하려고 나설 가능성 0로 보임. (오염수 방류 실행 때는 반짝 반발하겠지만, 그럼에도 결국은 받아들이겠지.. 쭉 지금처럼. ㅎ) 

 

(작품에도 나오는) 자녀의 죽음 앞에서도, 꿋꿋이 종이학을 접는 모친의 조용한 애도의 태도를 보아라.. 

그 많은 종이학은 쌓여서 과연 어디를 향해 나아가려는가.. ㅎㅎ.. (이 판국에도 간혹 나오는 정치적 메시지의 견해가 전 민주당-총리의 무능을 비난하는 게 대부분이니.. / 일본에는 1찍이 뱅골 호랑이 수밖에 안될 듯~) 

 

 

ps 3. 이 작품에서 받은 유일한 인사이트. 

 

정보를 아는 이들의 한에서, 일본은 이미 홋카이도와 서일본으로 나뉘어져 있는 건 아닐까? ㅎ 

정말로 제대로 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면, 도쿄 등도 모두 살 수 없는 땅이 되버리기에.. 그러면 일본 국토 3분의 1이상이 쓸수없는 땅이 되니까.. 그냥 묻고 모르는 척 살자.. (정부에서 피폭선량을 대거 올린 배경도 이해됨) 

 

이 정보를 미국도 알고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 이를 통한 일종의 이면계약이 서로간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각자의 꼼수-자국의 이익대로 이용하겠지. ㅎ (방사능 오염수 이슈와 관련해 유독 조용한 미국 등의 이해안되는 제스처가 그러면 이해됨.) 

 

미야자키 하야오로 대표적으로 이해되는, 소위 양심있는-일본 지식인들의 한계를 다시금 제대로 확인한 느낌. 일본에선 결단코 박근혜 퇴진 시위 같은 게 나올 수 없겠다.. 이게 그들의 한계다. (그들 식으로 변명해주자면, 어쩔 수 없이) 

 

'진실의 직면' 앞에 (어쩌면 그 진실의 무게로 나와 기존의 사회를 붕괴시킬 수도 있지만-반대로 완전히 새롭게 거듭날 수도 있는) 용기있는 자폭을 선택할만큼, 기개와 배짱이 있는 인물이 일본에는 없구나.. 

(마치 2차대전 전쟁범죄를 저지른 모든 가담자-부역자들이 일체의 고백도 없이 모두가 같이 침묵 속에 영면한 것처럼) 

 

 

 

님의 서명
Mountain is blue, water is flo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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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3-06-05 10:55:51

국내 심의 통과안될수도있을듯 국내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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